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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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이나 영화에는 유난히 범죄자나 범죄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 예전에 봤던 우죄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어.

가해자와 피해자.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 죄를 뉘우치고 사죄하는 것, 용서를 구하거나 용서를 하는 것, 가해자의 가족.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나도 피해자라고 회피하는 것,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원망하고 분노하는 것, 그래도 가족이니 내 책임도 있다며 사죄를 하는 것. 잊고 잊혀지는 시간 사이에서 잊지 못하는 사람은 피해자뿐일까. 사죄한다고 해서 '네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용서라는 단어를 이러한 상황에서 쓸 수 있을까. 가해자가 가해자의 가족이 행복해진다는 건 가당키나 할까.

형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를 대학에 보내고 싶어 했어. 부모님은 없고 자신은 일을 하면서 망가진 몸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서 범죄를 저질렀어. 살인강도. 돈을 훔치기 위해 들어간 집에서 집주인 할머니를 마주치자 신고를 하지 못하게 살해한 거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생각해. 돈을 훔쳐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때부터 계획적인 범죄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법은 그렇지가 않나 봐. 돈은 훔치려 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우발적 범죄라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못하겠어.

어쨌든 형 츠요시는 붙잡혔고 징역 15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갇혔어. 동생 나오키는 그 형으로 인해 삶이 평화롭지 않아. 괴롭고 힘들겠지, 언제 또 형의 이야기가 알려질까 불안하고, 어떤 차별을 받게 될까 전전긍긍해. 형 츠요시는 한 달에 한 번 나오키에게 편지를 써. 답장하지 않는 나오키 그 사이에서 나는 츠요시가 안타깝다거나 나오키 너무해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츠요시 염치가 없네 나오키 좀 더 확실하게 선을 그어, 라거나 참 마음이 여러 번 바뀌었어. 그들 주위의 사람들이 미워지기도 했고 그 사람들이 이해되기도 했고 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어. 역시나 이런 문제는 어려워.

죄를 짓지 않고 살면 좋을 텐데 그런 마음은 나만 가지는 걸까. 돈이 없다는 거, 숨이 턱턱 막혀오는 상황에 현실이 짓눌려도 그러지 않으면 좋겠는데 어째서 나쁜 쪽으로 움직이는 걸까. 누군가는 너는 몰라, 그런 상황이 되어보지 않으면 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최후의 수단이 범죄가 되는 건 옳지 않잖아. 그러니까 츠요시는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참을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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