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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ㅣ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평점 :
역사란 얼마나 징한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가 우리 사회에 드리운 길고도 무거운 영향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모든 것을 친일의 탓으로 돌리는 사관에 대한 경계를 표하였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의 근원을 찾아가면 친일이 있다는 것이다. 제 때에 제대로 청산하고 단죄하지 못한 역사의 그림자는 얼마나 징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사실인가
정보를 전달하는 '역사책' 으로서의 역할. 각종 문헌과 당시의 언론 기록을 통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찬찬하게 설명해 주는 방식. 이를 통해서 드러나는 역사의 보다 큰 그림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때로는 교과서를 통해 배워왔던 역사와는 다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이의 유연함
진정한 보수에 대한 존경의 표현. 대중과 괴리된 운동 조직에 대한 비판. 친일에 대한 너무 가혹한 잣대에 대한 아쉬움과 진심으로 사과를 한 이들에 대한 관용의 제안. 진보와 보수를 가치 기준의 잣대로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의 관점이 이중잣대가 아닌지, 과연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가 획득할 수 있는 유연함. 진정한 의미의 대중 역사서.
이중잣대를 가지지 않는 것의 어려움
박정희를 찬양하면서 자식들에게 올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수 없고 일제의 학살 만행과 노근리 학살에 분노하면서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을 모른 체 할 수 없다는 저자의 서문은 이 책의 기본 태도이다. 사실 이러한 이중잣대는 보통 사람들에게 거의 생존본능처럼 익숙한 것이라서 이를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권 국가의 권리, 인간의 존엄성. 어떤 경우에도 버릴 수 없는 원칙을 놓고 볼 때 드러나는 상식은 너무 당연해서 놀랍기까지 하다.
이중잣대를 걷고 나니 상식이 보이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비상식적인 것을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교과서와 주류 언론에서 가르치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의 주제는 '역사를 보는 자신의 눈을' 가지고 더 나아가 '역사를 보는 눈까지 의심하라' 는 것이겠다.
'교과서라는게 우리나라는 국정교과서잖아요. 일본은 그나마 검인정인데, 국가가 규정한 역사만이 역사라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게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구요. 나라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굳이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싶은 역사가 있을 텐데,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거라면 굳이 들춰서 뭐하겠습니까? 하지만 국가에 관한 부분은 잊을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보거든요.
저는 이 땅에 대해서 애착이 있다는 말이예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이고, 국가가 없어지고, 시민 사회로 대체되는 것이 시간이 걸리고,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 제대로 된 국가여야 한다, 그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편안하게 살 수 있고, 그 국가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거죠. 국가를 만든 사람들,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시각이 아니라 다수의 구성원의 시각으로도 역사를 해석하고 싶은 겁니다.
이 사람들 중에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봤으면 하는 거죠. 역사란 게 기억들간의 전쟁이거든요. 상이한 기억들, 입장들의 전쟁이고, 거기서 잊혀졌던 얘기들을 끄집어내서, 재조명하고, 그렇게 한국 현대사를 가르치고 싶어요.' (한홍구 교수님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