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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 년 - 상처받은 내면을 마주하고 비로소 첫 인생이 시작되었다
임영빈 지음 / 슬로래빗 / 2019년 2월
평점 :
책을 읽다 감정이 마구 끓어서 책을 덮고 다시 읽다 또 덮었어. 우리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고 어린 내가 떠오르기도 했어. 작가는 내 엄마가 되기도 했고 내가 되기도 했어.
아무도 모르게 비공개 글만 올리는 블로그가 있어. 나는 그 곳에 내 감정을, 슬픔을 두려움을 불안을 고통을 우울을 현재를 미래를 과거를 다 버리고 있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썼던 글을 읽었어. 그리고 또 나는 울었어. 늘 죽고 싶었던 나였으니까 살아가는 의미도 태어난 이유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작가의 삶에 내 삶이 보여서 또 울었어.
14P 그런데 없었다. 내게는 가족이 없었다. 배고프니 밥 사먹게, 돈 좀 달라고 말할 가족이 없었다. 아니, 그런 말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에게 가족은 그냥 각자 자기 삶을 사는 존재이며, 어떠한 의존도 허용되지 않는 관계였다.
가족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 작가와 작가의 딸이 느낀 그 감정을 나도 느끼며 살았어. 분명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 나는 왜 늘 혼자였을까. 왜 그렇게 느꼈을까. 나는 정말 혼자였을까. 가족이라는 건 필요한걸까. 엄마는 자신의 삶이 고되니 나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었던 걸까. 단지 표현하지 못한걸까. 오빠에게 주고 나니 남는 게 없었던 걸까. 또 생각이 많아졌다.
작가는 가족을 향해 미움과 원망을 쏟아냈어. 그러면 나는? 하고 또 생각해봤어. 나도 그래. 작가의 딸이 엄마때문에 인생 망쳤다고 말할때 나도 마음속으로 말했어. 내 삶이 이런 건 다 엄마 때문이야. 그치만 나는 여전히 애정을 갈구하고 있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존심이 상하지만 말야.
작가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했어.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자기가 어쩌면 가해자였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작가가 살아 온 삶이, 느끼는 감정이, 변해가는 생각들이, 문득 깨닫는 것들이 다 나를 닮아 있었어. 그래서 나는 책을 완전히 덮지 못하고 또 읽고 또 읽었어.
171P 상대를 가해자로 만드는 방법은 단순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진심을 말라지 않고 상대의 입장이나 마음을 '이해' 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전부터였을까. 나는 자꾸만 화가 났다. 엄마가 견디기 힘들만큼 미웠고 엄마를 생각하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어. 그리고 싸웠고 또 싸웠지. 어쩌면 일방적인 분풀이였을지도 몰라. 싸우고 나면 나는 한동안 입을 닫았어. 입을 닫은 그 시간은 반복될수록 더 길어졌어. 나는 나를 피해자로, 엄마를 가해자로 만든거였나 봐.
233-5P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 것 같은 내 마음.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고만 싶었다. 나이 쉰이 되어서도 철이 안들어 사랑을 받고만 싶은데, 차마 입으로 사랑해 달라고 말하지 못해 심통을 부렸다. 내 남편에게도, 내 아이들에게도, 세상 사람들로부터도 나는 사랑울 받고만 싶었다. 조금이 아니고 끝없이, 한두번이 아니규 계속, 사랑을 받고만 싶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늘 확인하고 싶어했지.
나는 이 책을 알게되어서, 읽게되어서 좋았어.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괴로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거에 위로 받았어. 나도 혼자가 아닌걸까, 그렇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되는 순간이 올까.
#인생 #에세이 #미움하나붙잡고육십년 #임영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