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절판


자신의 행복을 알아본 존재들은 왜 그로부터 달아나기를 갈망하는 걸까?-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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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구판절판


가공할 만한 국가의 범죄에 참여한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괴물들이 아닙니다. 우리와 똑같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사회 속에서 늘 칭찬받으며, 윗사람 말에 잘 순종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른들 또는 권위자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왜?"라고 묻지 말고 그냥 "예!"라고 말하라는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랐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만이 이 사회에서 왕따당하지 않고 '원만하게' 살아가는 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윗사람, 어른, 권력자, 권위를 가진 사람의 명령이나 가르침에 대해서, 그들의 말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 아니라, 정말 옳은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진짜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자기 몸에 자꾸 손을 대는 성희롱 지도교수에게 앞뒤 볼 것 없이 "야, 이 씨방쉐이야!"라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유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그런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입니다.

2장 국가란 이름의 괴물 -누가 괴물에게 봉사하나- 중에서-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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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구판절판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이 도시를 그냥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냐 하면 나는 그 전에, 이 일을 하기 위한 전제로 '별똥별'을 잡아와야 한다. 그리고 그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아주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나는 그 전에 그 전제로...
지평선 뒤에선 언제나 새로운 지평선이 떠오른다. 우리는 하나의 꿈세계를 바로 뒤에 두고, 그것과는 다른 꿈세계 안에서, 그것과 또다른 꿈세계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경계선을 넘어설 때마다, 우리 앞에는 이미 그 다음 세계가 펼쳐지고.... 이렇게 우리는 어둠을 헤치고 여명의 물가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내 앞엔 나의 길이 놓여 있다. 나, 막스 무토는 이미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해 있는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 중에서 -249쪽

수많은 순간과 순간이 이어져 흐르는 시간의 강에는 이것을 다시 두부모 자르듯 위에서 아래로 잘라 놓은 찰나라는 것이 있다. 바로 이 찰나가, 전혀 다른 세상으로 열린, 진짜 기적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것을 우리가 안다면, 그것으로 히어로니무스 호른라이퍼, 마토, 콩테 아타나시오 다르카나, 그리고 인디카비아의 역할은 마무리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 이야기도 여기에서 끝을 맺어야겠다.
<길잡이의 전설> 중에서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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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이면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1996년 6월
구판절판


세상은 자기 품으로 들어오지 않은 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사전에 이해를 확보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120쪽

아, 적은 아무데도 없는데 고통은 도처에 널려 있다.-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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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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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였나. 도서관에서 정해진 책 없이 이 책 저 책을 훑어보다가 황석영씨의 광주항쟁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갈증이 한창일 때였다. 그 책을 읽을 때의 내 느낌을 일종의 패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나라에서, 내가 태어난 다음 해, 군인이 같은 국민을 이유 없이 총검으로 겨누었다는 것은 생생한 증언과 기록에도 불구하고 믿기 힘든 것이었다.

이후 임철우씨의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한 5부작 장편 소설 <봄날>을 읽으면서도 정신적인 패닉은 계속되었다. 충격과 부끄러움과 분노는 뚜렷한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스무 살의 대학생을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 정체를 깊이 밝혀내지도 못하고서 90년대 말, 2000년대 초 대학생의 일상적 삶으로 매몰되어갔다.

그리고 2002년 내 손으로 처음 뽑는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으면서 역사를 알지 못하는 인간의 부박함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발딛고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20여 년을 살아올 수 있었을까. 처음으로 내 안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내가 뚜렷한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반 년. 2003년,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이 나라, 대한 민국에서 취업 준비생의 일상적 삶에 다시 매몰되어 버린 나는 과연 언제쯤, 이 나라의 역사와 내 자신의 전 존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88년 서울 올림픽 대회, 더 어렴풋이는 86년 아시안 게임까지가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전부지만 그래도 80년대는 내 유년 시절이 존재했던 시간이다. 교과서에서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민감한 현대사이기도 하다. 유년의 온실 같은 공간과 외면되어온 시대의 진실 속에서 내게 80년대는 일종의 진공 상태였던 것이다.

이 80년대를 강준만 교수의 성실한 증언과 사회 각 분야의 세밀한 관찰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실명 비판을 시도하고 '금기와 성역에 도전하는' 그야말로 왕성한 활동을 통해서 안티조선을 비롯한 현대 한국의 다양한 논쟁을 주도하거나 참여한 학자.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논쟁과 인물 비판이 상당 부분 그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지금 강준만 교수가 한국 사회에서, 적어도 논쟁의 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크다.

그런 그가 매일매일의 한국 사회가 아니라 가깝기는 하지만 7, 80년대라는 과거로 눈을 돌린 것 역시 역사를 알지 못하는 인간의 부박함을 계몽하기 위한 것일 테고, 작금의 여러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의 근원이 바로 이 시기에 잉태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러한 증거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1권은 '광주 학살' 의 고증에 거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저자가 80년대의 주제어로 삼고 있는 광주학살과 올림픽, 둘 가운데 하나이니 당연한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가 광주 사람들로 대표되는 호남인들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대목이 많다는 것과, 그로 인해 '관객의 부재' 로 인해 받았던 광주 사람들의 이중 고통을 강조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역시 거기에서 당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철저한 반성을 강조한 점이다.

아직까지도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하고 있는 지역감정의 불씨가 처음 시작된 시기이고 게다가 그것이 노골적으로 조작된 것임을 폭로하고 있기도 하다. 진공 상태였던 80년대와 장벽 너머의 세계였던 광주가 드러나는 순간 지금의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바꾸기 위한 노력도 시작될 것이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도 말하지 않았는가. 기억하는 것이 곧 응징의 시작이라고. 이 지점에서 강준만 교수의 현대사 서술은 그가 이제껏 계속해 왔던 사회비판활동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40년대사로 계속될 것이라는 그의 성실한 저술 활동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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