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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 A Life - 미다스 휴먼북스
이와사키 미네코.랜디 브라운 지음, 윤철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당대 가장 성공한 게이샤로 칭송받는 이와사키 미네코,
그녀가 들려주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그들만의 세계'
아, 멋지지 않은가. 예전에 사둔 <게이샤의 추억>은 아직 읽지도 않은 주제에... 또 게이샤 북을 사고 말았다. 게이샤...를 고급 창부쯤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똑똑하고 자신이 가장 잘난 걸로 생각하는(아..막 나도 모르게 비꼬고 있다) 주인공이 자신의 옛 과거를 돌이킨다.
고급창부라... 그들은 춤추는 사람들이고, 예술인들이며, 우리가 '화류계'라 발음하는 '카류카이(花柳界)'라는 특별지역에서 교육받고 자신들의 예술을 파는, 특수한 사람들이다. 물론, 최고급 클래스의 손님들만 모시는 사람들이라 거기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 연예의 검은 이야기들에 때론 휘말려, 그걸로 인해 죽기도 하고,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하는 선택된 사람들이기도하다.
주인공은 6살에 집을 떠나, 아토토리(후계자)가 되어 특별대접을 받고, 늘 1등만 하다가(그것이 곧... 수입과 직결된다. 주인공은 매년 50만달러 정도씩 벌었다고 한다. 그건 60년대 일본 총수들이 벌던 수입을 상회하는 액수다) 스물아홉에 결혼을 하여, 게이샤로써의 삶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 기간동안, 윌리엄 황태자와의 만남, 영화감독 엘리아 카잔과의 만남, 그 외 일본의 유명한 박사,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한 영혼의 안식과 위로를 받은 순간들을 기록하며 자부심을 뽐내고, 자신을 시기한 사람들, 자신이 사랑한 사람들, 처음으로 몸에서 피가 나던 날과 처음으로 남자에게 몸을 열던 날 등을 자세히, 그리고 역시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없이 서술한다.
그래봤자...창녀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테고,
이것도 멋진 삶이다 라고 주억거릴게 분명한... 독특한 자서전이긴하지만, 그녀의 1등밖에 안해본 너무나 콧대높은 자부심이 행간마다 알랑거려, 마지막까지 읽다보면, 심사가 좀 뒤틀리기도 하는게 사실이기도 하다.- -
하지만, 역시 흥미롭다. 그네들의 시스템은 무척 복잡하고 엄격하며, 거의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가깝다. 개인적으론 관심있던 기모노의 스타일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림도 많으면 좋으련만, 한 벌에 3-4천만원 짜리 기모노, 무게를 합치면 25킬로 이상이 넘는 그들의 군장패션은 글로만 보고 있어도 화려하고, 힘들지만, 매력적이다.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후카사쿠 긴지의 특별전을 개최했을 때 본 그의 특이한 작품 하나. <오모짜(1999)>. '장난감'이란 뜻이지만, 역시 쿄토의 기온에서 벌어지는 게이샤들의 삶을 그린 작품인데, 그 이후로 더욱 게이샤란 삶에 대해 관심이 갔던 듯하다.
그들은 (어떤 부분에서) 창녀가 맞고, 또한 떳떳한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또한 굉장히 충실하다. 영화 엔딩에서 주인공인 소녀(16세)가 78살된 노인과 첫잠자리를 위해 벗고 누울 때 나던 광채.(자신이 마이코로 승격되기 위한 후원금을 지불할 스폰서와의 첫날밤) 는 유치한 장치라 할지라도, 그녀들이 여자가 되고 성인이 되는 과정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숭고하게 봐달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그녀가 드러누워 짓던 미소. 어떤 이는 보살의 미소라고도 표현하던데, 미화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어린 소녀가 마이코가 되고, 게이코가 되어가는 과정... 그건 하나의 전문 직업인으로의 수난의 과정을 보는 것과 같아서 맘 깊이 응원하고 싶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그런게 없었다. 그녀는 첨부터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고, 특별한 아이였고, 선택받았고, 늘 최고였다. 나름... 괴로움도 있다. 유부남과의 사랑에서 배신당하고, 부모와 이른 이별, 자매들의 시기 등등. 하지만, 스스로 게이샤가 되는 과정에서의 고통에 대한 자애, 슬픔 같은게 있을 법도 한데... 그저 앞으로만 달려온, 그저 '게이샤'란 마라톤을 위해 뛰기만 한 사람의 금메달을 보는 느낌.
우리가 보고싶은건... 그 사투, 그 게임인데 말이지.
물론, 이 책을 그렇게만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우려를 담기도 했고
뭐든 '달려라 하니'같은 스토리를 달아야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최고라고 인정하기엔, 2%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