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키가 어느날 물었다.
'어느쪽이 행복한 걸까?'
'뭐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하고, 다른 사람과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줄곧 생각하는 것하고'
둘은 약간 다투기 시작한다. 아키는 좋아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몇 십년후엔 서로의 나쁜 점들이 매일 쌓여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게 싫다하고, 사쿠짱은 좋아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10년후엔 좀더 좋아하고, 마지막엔 싫었던 점까지 좋아하게 되고, 100년후엔 머리카락 한올까지 좋아하게 될거라고 장담! 한다. 늘 생각의 끝과 끝에서 다투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열 다섯에 만나 100년 후까지 함께 있을 줄 알았...나 보다.
영화는 아키의 뼈가루를 뿌리러 호주로 떠나는 날, 역시나 또 울면서 일어난 사쿠짱의 아침에서 시작된다. 아키의 부모님과 함께 떠난 비행. 60억 인류에서 한 여자아이가 사라진, 사소한 사건에 불과한 일이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것에 동기를 부여해줬던 사람이 사라져, 그럼 자신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한 소년의 회상이다.
<세상의...>은 마치... 두 사람의 작가가 썼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앞부분과 뒷부분의 분위기가 다르다. 전반부의 두 소년소녀가 만나서, 연애를 해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유치하고, 전반부의 그녀의 죽음에 대한 경고때문에 모든게 암시처럼 또렷이 느껴져 절절한 아픔이나 감정이입보단... 과잉으로인한 지루함이 느껴질만큼 티가 난다. <국화꽃 향기>를 읽진 않았지만(아...온 대한민국 언니들이 손수건 여럿 배렸다) 영화 '국화꽃향기'를 우연히 보고, 심한 상실감(7천원!+알파)에 빠진 기억이 있었는데... 결국 일본판 소설을 읽어버린것인가?(이 소설, 아키의 병명은 백혈병이다!. ps 모든 중병을 앓고있는 분들에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일본 연애소설에 대한 약간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단한 실망감을 함께 몰고와...사실 억울해 죽을 지경이다. (아..책값도 무지 비싸다. 맘에 들지 않는 출판사... 할인도 얼마 되지 않다니. 이 값이면...차라리 올 여름 개봉한다는 영화라도 볼걸.)
물론, 호주의 붉은 사막에 아키의 뼈를 뿌리러 가는 장면에서의 감정묘사나 소년의 사랑의 감정치고는 생각보단 쿨한 매력에 잠시 마음을 뺏기기도 했지만, 둘의 사랑은 말만큼 깊지 못했고, 죽음과 남겨진 이에 대한 감정 역시, 애들 모래장난처럼 쉽게 사그러들었다. 애들의 사랑이라고 무시하거나, 소홀히 읽은 탓이 아니다. 더 원초적일수도 있는 러브스토리인데, 독자로써는 섭섭하고 아쉽다는 얘기다.
오히려, 좋았던 부분은 할아버지의 에피소드였다. 손자를 꼬드겨, 그 옛날 사랑하던 여인의 무덤을 파헤쳐 뼈가루를 훔쳐내게 한채, 언젠가 자신이 죽으면 함께 뿌려달라는, 그것도 들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세한 부탁까지 하는 와인중독자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손자 사쿠짱에 대한 러브 컨설턴트는... 이 소설의 유일한 미덕처럼 느껴진다.
ps
근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니? ...도대체 고민을 한 제목인가? 설마 이게 원제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