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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한진아 옮김 / 페이퍼타이거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마음이 아렸어. 만화에도 나오지만, 약봉지를 부스럭 대며 까먹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보여서 말야. 그렇게 몇번이고 자살을 시도하는, 그러나 늘 미수였어. 살아서 다행이다. 죽지 않아 다행이다. 다시 그러지 마요.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었어.
90P 머릿속에서 '더는 싫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죽음 이외의 해결책은 찾을 수 없었다.
고바야시는 데이케어 클리닉에서 상담을 받고 나아지기는 커녕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버렸어. 그녀는 일이 하고 싶었는데도 클리닉 징원은 시청에 데려갔어. 그리고 일을 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시청 직원. 내가 다 원망스러웠어. 조금만 더 관심을 줄 수는 없는걸까.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그 생활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주지 않는걸까.
그러니까 말야, 화가 났어. 나는 너무 화가 났어. 일이 하고 싶으면서 말하지 않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그녀에게도 화가 났고, 시청 직원은 정말 직무유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 데이케어 클리닉은 고작하는 게 돈을 5만엔 이하로 남겨두고 얼른 쓰라고 전자제품같은 걸 사라고 조언을 해주는데 그게 뭐야, 말이야 방구야. 고작한다는 게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는 환자를 기초생활수급자 만드는 거야? 나는 정말 화가 났어.
145P 나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간다. 이 생활을 붙잡고 싶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스스로 일을 찾아내고 다시 살아가는 주인공. 비록 우리가 머무는 이 곳이 순간 순간 지옥으로 변하더라도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이상 나는 그녀가 잘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믿어. 그리고 들리지 않는 이 곳이지만, 응원을 해주고 싶어. 이제 약 봉지는 까먹지 마요. 우리 살아봅시다. 언젠가 의지도 의욕도 희망도 사라질 날이 그대의 말처럼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