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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숨결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숨결'은 책 표지에 있던 소개글에서 처럼,
아쉬움에 붙잡을 수 밖에 없으면서 동시에 주저하게 되는 책이었다. 배송을 받고도 며칠을 책꽂이에 잠재워둔채.
처녀작 혹은 미발표작, 미완성작 같은 이름이 붙어 나오는 것들을 선택할 때는 조심스럽다.
내 소설읽기가 굳이 한 사람의 작가를 뚫어보는 안목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재미있는 소설을 즐기는 데에 만족하는 수준이라, 누군가 선물처럼 내놓은 이야기 한편이면 족한 것을, '누구'라는 명함에 끌려 이전의 만족감을 괜히 상처내고 싶지 않아서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었다. 폴 오스터라는.)
나는 어떤 쪽인고 하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너무 저릿저릿해서 다른 누구에게도 권하지 못하는 쪽이다.
'자기 앞의 생'이라면 그렇지 않은데 말이지.
'마지막 숨결'에서는 에밀 아자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읽었느냐고 물어온다면 당연히 자신없지만, 여튼 그랬다.
어떤 작품들은 거칠고 강하고 너무 가학적이었고, 어떤 작품들은 너무 자전적이어서 불편했다.
작가가 품고 있던 습작노트를 훔쳐본 기분이다.
마냥 좋지만은 않다.('마지막 숨결'한편을 빼고는.)
흠, 그러니까,
이전에 로맹 가리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고집스럽지만 쓸쓸하고 예민해서 안쓰러운, 그런 기분을 느꼈는데, 이 작품집을 읽고 찾아본 사진들에는 괴팍하고 강압적이고 시니컬한 노인이 있었다.
작가에 관한 평론이나 자서전을 읽은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작가의 다른 모습이 보여 당황스러운 기분.
그래도 역시 그리운 건 그리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