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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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뭘까. 작가는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책을 다 읽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어. 이야기는 엄마 비베케와 아들 욘의 그냥 그런 어딘가에는 있을법한 일상 같았어. 단지 엄마와 아들이 이 소설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도 적다는 게 조금 이상할 뿐.

비베케는 이동 놀이공원에서 우연히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와 시간을 보내. 아들 욘은 스케이트를 가진 할아버지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그러나 누군지는 모르는) 소녀를, 집 앞에서 낯선 여자를 만나. 욘이 할아부지의 지하실에 갔을 때 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불안했고, 소녀의 집에 가서 잠든 소녀를 내려다보는 욘을 보며 혹시나 욘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 건 아닐까 불안했으며, 엄마를 기다리며 집 앞에 서있다 낯선 여자를 만나고 그녀의 차를 타고 갈 때도 나쁜 사람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어.

욘은 9살 생일을 맞이한 작은 어린아이고, 엄마는 욘에게 어떤 사람이든 속마음은 다 좋다고 말을 했고, 욘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어. 그런 욘과 다르게 나는 사람이 두렵고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욘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까 나 혼자 불안해 했지.


193p 지금 문을 닫고 있어. 너는 이제 다 컸단다. 그러니 어둠을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네 내면에 있단다. 욘,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결정해야 해. 계속 겁내고 싶다면 그렇게 될 거야. 그렇지 않다면 다른 뭔가를 생각해야 해. 지금 문을 닫고 있어. 잘 자렴.​


9살 생일 전 날 밤, 열쇠를 두고 외출한 욘은 엄마가 없는 집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엄마에게 사고가 난 건 아닐까. 아무도 발겸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 해. 그 불안은 엄마를 사랑하니까 생겨난 걸까. 그리고 엄마 비베케는 아들 욘을 사랑했을까.

그날 밤 그 낯선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신이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집에 엄마가 와 있을거라고 믿었던 욘은 여전히 엄마의 차가 없다는 걸 알고 당혹스렀을거야. 엄마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욘은 왜 그 날 밤 그 곳에서 잠들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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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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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마음이 안 좋아. 읽으면서 얼마전에 읽은 소설 창모가 떠오르기도 했어. 어쩌면 단순히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창모 보다 이 소설 배웅 불에 나오는 아이들이 더 악한 사람일까 싶었어.

아버지의 직업때문에 자주 이사를 가고 이번에도 전학을 가게 된 아유무.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 그렇지만 보고 있자면 기회주의자처럼 보였어.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같은 반 친구들 중에 아키라와 미노루의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 아키라에 의해 괴롭힘 당하는 미노루. 이상한 게임을 제안하는 아키라와 운에 의해 벌칙을 받을 사람이 정해져야하지만, 아키라의 속임수로 늘 벌칙을 받는 건 미노루.

아키라의 행위들이 너무 잔인해서, 이것이 진짜 학생들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일까, 이것은 현실이 아닌 소설이니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기를 바라며 읽었어.

학교 선배들이 나오는 장면부터 책 속에 나오는 그 시골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다 미친걸걸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요즘 일어나는 이지메에 대해 말하고 싶은걸까, 작가는.

마지막까지도 괴롭힘을 당하던 미노루가 아유무를 향해 했던 말이 맴돌아. 나는 미노루의 그 심정을 알 것 같았어. 한발자국 뒤에서 나는 상관없어, 라며 방관하는 주동자도 아니고 부추기지도 않지만 어쩐지 그쪽이 제일 싫은 존재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누군가를 괴롭힌다거나, 방관하고 있다면 제발 그러지 않기를. 다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 잘 알지만, 그것이 괴롭힘이 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또 바라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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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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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스마트폰이라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망에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 그 연결이 끊어지면(세상과 단절되었다고 인식을 하게되면) 망망대해 한가운데(또는 무인도에) 혼자 남겨졌다는 그 정도의 온갖 불안이 생겨나 증식해간다는 것.

없어도 되는 것, 하지않아도 되는 것,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걸까. 문득 나는 그 속에서 나만 그렇지 않다는 확인과 내가 옳다는 확답을 얻고 싶은 건 아닌가,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과(무척 혼자이고 싶지만) 나라는 존재를(아무도 몰랐으면 하지만) 끊임없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건 아닌가, 나의 경험을 나의 지식을 공유하고 공감받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66p 휴대전화는 감옥을 지키는 간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해방시켜 주기도 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새로운 휴대전화를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하루나 이틀은 완전히 휴대전화 없이 보내야 할 판이다 이건 재앙이다.


999달러에 7일, 일주일간 섬에 온전히 갖힐 수 있는 격리된 휴가라는 패키지가 있대. 모든 전자기기를 체크인 할 때 맡겨야 한다는데, 이거 좋지 않아? 사실 내 의지만으로는 연결을 끊는 게 힘드니까.

이러한 상품이, 그리고 이 책과 같은 책이 자꾸만 나오는 건 이제 그만 연결을 끊고 싶다고, 이제 조금 지친다고, 좀 더 온전하게 나를 들여다보고, 시끄러운 온라인 세상 말고 조금은 고요한 내가 속한 이 세상에서 내 삶을 살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아닐까.


250p 나는 숲으로 갔다. 천천히 살며 오직 삶의 본질만 마주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준 것 중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마침내 죽게 되었을 때에야 제대로 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 나는 숲으로 갔다. (...) 나는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며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던 월든이 숲으로 간 것처럼, 나도 나만의 숲을 찾아가고 싶어. 디지털 시대이니까 모든 연결을 완전히 끊고 탈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마트폰이 고장나거나 잃어버렸을 때 불안해지지 않을 정도의 삶을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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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결 - 결을 따라 풀어낸 당신의 마음 이야기
태희 지음 / 피어오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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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서 감정은 매번 부풀어 오르고 마음은 늘 상처입고 그런 나라서 이런 책들이 좋아. 책을 읽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로도 받고, 내 감정을 내 마음을 차근차근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 내가 나를 조금은 더 자유롭게 해주려고 노력할 수 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았어. 내 마음을 다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했어. 나는 이런 사람인데, 이런 사람 참 많나보다 그런 생각도 했어.


53p 누구에게도 기대려 하지 않는 나, 누구에게 맡기고 부탁하느니, 그냥 내가 좀 더 하고 말지, 잘 안 되더라도 그래도 그 편이 낫다. 그러다보니 내가 만든 내 이미지에 갇혀 이제는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뭐라 기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 나는 어쩌다보니까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어. 유난히 부탁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몰랐어. 거절도 그랬어.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나에게 부탁을 했고, 정말 필요한데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했어. 어쩔 수 없이 거절하지도 못하고 내가 대신 사다 준 적이 있는데 그래, 친구는 고마워했어. 하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흐르고 내가 부탁할 일이 생겨서 그 친구에게 부탁했을 때 단번에 거절하더라. 너무 섭섭해서 나는 네 부탁 다 들어줬는데 너는 어떻게 그래라고 했더니 농담이야. 알겠어. 해줄게.라고 했지. 됐다고 내 쪽에서 거절. 그 이후로 나는 더 남에게 부탁같은 거 하지 않게 되었어.


72p 나도 외롭다, 관심 받고 싶다, 챙겨달라, 직접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상대방도 나와 같은 마음이려니 싶은 마음에서,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니 다른 사람들은 조금 덜 그랬으면,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우울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가 받고 싶은 것을 베푼다.​


그런데 이제 나는 많이 지쳤어. 베푸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나 혼자 끙끙 앓는 것도 다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정말 이제는 지쳐서 안 그러려고 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책이라서 책을 잘 추천하지는 않지만, 읽어보라고 괜찮은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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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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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앞에서 지금 읽을까, 조금 읽다 읽을까 잠깐 고민했어. 읽고 싶은 책은 많았고 어쩐지 시간이 없어서 쫓기는 마음으로 읽고 싶지는 않았거든.

책을 지금 읽기로 마음 먹고 나는 책을 두 번을 읽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을 보면서 글을 읽고, 그 다음 사진만을 보았어. 이훤 시인의 산문집.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작가. 수 많은 문장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어. 나의 기억과 그대의 기억이 뒤엉켜 뭐가 뭔지 더 모르게 되었지만 책을 읽는 순간이 좋았어. 책의 제목이 좋았어. 책 속의 문장들이, 사진들이 참 좋았어.


231p 사라지는 것들을 위해 독백은 존재하지 독백을 위해 사람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염치는 버릴 수 있는 열매가 아니지만 속내를 자꾸 버리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온전해질까​


시인은 물을 좋아하는 걸까. 나도 언젠가 몇번이고 물을 주제로 글을 썼어. 물은 형태가 없어서 물은 언제고 다른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었거든. 그리고 늘 나는 물이 되고 싶었어. 어디든 어디로든 가고 싶었어. 길을 따라 흘러 강으로 바다로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누군가의 몸속으로 그렇게 한없이 흘러가고 싶었어.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물의 문장을 보면서 다시 또 어디로든 가고 싶어졌어.


252p 먼저 가
우리는 언젠가
비슷한 질감의 영혼을 갖게 될 거야


책을 읽다보니 나는 어쩐지 기분이 자꾸만 가라앉았어. 어쩐지 무거워졌어. 차분해졌어.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았어.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는동안 내 불안은 잠시 사라졌거든. (물론 다시 내 마음을 가득 채웠지만)

시인의 책은, 시는 참 어려워서 잘 읽지 않는데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역시나 어렵지만 그냥 내 멋대로 읽었어. 내 멋대로 생각했어. 그래도 좋더라. 그래서 좋더라. 몇번이고 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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