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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전집 - 증보판
백석 지음, 김재용 엮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백석-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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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보기위해...
아니 시험을위해 교과서 참고서에 밑줄쳐가며 배우는 것이 시어였다.
그리고 시였다.
하지만 그렇게도 지루한 시들중에서도 나를 감동시키도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시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을 뽑으라면 아마도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을
뽑지 않을까 싶다.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시인.
우리나라 시인들이가장사랑한다는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무위도식하다시피 하는 자신의
현재 모습과 어리석었던 지난날에 대한 자책과 회한으로 괴로워하지만,
그러나 곧 굳고 깨끗한 갈매나무처럼 굳세고 깨끗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나는 그리고 이 전집에 나와있는 시중 민족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 시들이 특히 좋다.
나무이야기라든지... 친구에관한이야기라든지....
월북시인이던 북한을 찬양하던 상관없이.. 민족임을 기억하며 다시금
이시를 읽을때 통일의희망에 그리고 다시금 새 힘과 희망에 벅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