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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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감동을 주었던 작가의 이전작품을 읽는 일은 조심스럽다.
책도둑 1,2 - 마커스 주삭의 여운이 굉장한 기간동안 남아있었던 터라, 혹시 그걸 망치게 될까 싶기 때문인데, 단 하나의 작품을 읽자마자 여기저기 입소문을 냈게 했던 작가님은, 역시, !!!!!!

세련된 생략,을 흉내내고 싶게 했던 책도둑보다는 문장들이 친절하고 인물들도 친근하고 사건들은 아기자기하다.
'대중적'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부분. 책도둑을 꺼이꺼이 하며 읽었던 터라, 감동에서라면 뭐랄까,
'책도둑'이 폭풍우 직전의 성난 파도 앞에 선 경우라면, '메신저'는 폭우가 지난 후 하늘이 점차 개어가고 물결은 잔잔해지는 뭐,그런 정도의 다른 느낌.

아직 정식 택시기사가 될 수도 없을 만큼 어린 우리의 '에드'와 그의 세 친구 - 사실은 연인이고픈 여자친구를 포함해서 - 이야기, 일 것 같아서 오히려 앞부분은 띄엄 띄엄 집중하지 못했다. 그닥 설레지 않아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딱히 무엇,이랄 것 하나 없이 주말이면 피씨방 야간정액권을 끊어 스타나 로그 스피어스나 뭐 이런 게임을 했던 그 시절의 나와 친구들이나, 다를 바가.

주인공 에드가 우연히 어설픈 은행강도를 잡고 나서, 세 곳의 주소가 쓰여진 카드 한 장을 받게 되는 그 어느날, 이야기는 끊어오르기 시작한다. 완전한 타인들의 삶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자신에게로 에드가 걷게 되는 그 길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놀랍고 부럽기만 할 뿐이다. (물론 내가 그 카드를 받았다면 퀘스트 성공! 했을 리 없겠지만.)

타인에게 '존재만으로 기적같은 사람'이 되고 디 엔드 했다면 이건 뭐 그냥 뜬구름이었을텐데,
가장 먼 곳에서 시작한 길이 점점 가까워져 마침내 에드와 그녀가 딱 노래 한 곡 만큼의 시간동안 함께 하는 그 순간에는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이 작가는 인물들을 사랑하게 만든다.

어떤 이야기 안에서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사람이건, 
그의 삶이 더 바랄 나위 없이 풍요로워 졌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 작가님은 나에게 르 귄 여사님 다음, 그러니까 '두번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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