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의 혼자놀기
권윤주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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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머리가 복잡할때가 있다. 귀찮고 버려진거 같고 그래서 가만히 있고 싶을 때 말이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이끄는데로.. 그럴때 읽으면 안성맞춤인 책이 스노우캣의 혼자놀기가 아닐까 한다. 책이 이끄는 데로 눈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동감을 하게 되고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보내게 되는.. 혼자놀기란 주제로 스노우캣의 재밌고 담백한 내용들을 담은 그림책이기에 더 쉽게 이끌릴 수 있을 듯 싶다.

대체로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 왕따, 소외자, 혼자밥먹는 사람, 혼자 영화보는 사람, 맨날 집에 있는 사람, 전화않오는 사람.. 결국 같은 말들이지만 이들이 공감할만한 내용들을 스노우캣이 재밌게 스케치해준다. 나뿐만 아니라 공감하는 이들이 많기에 스노우캣의 홈페니지가 인기도 많고 책도 인기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누구나 여러번은 혼자서 밥도 먹어봤을 것이고, 영화도 혼자 봤었을 것이고, 아웃사이더라고 생각도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사람사는 세상을 잠시만 둘러보면 몰라보게 혼자인 사람이 많다. 바쁘고 또 바쁜 세상이다 보니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허락되진 않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밀려나서 쓸쓸히 벤치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아웃사이더라고는 하지만 결국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주목을 받고싶어한다는 내용이 정답일 듯 싶다. 아웃사이더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주위에서 더 이상하게 보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스노우캣의 혼자놀기는 의미가 없는 듯 하지만 여러의미를 내포하고 있나보다. 혼자노는 사람들의 입장도 설명해 주고 있고 적당히 사람들에게 혼자지낼 수 있다는 걸 알리며 동지들을 끌어모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설프게 집단에 걸쳐져 있는 것 보단 확실하게 독립해서 혼자노는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집단에서 부각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책에 나온 혼자노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 김규항이라는 사람이 쓴 글이 있어 약간 놀랐다. 전혀 뜻밖의 책에서 뜻밖의 인물 김규항이라니.. 글을 읽어보니 스노우캣과 어느정도 통하는 곳이 있겠다.. 싶다. 혼자놀기라는 스노우캣의 그림책이 의미하는게 많긴 많나보다. 세상엔 사람도 많으니 소수자의 의견도 들어줘야 하는건 당연할 듯 싶다. 혼자놀기 유전자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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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신경숙 외 지음 / 명필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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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 관한 22명의 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의 다양한 추억담을 담은 책이다. 영화감독,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음악인, 영화배우, 기자, 만화가.. 직업만 봐도 창의력과 독특성을 필요로하는 곳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버스 정류장에 관한 이야기들 역시 왠지 모르게 색다르게 펼쳐질거란 생각을 하고 봤다. 책을 낸 곳 역시 그런 독특함을 얻어내기 위해 22명의 필진을 선정하진 않았나 생각이 든다.

버스 정류장에 새긴 추억들이 뭔가 다를거란 생각을 하고 봤지만 막상 읽어보면 대개 젊은날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와 일상에서 접하는 보통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약간 속았다는 느낌도 들긴했지만 역시 필진도 보통사람들이어서 경험하는 부분도 일반 사람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뭔가 크게 색다름을 원하는 독자라면 약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인상깊었던 부분은 영화주간지 필름 2.0의 이지훈기자가 쓴 '정류장, 들어서는 순간 비밀의 문이 열린다.' 부분이었다. 이지훈기자는 정류장에 들어선 순간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갖춘 공간이동의 장소이자 경계의 최전선이라고 한다. 버스 정류장에 있음으로 인해 공간이동의 경험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은 인상깊다.

버스정류장이라는 책을 읽었으니 이쯤에서 내 개인적인 버스정류장에 관한 추억담하나 옮겨놔야 예의일듯 싶다. 한 때 모모모버스를 무지하게 기다린 적이 있다. 다른 버스를 타도 되었지만 모모모버스는 집에서 가깝고 도착지에 바로 목적지가 있어 쉽사리 모모모버스의 유혹을 져버리지 못한적이 있다. 문제는 이 버스가 도대체 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30분에 한대, 40분에 한대.. 과연 서울의 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버스인지 의구심이 들다가 급기야 화가 나기까지 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늦게 온 버스기사의 난폭한 운전솜씨에 정말 기가 찼다. 이 버스를 기다리는 초반엔 버스의 정체를 잘 몰랐기에 마냥 기다렸는데 차차 오지 않는 이유를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버스가 안오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복합된 이유들이 얽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버스회사가 적자였다. 지하철이 생김으로 인해 버스가 설자리가 줄어들었다. 때문에 버스배차를 길게 잡게 되고 그러다보니 승객들은 안오는 버스를 더더욱 멀리하고 다시 적자는 늘어가고 또다시 회사는 직원들의 복지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고 그러다보면 난폭운전으로 버스기사들은 시위를 하고 결국 돌고 도는 악순환으로 회사, 시민, 기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도 않았고 그저 그렇게 버스는 지금도 계속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이며 이역 저역을 배회하고 있다. 해결책이라면 약간의 노선을 변경해 지하철과 마주치지 않게 운행을 하고 학생이 많이 밀집된 학교주변을 거쳐 운행하면서 점차적으로 적자를 면하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아니면 지하철이 곳곳에 뚫린 마당에 그 버스는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이게 내가 버스정류장에서 한없이 안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고민해봤던 추억담이다.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서울시내버스들의 당면한 문제들을 여실히 알 수 있어 소득이 있는 기다림이었다. 비록 적자에 시달리며 난폭한 운전으로 서울시내를 배회하고 있는 버스들이긴 하지만 지하철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긴장감과 생동감, 그리고 버스정류장이라는 기다리는 곳이 있기에 버스와 버스정류장은 더 특별하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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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역사
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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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카페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의 17세기,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를 조명해보고 카페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며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보여주고 있다. 카페를 중심으로 TV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서민들은 카페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고, 여러 사회문제들을 논하기도 했고, 예술가들은 창의적인 생각들을 카페에서 얻어갔다.

작가는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을 통해 카페가 차지한 비중을 여러각도에서 보여준다. 딱히 모일장소도 없었기에 카페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때문에 노동을 끝내고 돌아온 남성들은 카페에서 오락을 즐기며 한담을 나눴고 그 결과 남성들의 부인들은 카페를 타락과 부패의 온상으로 바라봤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또한 각 성당들 역시 카페로 사람들을 빼앗기자 카페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부분도 인상깊게 봤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작가가 직접 찍은 카페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카페의 역사를 담은 올칼러사진들을 부분부분 담고있어 약간은 지루해지기 쉬운 글들을 커버해주는 역할을 한다. 카페의 역사를 가지고 내용을 다룬 책도 인상깊지만 책을 쓴 작가역시 범상치 않은 것 같다. 작가에 대한 소개부분에 사진이 나오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 무척 시원하게 보이고 자유스러워 보였다. 작가도 멋있었고 책에 담긴 사진도 의미있었던 독특한 책이라 생각된다.

카페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카페를 차릴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처음에 카페가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카페가 변천되었는지를 알고 있으면 카페운영하는 데에도 여러면에서 도움이 될 듯 하다. 또한 카페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원조 카페였던 프랑스 카페들의 실내장식과 카페주인들의 모습들을 둘러보면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철학이 깃든 카페로 훌룡하게 개조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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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동을 전하는 기자이고 싶다
김은혜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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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여성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고, 착하고 순진함을 마냥 좋아하는 사회가 아닌지라 여러가지 상황속에서 재치있게 잘 대처하는 사람만이 복잡한 인관관계에서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혜기자는 사회부와 정치부기자를 6년동안 경험하면서 여러가지 인간군상들을 겪으며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통해 한단계 한단계 착실하게 올라서며 MBC라는 방송사에서 여성기자로서 자기자리를 잡아나갔다. 사회부기자를 하면서 억센 강력반을 겪어냈고, 삼풍백화점붕괴사건이라던지, 지존파사건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일들도 몸소 겪어냈던 것들이 김은혜기자에게는 중요한 경험으로 축적된 듯 하다. 여성기자로서는 겪기 힘든 사회부일들이었지만 특유의 근성과 당당함으로 겪어냈기에 지금의 앵커라는 위치에까지 오르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고 단순히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라는 위치가 멋져보이고 대학생이 닮고 싶어하는 여성 1위라는 수식어가 붙어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기 보다는 앵커라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경험해야 했던 숱한 노력들을 깊이 있게 관심가지며 책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다. 모든일에는 결과에 따르는 충분한 노력이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책에서는 당당함만 내보이고 있지만 모르는 곳에서 그녀가 흘렸을 눈물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여성인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면 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힘든 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그녀가 겪었을 일들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교훈 가운데 한 가지는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던 공부를 하던 충분한 위치에 오르려면 그 단계의 쓴맛단맛을 걸러낸뒤에야 비로서 자신만의 내공이 생겨 노하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김은혜앵커는 그 단계를 성실히 잘 소화했기에 책으로 이야기들을 쓸 정도로 성장했을 것이다. 기자생활을 오래한 사람이 쓴 책이라 그런지 내용에 생동감이 있었고 긴장감이 있어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틈새시간이 많은분들은 잠깐잠깐 책을 읽으면서 김은혜기자의 생동감있는 글들을 보며 삶에 도전을 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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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마스무라 에이조 사진,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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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만의 독특한 여행법이 담겨있는 책이다. 하루키가 여행한 멕시코와, 고베, 우동집, 아메리카 횡단기, 몽골, 까마귀 섬을 여행하고 쓴 여행기지만 여행장소 하나하나를 소재로 쓴 하루키의 단편소설집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여행기지만 여행에서 느낌받은 내용들을 각여행지에 맞게 하루키만의 단편소설로 상상적으로 쓴 책이다. 또한 하루키 책 답게 중간중간 등장하는 벤츠또한 하루키 책임을 상기시켜 주며 자본에 대한 동경을 갖게 했다. 인상깊은 부분은 우동집편과 몽골편이었다. 우동집편은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의 마을을 구석구석 돌면서 우동맛을 보는 내용인데 하도 우동만 먹으니 우동가락이 코에서 나올것 같단 표현은 인상깊다. 또한 하루키가 우동집을 스케치한 장면역시 익살스러워 인상에 남는다. 우동의 본고장 답게 면발을 직접만드는 곳에 가게가 있었고 고을 특유의 자존심도 있었고 갓 만든 우동을 들판이 훤히 보이는 평상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점은 넉넉한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즐겨먹는 나로서도 꼭 일본에 가서 풍경을 즐기며 먹고픈 마음이었다.

몽골편은 황폐한 사막과 길안내한 군인, 러시아 짚차, 마지막에 유목민에게 해가 되는 늑대가 군인에게 발견돼 AK47총에 의해 추적끝에 죽음을 당하는 부분은 씁쓸했다. 얼마전 TV에서 우리나라산 늑대를 만든다고 몽고다 어디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완전 구식으로 늑대정보를 캐는 우리연구원들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군에 있을때 하루키의 책을 자주 접했었다. 하루키 책을 갖고 있던 후임이 있어서 댄스댄스댄스와 하루키 단편집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군대라는 이상한 공간에서 하루키 책을 접해서인지 더 이상하고 신비?스럽게 다가온 책들이었다. 양의 탈을 쓴 사람이 책 중간중간에 나와서 사라지곤 했는데 꽤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는 책들은 관념적이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하루키 여행법을 재밌게 읽은탓에 '사진편'도 보게 됐다. 에이조군이 찍은 사진이었는데 여행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해주었고 죽은늑대의 모습도 보게 됐다. 사진집이라 해서 크게 기대를 했었는데 차라리 안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여행법에서 상상해본 내용들이 사진보다 훨 멋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통해 본 내용들이 상상한 내용에 훨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상과 실제의 차이일까? 아니면 하루키의 묘사가 너무나 뛰어나서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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