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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스마트폰이라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망에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 그 연결이 끊어지면(세상과 단절되었다고 인식을 하게되면) 망망대해 한가운데(또는 무인도에) 혼자 남겨졌다는 그 정도의 온갖 불안이 생겨나 증식해간다는 것.
없어도 되는 것, 하지않아도 되는 것,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걸까. 문득 나는 그 속에서 나만 그렇지 않다는 확인과 내가 옳다는 확답을 얻고 싶은 건 아닌가,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과(무척 혼자이고 싶지만) 나라는 존재를(아무도 몰랐으면 하지만) 끊임없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건 아닌가, 나의 경험을 나의 지식을 공유하고 공감받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66p 휴대전화는 감옥을 지키는 간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해방시켜 주기도 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새로운 휴대전화를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하루나 이틀은 완전히 휴대전화 없이 보내야 할 판이다 이건 재앙이다.
999달러에 7일, 일주일간 섬에 온전히 갖힐 수 있는 격리된 휴가라는 패키지가 있대. 모든 전자기기를 체크인 할 때 맡겨야 한다는데, 이거 좋지 않아? 사실 내 의지만으로는 연결을 끊는 게 힘드니까.
이러한 상품이, 그리고 이 책과 같은 책이 자꾸만 나오는 건 이제 그만 연결을 끊고 싶다고, 이제 조금 지친다고, 좀 더 온전하게 나를 들여다보고, 시끄러운 온라인 세상 말고 조금은 고요한 내가 속한 이 세상에서 내 삶을 살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아닐까.
250p 나는 숲으로 갔다. 천천히 살며 오직 삶의 본질만 마주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준 것 중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마침내 죽게 되었을 때에야 제대로 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 나는 숲으로 갔다. (...) 나는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며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던 월든이 숲으로 간 것처럼, 나도 나만의 숲을 찾아가고 싶어. 디지털 시대이니까 모든 연결을 완전히 끊고 탈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마트폰이 고장나거나 잃어버렸을 때 불안해지지 않을 정도의 삶을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