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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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속에 잠수했을 때처럼 머릿속에서 팬 돌아가는 소리 같은 깊은 울림이 들린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리틀 비> 마지막장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전개에 가슴을 졸였다 풀었다 반복한다. 설마 또 다른 반전이 있진 않겠지, 지금보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설마 설마하며 책장을 넘긴다.


자신을 죽이려는 석유회사 사람들을 피해 영국으로 오는 배에 몰래 숨어든 리틀 비는 결국 잡혀서 난민수용소에 2년을 갇혀 지낸다. 그러나 차라리 수용소에서의 일들은 평온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겪어야 했던 리틀 비의 상상 못할 일들과, 그 뒤에 또 닥쳐올 일들에 비하면 말이다.


책의 이야기는 두 여인의 시점으로 쓰여 있다. 한명은 리틀 비, 그리고 또 한명의 여인은 나이지리아에서 리틀 비를 살려주기 위해 손가락 하나를 과감히 잘라버린 세라이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에겐 리틀 비를 만난 뒤로 그녀의 삶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장벽이 생기고 만다. 결국 그 시간동안 남편은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그 죽음을 또 바라봐야 했던 리틀 비의 심정을 읽는데 나도 가슴이 같이 무너진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무덤덤히 이야기 하고 있는 리틀 비의 모습이 오히려 더 슬프고 그녀의 공포가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가 바닷가에서 느꼈을 모든 것을 뛰어넘는 이상적인 감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모든 마음의 고향은 바로 인간이라는 깨달음에 대해서, 절대로 가질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마음의 평화에 대해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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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포스터 작가정신 청소년문학 1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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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장소설을 좋아하고 기회가 되면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장소설이 대부분이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언제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책을 읽는 사람이 어린이건 청소년이건 어른이건 모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성장소설의 매력이자 중독성이다.


이 책은 11살 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친구와의 우정, 가족 간의 사랑, 형제나 부모와의 관계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동안 읽었던 성장소설 중 아주가혹한편에 속한다. 주인공 엘렌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엘렌 자신뿐이고, 가족이라고 해서 또는 친척이나 친아빠라고해서 엘렌에게 따뜻하게 다가오는 어른이 없다. 모두들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통해 상처받은 엘렌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주위에 어려운 아이들을 무심히 보고 지나치는 이런 이기주의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개인주의 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소설 속 엘렌을 조용히 응원한다. 내가 가서 널 데려와 우리 집에서 같이 생활했으면 좋겠구나. 분명 주위에 엘렌 같은 아이가 있으면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야기 속 엘렌에게 자꾸 마음이 가고 내 품에 안아서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했다. 이쪽저쪽에서 상처받으며 스스로를 절재하고 다독이는 엘렌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러나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지금의 고통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엘렌은 금방 깨닫는다. 그래서 남몰래 노력한다.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 진심으로 자신을 돌봐주고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서, 그리고 과감히 그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용기를 낸다.


책의 구성은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과거에 엘렌이 겪은 고통과, 현재 안정된 공간에서 받는 사랑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런 구성 때문인지, 과거의 고통은 지금의 행복과 비교되어 더욱 힘겹게 보이고, 현재의 행복은 과거의 고통과 비교되어 더욱 즐거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행복한 일상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돌아가면, 언제쯤 어떤 경유로 엘렌이 행복한 가정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 책장을 더 빨리 넘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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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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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에 빠졌을 때 마구 손발을 휘저으며 당황하지 말고, 조용히 발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가라앉았다가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박차고 다시 올라오는 것도 좋은 대처방안이라고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수영을 하다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갔었는데 바닥까지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아 허우적거리며 주변에 잡을 물건이 없나 두리번거리다 겨우 빠져나왔던 기억도 난다. 그러니 두려움을 극복하고 바닥까지 내려간다는 것은 이론으로만 가능하고 실제론 불가능한 일인진도 모르겠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다시 올라올 힘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힘든 상황이 계속 될 때, 가족이나 친한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깊을 때, 그밖에 여러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허우적 거리기조차 힘들어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애써 밝은 척 하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방관한다고 해서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곪을 데로 곪아야 상처가 덧나지 않는 것처럼, 슬프면 슬픈 데로 힘들면 힘든 데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닥에 잠시 누워 상처받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만 새로운 힘을 얻고 출발할 수 있다.


춤추는 목욕탕이란 바로 그렇게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하는 세여인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 남편을 잃은 아내, 살아남았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딸을 지켜봐야하는 어머니다. 서로 각자의 짐만큼의 슬픔을 어깨에 짊어지고, 세여인은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처도 치유해간다.


이 책을 읽으며 왜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두려움에 포기하지 말고 두발로 힘껏 박차고 올라올 수 있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고통의 터널 끝에서 새로운 햇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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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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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비해서 읽는 속도가 참 안 났던 책이다. 한권을 읽으면서 마치 세권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특이한 구성에 처음엔 웃음이 나고 당황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책의 모든 페이지는 세단원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첫 단락에는 에세이가, 두 번째 단락에는 그 에세이를 쓴 남자의 이야기가, 세 번째 단락에는 타이핑을 해주는 여자의 시선으로 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걸 어떤 순서대로 읽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첫 단락에 있는 에세이를 몇 장 읽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남자의 이야기를 읽다가, 다시 또 처음으로 돌아가 여자의 이야기를 마저 읽곤 했다. 그러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면 밑에 있는 두 단락을 쭉 읽어가다가 다시 돌아와 에세이를 읽곤 했다. 아 복잡하다. 밑에 있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위에 있는 에세이와 연관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다. 특이하고 어렵고 재미있고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아니 에세이다. 아니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두 가지를 합해 놓은 책이다.


책속에 나오는 에세이는 사실 좀 어려웠다. 정치나 사상이나 또는 문학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인지, 책속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의 생각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지만, 이해하지 못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그래서 책 읽는 속도가 더 느렸던 것도 있다. 자꾸만 연결되지 못하고 툭툭 끊어지는 느낌을 받은 이유도 나의 부족한 점이라 생각한다. 책속에 나오는 에세이처럼 이렇게 어떤 한 가지를 심도 있게 생각해보지 않은 나의 미숙함, 명확하게 사상을 구분지어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기까지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그만큼 생각도 많이 했다. 관심 갖지 못했던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예를 들면 고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다시 한 번 찾아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다.


설명이 너무 장황했나. 하여튼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니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그의 다른 책을 추천받았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 작가의 책을 두 권 읽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이 책“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를 먼저 읽었는데, 추천받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고도를 기다리며”도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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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를 든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4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김민석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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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전에 읽어보고 좋았던 작가의 책인가, 아니면 먼저 읽어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인가, 또는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가 등등 고르는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난 주로 전작을 하는 버릇이 있어서 좋은 작가가 있으면 그가 쓴 책은 망설임 없이 구입하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책과 콩나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된 후로는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그냥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된다. “책과 콩나무”에서 나오는 책콩 어린이 시리즈는 믿고 읽어도 실망하지 않을 만큼 좋은 책들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건 뭐라고 불러야 하나. 전판주의? 하하


어쨌든 책콩 어린이 시리즈는 참 괜찮다. 이 책은 그 중 4번째 책이다. 손도끼를 든 아이라는 제목과 무서운 책표지에 반해서 주인공 소년은 매우 여리고 착한 아이다. 그리고 얼마 전 아버지를 잃은 슬픈 아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반 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말할 사람이 없어진 외로운 아이다. 하지만 엄마와 동생 앞에선 힘들지 않은 척 씩씩하게 웃어주는 속 깊은 아이다.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 소년에 의해 태어난 야만인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손도끼를 들고 다니는 야만인은 소설 속에서 걸어 나와 외로운 소년의 친구가 되어준다. 소년을 괴롭히는 친구를 때려주고, 소년에게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준다.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가 해주는 것처럼 소년을 치유해준다.


짧은 분량의 이야기 속에 가족의 사랑, 슬픔을 이겨내는 용기, 힘들 때 토닥여주는 위로의 내용이 담겨 있다.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이겨낸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들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 내어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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