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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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앞에서 지금 읽을까, 조금 읽다 읽을까 잠깐 고민했어. 읽고 싶은 책은 많았고 어쩐지 시간이 없어서 쫓기는 마음으로 읽고 싶지는 않았거든.

책을 지금 읽기로 마음 먹고 나는 책을 두 번을 읽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을 보면서 글을 읽고, 그 다음 사진만을 보았어. 이훤 시인의 산문집.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작가. 수 많은 문장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어. 나의 기억과 그대의 기억이 뒤엉켜 뭐가 뭔지 더 모르게 되었지만 책을 읽는 순간이 좋았어. 책의 제목이 좋았어. 책 속의 문장들이, 사진들이 참 좋았어.


231p 사라지는 것들을 위해 독백은 존재하지 독백을 위해 사람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염치는 버릴 수 있는 열매가 아니지만 속내를 자꾸 버리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온전해질까​


시인은 물을 좋아하는 걸까. 나도 언젠가 몇번이고 물을 주제로 글을 썼어. 물은 형태가 없어서 물은 언제고 다른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었거든. 그리고 늘 나는 물이 되고 싶었어. 어디든 어디로든 가고 싶었어. 길을 따라 흘러 강으로 바다로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누군가의 몸속으로 그렇게 한없이 흘러가고 싶었어.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물의 문장을 보면서 다시 또 어디로든 가고 싶어졌어.


252p 먼저 가
우리는 언젠가
비슷한 질감의 영혼을 갖게 될 거야


책을 읽다보니 나는 어쩐지 기분이 자꾸만 가라앉았어. 어쩐지 무거워졌어. 차분해졌어.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았어.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는동안 내 불안은 잠시 사라졌거든. (물론 다시 내 마음을 가득 채웠지만)

시인의 책은, 시는 참 어려워서 잘 읽지 않는데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역시나 어렵지만 그냥 내 멋대로 읽었어. 내 멋대로 생각했어. 그래도 좋더라. 그래서 좋더라. 몇번이고 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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