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 후회를 많이 했다. 아니, 사실 읽을땐 무척이나 푹 빠져들어 단숨에 삼켜버려놓고선 끝나고나니..이렇게 맘이 허전할 수가 없다. 그림엔 문외한이라, 그저... 아 느낌 좋다, 아 이건 별로인데 하는 이분법적 사고뿐이었지만,
이 화가의 작품들을 통한 느낌은 워낙 특별해, 화보집까지 구입해 소장하고 있던 터.
사실 안읽을순 없었다.

집안을 위해 베르메르씨네집에 하녀로 들어간 소녀는 집안 여자들 속에서의 긴장감과 자신이 먹여살려야할 부모를 위한 생존의 무게에 허덕이면서도 화가 주인님과의 은밀한 관계, 너무나 순수하고 더 이상의 선은 넘지않았던 그래서 더 격렬한 긴장관계(너무나 명민한 이 소녀는 그림에 미치는 빛의 영향을 걱정하고, 도구가 놓여진 각도를 통해 거의 반 화가적 태도를 보여준다)의 힘겨운 줄을 타고 살아간다. 결국, 그 성깔 사나운 작은 마님의 귀고리를 낀 채 그림의 모델이 되었다는게 밝혀진 순간, 그 집안을 혼자 몸으로 뛰쳐나가기전까지.
맨몸으로 그저 달려나간 눈이 큰 소녀. 그 작은 마을의 길이 8각형의 별모양으로 나눠지는 지점, 그녀는 고민한다. 어디로 가야하지? 그건 정말 당장 숨을 곳, 쉴 곳을 말하는게 아닌 자신의 인생, 열여덟 성인이 된 자신이 가야할, 자신을 지켜나가면서 걸어나가야할 방향을 선택한다. 그리고 과감히 그 길을 간다.
손톱밑에 핏물이 든 그 남자를 애써 피하려했지만, 결국 자신의 손톱아래 핏물이 들어가는 삶을 선택한, 하지만 건방지게 그림을 사랑한, 화가를 사랑한 소녀.
그림 하나로, 읊어낸 긴 소녀의 한숨같은 소설.

베르메르의 삶 자체도 비밀속에 숨겨져, 겨울 서른 일곱점의 작품외엔 밝혀진게 없는 단촐한 작품세계, 그중 그 그림속 '북부의 모나리자'라 불리우는 진주귀고리를 한, 비밀의 소녀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결국 더한 궁금증, 그동안 가지고 온 내 상상력에 제한과 거부감만 생기게 하고 말았다.
그건 이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결국 알아내지 못할 진실, 정말 알고픈 베르메르와 그 소녀, 그리고 유치하지만 정말 궁금한 그 둘의 관계(원래 화가와 모델사이의 관계란 사적인 깊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그 속이 더 궁금해져 미칠 지경이다.
그럼 영화는 어떻게 그려나갈거지?
난 또 고민하리라. 영화를 봐야할까. 그러면 이 궁금증이 풀릴까?

아마 보고나면 더한 호기심에 후회하고, 목말라하겠지?
아마 이 미스테리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더해지는 호기심과 투정....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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