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아프기로 했다 - 모든 것에 지쳐버린 나 데리고 사는 법
김영아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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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내담자들이 상처를 치유해가는 걸 볼 때 흐뭇하다고 했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내가 가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싶더라. 흉터 정도만되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작은 소망.

책에 소화되지 않은 감정이라는 글이 나오는데 이 글을 보자마자 아 이거였어, 라는 생각이 들었어. 불쑥불쑥 하루에도 몇번이고 마음을 뒤흔들어버리는 그 감정들은 소화되지 않았기때문이겠지. 나는 얼마나 많은 소화되지 않은 감정이 내 안에 들어차 있는걸까.

책에 나오는 고등학생이 자살하며 남긴 유서는 내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 이제 됐어? 고작 그 한마디.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마를 원망하며 썼을까? 자꾸만 그 학생의 마음이 상상되어져서 조금 힘들어졌었어.


124P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껍데기만 있는 삶을 좇게 되었을까?


내담자와 상담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P의 이야기가 유난히 공감가는 것은 나도 오빠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차별받아왔기 때문이겠지. 자존감이 낮아지고 애정결핍의 상태가 되면 사랑 받기 위해서,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무언가를(나쁜 행동일수도 있겠지)하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또 못견디게 싫어서 자기 혐오에 빠지는 거 같아. 나쁜 결과가 되어버린 모든 일들은 다 나때문에, 나만 아니면 다 행복했을텐데, 내가 불행을 가져왔구나. 그렇게 자기 혐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거 같아.

작가는 도망치라고 해. 용기를 내라고. 도망을 칠 수 있는 용기는 어떻게 낼 수 있는걸까. 왜 그건 가르쳐 주지 않는 걸까. 나는 자전거를 못 타서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했어. 예전에 남자친구가 가르쳐 주겠다고 했고 중심 잡지 못해서 휘청이며 계속 넘어지는 나에게 남자친구는 균형을 잡으라고! 소리쳤고 나는 균형 잡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라고 소리쳤어. 감각을 익혀야 하는건데, 그걸 내가 깨달아야 하는건데 알려달라고만 했던 나였지. 지금도 그런걸까.

방관하는 삶, 책임지는 삶 전체를 옮겨 오고 싶을만큼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어. 이규리 시인의 최선이란 이런 것이예요라는 시집의 특별한 날이라는 시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읽고 또 읽었어. 그러니까 이 책도 추천.


180P 오늘도 열심히, '최선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자. 언제 올지 모르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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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한진아 옮김 / 페이퍼타이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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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마음이 아렸어. 만화에도 나오지만, 약봉지를 부스럭 대며 까먹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보여서 말야. 그렇게 몇번이고 자살을 시도하는, 그러나 늘 미수였어. 살아서 다행이다. 죽지 않아 다행이다. 다시 그러지 마요.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었어.


90P 머릿속에서 '더는 싫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죽음 이외의 해결책은 찾을 수 없었다.


고바야시는 데이케어 클리닉에서 상담을 받고 나아지기는 커녕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버렸어. 그녀는 일이 하고 싶었는데도 클리닉 징원은 시청에 데려갔어. 그리고 일을 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시청 직원. 내가 다 원망스러웠어. 조금만 더 관심을 줄 수는 없는걸까.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그 생활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주지 않는걸까.

그러니까 말야, 화가 났어. 나는 너무 화가 났어. 일이 하고 싶으면서 말하지 않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그녀에게도 화가 났고, 시청 직원은 정말 직무유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 데이케어 클리닉은 고작하는 게 돈을 5만엔 이하로 남겨두고 얼른 쓰라고 전자제품같은 걸 사라고 조언을 해주는데 그게 뭐야, 말이야 방구야. 고작한다는 게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는 환자를 기초생활수급자 만드는 거야? 나는 정말 화가 났어.


145P 나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간다. 이 생활을 붙잡고 싶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스스로 일을 찾아내고 다시 살아가는 주인공. 비록 우리가 머무는 이 곳이 순간 순간 지옥으로 변하더라도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이상 나는 그녀가 잘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믿어. 그리고 들리지 않는 이 곳이지만, 응원을 해주고 싶어. 이제 약 봉지는 까먹지 마요. 우리 살아봅시다. 언젠가 의지도 의욕도 희망도 사라질 날이 그대의 말처럼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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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 아픔을 마주하고 헤쳐가는 태도에 관하여
김정원 지음 / 시공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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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라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아주 지극히 보통의 감정이나 그 우울의 깊이와 빈도의 차이에 의해 병이되기도 하는, 조금은 미운 감정.

작가는 자신의 우울을 인정했어. 위험하다는 걸 인지했고 병원에 가는 행동을 했어. 쉽지 않은 세가지 단계.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정신적인 병에 걸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어려워. 그러니까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그럼 당연히 병원에 가는 등의 긍정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겠지.

작가는 1년남짓 병원을 다니며 우울증을 치료했고, 완치 판정을 받았어.(우울증도 완치의 개념이 있는거겠지.) 의사는 오늘 마지막 진료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어. 그 말에 나는 왜, 내가 왜 울컥하는 걸까.

병원에 가면 우울이라는 감정은 치료가 된다는 희망이 생겨서 그런걸까. 그치는 나는 우울한거지 우울증에 걸린것 같지는 않으니까 조금은 더 버텨보려고.

작가는 작가 나름의 방법으로 우울증을 이겨냈어. 그 중에 가장 공감하는 건 글을 쓰는 것. 역시 감정이 넘칠때는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되는거 같지.

나는 어쩌면 우울증인지도 몰라, 라고 생각이 든다면 병원에 갈 수 있는 용기가 될것같은 책이야. 주위에 나 우울증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인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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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 년 - 상처받은 내면을 마주하고 비로소 첫 인생이 시작되었다
임영빈 지음 / 슬로래빗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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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감정이 마구 끓어서 책을 덮고 다시 읽다 또 덮었어. 우리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고 어린 내가 떠오르기도 했어. 작가는 내 엄마가 되기도 했고 내가 되기도 했어.

아무도 모르게 비공개 글만 올리는 블로그가 있어. 나는 그 곳에 내 감정을, 슬픔을 두려움을 불안을 고통을 우울을 현재를 미래를 과거를 다 버리고 있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썼던 글을 읽었어. 그리고 또 나는 울었어. 늘 죽고 싶었던 나였으니까 살아가는 의미도 태어난 이유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작가의 삶에 내 삶이 보여서 또 울었어.


14P 그런데 없었다. 내게는 가족이 없었다. 배고프니 밥 사먹게, 돈 좀 달라고 말할 가족이 없었다. 아니, 그런 말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에게 가족은 그냥 각자 자기 삶을 사는 존재이며, 어떠한 의존도 허용되지 않는 관계였다. 


가족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 작가와 작가의 딸이 느낀 그 감정을 나도 느끼며 살았어. 분명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 나는 왜 늘 혼자였을까. 왜 그렇게 느꼈을까. 나는 정말 혼자였을까. 가족이라는 건 필요한걸까. 엄마는 자신의 삶이 고되니 나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었던 걸까. 단지 표현하지 못한걸까. 오빠에게 주고 나니 남는 게 없었던 걸까. 또 생각이 많아졌다. 

작가는 가족을 향해 미움과 원망을 쏟아냈어. 그러면 나는? 하고 또 생각해봤어. 나도 그래. 작가의 딸이 엄마때문에 인생 망쳤다고 말할때 나도 마음속으로 말했어. 내 삶이 이런 건 다 엄마 때문이야. 그치만 나는 여전히 애정을 갈구하고 있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존심이 상하지만 말야. 

작가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했어.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자기가 어쩌면 가해자였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작가가 살아 온 삶이, 느끼는 감정이, 변해가는 생각들이, 문득 깨닫는 것들이 다 나를 닮아 있었어. 그래서 나는 책을 완전히 덮지 못하고 또 읽고 또 읽었어. 


171P 상대를 가해자로 만드는 방법은 단순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진심을 말라지 않고 상대의 입장이나 마음을 '이해' 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전부터였을까. 나는 자꾸만 화가 났다. 엄마가 견디기 힘들만큼 미웠고 엄마를 생각하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어. 그리고 싸웠고 또 싸웠지. 어쩌면 일방적인 분풀이였을지도 몰라. 싸우고 나면 나는 한동안 입을 닫았어. 입을 닫은 그 시간은 반복될수록 더 길어졌어. 나는 나를 피해자로, 엄마를 가해자로 만든거였나 봐. 


233-5P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 것 같은 내 마음.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고만 싶었다. 나이 쉰이 되어서도 철이 안들어 사랑을 받고만 싶은데, 차마 입으로 사랑해 달라고 말하지 못해 심통을 부렸다. 내 남편에게도, 내 아이들에게도, 세상 사람들로부터도 나는 사랑울 받고만 싶었다. 조금이 아니고 끝없이, 한두번이 아니규 계속, 사랑을 받고만 싶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늘 확인하고 싶어했지. 

나는 이 책을 알게되어서, 읽게되어서 좋았어.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괴로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거에 위로 받았어. 나도 혼자가 아닌걸까, 그렇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되는 순간이 올까.





#인생 #에세이 #미움하나붙잡고육십년 #임영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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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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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로 보았던 기사. 콜센터로 취업을 나간 고3 실습생의 자살. 그 당시에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기분으로 그 기사를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잠시 생각해봤어.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자살뿐이었을까. 해나를 옥죄어왔던 건 현재인걸까 미래인걸까.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바랬던 해나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두려워한거겠지 하고 생각했어. 그렇다면 내일을 바꿀 수는 없었을까 그런 언타까운 마음도 들어.

예전에 일본에서 블랙기업에 다니던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대신 자살을 택하는 걸 보면서 조금은 이해가 안 됐어. 그만두면될 걸 도대체 왜 라는 물음이 가득 생겼었거든. 그러다 회사 좀 관두고 오겠습니다 라는 책을 읽었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죽음을 결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어.

해나의 이야기가 적힌 이 소설이 어디서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나가 처해있던 그녀의 현실도 해나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재석도, 해나의 가족도 안쓰러웠어. 기업이 학교가 역겨웠고 이런 세상에 화도 났어. 그 일이 있고 나아지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변하기는 할까 의문이 들었어. 아마 해소되지는 않을거야. 안타깝지만 나는 나아질거라고 믿지 않거든.

그렇지만 해나와 같은 아이들이 부디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조금 더 나은 선생을 만날 수 있기를 나는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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