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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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에 빠졌을 때 마구 손발을 휘저으며 당황하지 말고, 조용히 발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가라앉았다가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박차고 다시 올라오는 것도 좋은 대처방안이라고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수영을 하다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갔었는데 바닥까지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아 허우적거리며 주변에 잡을 물건이 없나 두리번거리다 겨우 빠져나왔던 기억도 난다. 그러니 두려움을 극복하고 바닥까지 내려간다는 것은 이론으로만 가능하고 실제론 불가능한 일인진도 모르겠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다시 올라올 힘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힘든 상황이 계속 될 때, 가족이나 친한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깊을 때, 그밖에 여러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허우적 거리기조차 힘들어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애써 밝은 척 하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방관한다고 해서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곪을 데로 곪아야 상처가 덧나지 않는 것처럼, 슬프면 슬픈 데로 힘들면 힘든 데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닥에 잠시 누워 상처받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만 새로운 힘을 얻고 출발할 수 있다.


춤추는 목욕탕이란 바로 그렇게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하는 세여인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 남편을 잃은 아내, 살아남았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딸을 지켜봐야하는 어머니다. 서로 각자의 짐만큼의 슬픔을 어깨에 짊어지고, 세여인은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처도 치유해간다.


이 책을 읽으며 왜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두려움에 포기하지 말고 두발로 힘껏 박차고 올라올 수 있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고통의 터널 끝에서 새로운 햇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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