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아마존 파괴에 맞선 부족 리더의 연대와 투쟁기
네몬테 넨키모.미치 앤더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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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리뷰입니다.


어쩌다 보니 읽은 이 책은 그냥 흘러가며 읽을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자인 네몬테 넨키모는 에콰도르 아마존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 여성이자, 부족의 땅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난을 헤쳐나온 인물이에요. 어릴 때부터 선교사들한테 학대도 받고, 석유 회사 때문에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당사자이죠.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한편의 드라마 입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남의 일 같고 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은 진짜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에요. 보통 우리가 접하는 서양인의 시각이 아니라 진짜 아마존 내부자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책입니다. 웬만한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읽는 내내 마음이 계속 두근거리더라고요. 이러한 몰입감은 우리가 다른 문화권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공감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기존의 에세이랑 확연하게 다른 책이에요. 보통 아마존 얘기하면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근데 이 책은 저자 네몬테의 진짜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마치 내가 아마존 한가운데 있는 듯한 현실감이랄까요. 그녀가 겪었던 고통, 절망,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 이런 모든 감정들이 글자 하나하나에 선명하게 살아있습니다. 중간중간 너무 슬퍼서 솔직히 감정적으로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원주민들이 외부 세력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문화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서는 진짜 화가 나기도 했고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에 감정 이입한 것처럼 온갖 생각이 다 들었는데, 그냥 "재밌다"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런 묵직한 뭔가가 있습니다. 좀 뭉클하기도 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에요.


이 책은 우리가 문명의 불편한 진실에 마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키죠. 석유 회사들이 아마존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목도하게 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참 씁쓸할 정도로 불편한 진실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지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중간에 그녀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고 부족들과 연대해서 거대 기업에 맞서는 장면은 진짜 감동 그 자체였어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 하더라고요. 이런 거 보면 진짜 인간의 의지와 연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에요. 읽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분명해요.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의 조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리도록 하죠.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뭔가 묵직한 메시지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특히 환경 문제나 인류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정말 잘 맞으실 거에요. 이 책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네몬테 넨키모의 메세지에는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파동을 품고 있습니다.



3줄 요약

1. 네몬테 넨키모의 회고록은 단순한 개인사를 넘어선 아마존 원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서양인의 시각을 벗어나 아마존 내부자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강렬한 몰입감과 생생한 현실감을 선사합니다.

2. 이 책은 서구 문명의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거대 기업의 탐욕적인 파괴는 우리가 무심코 누리는 편리함 뒤에 타인의 고통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협한 시각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3. 저자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부족들과 연대하여 거대 기업에 맞서는 과정은 감동과 희망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의 조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 공동체의 연대라는 가치를 떠올리게 하며, 함께 나아가는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리앤프리 #우리가우리를구한다 #네몬테넨키모 #미치앤더슨 #알에이치코리아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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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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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다는 언제나 미지의 공간입니다. 어릴 적에 심해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바다 생물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이 책은 잊고 있던 그들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줍니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바닷속 세상에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살아숨쉬고 있더라고요. 젊은 생물물리학자인 빌 프랑수아의 <바다의 천재들>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생물들의 바다 한가운데로 초대합니다. 물리학자가 쓴 책이지만 특유의 유머와 비유를 섞어 풀어내는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요. 그가 선사하는 과학적 지식은 놀라우면서도 재미있고, 박식하면서도 단순합니다. 저자가 얼마나 해양 세계에 열정적인지 몸소 느껴지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물리학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딱딱할까 좀 걱정했었는데 괜한 기우였습니다. 그림 삽화도 풍부하고, 편집도 매우 깔끔해서 정말로 물 흐르듯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은 겉으로 보면 바다 생물 도감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단순히 바닷속 생물의 생김새나 습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리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그들의 놀라운 능력을 분석해 주거든요. 반짝이는 피부로 은신을 도모하는 멸치의 생존 방식. 그들이 빛과 반사, 파동을 이용하는 원리는 엄청나게 심오한 과학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날치가 하늘을 활공하는 비법이나 어떤 물고기는 자라면서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해 줄 때는 마치 과학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발랑틴 플레시라는 작가의 수채화 일러스트도 좋았어요.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해주는 거 같습니다.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도 들고요. 궁금했던 해양 생물들의 모습을 그 그림들을 통해서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 책이 왜 '청소년 과학' 분야에 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도감 같기도 한 일러스트 모음집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동심을 깨우는 듯한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만듭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바다 생물들의 놀라운 능력과 생존 전략을 보며 우리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거 같아 눈여겨보게 되더라고요. 그저 신기하게만 여겼던 바닷속 생물들에게도 그들만의 치열함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지느러미발도요가 자신의 불리한 조건을 역이용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은 우리가 단점을 바라보는 관점을 뒤집습니다. 전기가오리가 전기를 만든다는 사실은 전세계 과학자들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하고요. 결국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지식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교양서인 거 같아요. 어쩌면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는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되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바다의 천재들>는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초대합니다. 그 속에서는 다양한 영감을 주는 해양 생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죠.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돼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과학책이라면 어렵지 않을까 겁내실 필요 없이, 풍부한 삽화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바다에 대한 낭만도 정말로 감동적이고요. 빌 프랑수아가 건내는 바다로의 여정은 우리의 호기심을 뒤흔들 능력이 있습니다.



3줄 요약

1. 이 책은 단순한 해양 생물 도감을 넘어, 물리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바다 생물들의 놀라운 능력과 생존 전략을 과학적으로 분석합니다. 멸치의 은신술, 날치의 활공, 물고기의 변신 과정 등을 통해 과학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하죠.

2. 섬세하고 아름다운 수채화 일러스트는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바다 생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과학적 지식과 예술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자에게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풍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3. 이 책은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다 생물들의 치열한 생존 방식에서 우리 삶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또,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되새기게 하며, 자연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 #바다의천재들 #빌프랑수아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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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과와 장미부터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인류와 역사를 함께 만든 식물 이야기 테마로 읽는 역사 8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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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리뷰입니다.


역사 책인데 역사 책이 아닙니다. 시간 순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100가지 식물들의 사연들을 듣는 옴니버스식 구성이에요.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장미나 사과부터, 파리지옥이나 대마까지 미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식물들까지 다양합니다. 더 타임즈의 수석 기자였던 사이먼 반즈는 식물이라는 주제로 각자의 연대기를 그려냅니다. 아무래도 100가지 식물을 개별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있는 주제를 먼저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열만 하는 식물 백과사전이 아니라 각각의 식물에도 깊이있고 다채로운 내용을 수록하고 있어요. 보시면 판형도 매우 크고 두께감이 상당해서, 굉장히 많은 텍스트가 들어간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양장본이라 튼튼하면서 느껴지는 질감이 소장하기에도 고급진 느낌이에요. 단순하게 생각해도 이쁘게 잘 나온 책이라 소장 가치가 커서 같은 시리즈인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도 하나 구매해서 옆에다 꽂아 넣을 생각이에요.


이 책을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저자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식물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요. 평소에는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풀이 끝부분이 아니라 밑에 자라난다는 특성 때문에 방목 시스템을 다질 수 있었고, 고흐가 해바라기를 선택한 예술적 이유를 탐구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왜 이토록 식물 보호에 힘쓰는지도 이해하게 됐어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나 기후 변화 같은 심각한 환경 문제들을 이야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식물들의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이 세상을 지탱하는데에도 그들이 많은 기여를 했구나 깨닫게 되더라고요. 왠지 이 책은 우리에게 "너희는 식물 덕분에 살고 있는 거야"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잘 만들어진 칵테일 같은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다양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책이에요. 단지 식물 이름이랑 관련 내용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식물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문화를 만들어냈는지 지루하지 않게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밀이나 쌀 같은 식물은 우리가 먹고사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해요. 인류 문명의 시작과 발전, 심지어 전쟁과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책을 쉽게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게다가 책에 삽입된 식물 그림이나 미술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매우 큰 판형에다 풀 컬러라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습니다. 왠지 식물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도 들더라고요. 어려운 과학 이야기도 종종 나오지만, 저자의 유머 감각 덕분에 따분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와 식물이라는 주제를 멋드러지게 엮어낸 수작입니다. 솔직히 두께가 상당해서 이거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다 못 읽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금방 다 읽을 수 있었어요. 굉장히 흡입력이 있는 책이에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글쓰기에 능통한 저자의 필력 덕분이기도 할 겁니다. 게다가 책 디자인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고급진 아이템을 하나 가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책에 대해 이런 얘기를 정말 안하지만 소장가치도 뛰어납니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은 싫어하지만, 단단한 인문학이나 역사 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요. 식물과 역사라는 화학적 결합으로 생각지도 못한 신선함과 즐거움이 탄생합니다. 사이번 반즈가 펼쳐낸 식물들의 위대한 대서사시에서 그들은 절대로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3줄 요약

1. 이 책은 기존 역사책의 틀을 깨고, 100가지 식물의 개별적인 연대기를 통해 인류 문명의 흐름을 재조명합니다. 밀, 쌀처럼 익숙한 식물부터 파리지옥, 대마까지 다양한 식물을 탐구하며, 우리가 식물이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닌, 문명과 역사를 이끌어온 주역임을 깨닫게 합니다.

2. 이 책은 단순히 식물의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문학, 문화, 과학적 지식을 풍부하게 녹여내 독자에게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선사합니다. 식물 이야기에 담긴 깊은 통찰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3. 이 책은 아름다운 식물 삽화와 미술 작품, 고급스러운 양장본 디자인으로 소장 가치를 높였습니다. 특히, 독자를 끌어들이는 저자의 흡입력 있는 필력은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쉽게 넘기도록 합니다.


#100가지식물로읽는세계사 #사이먼반즈 #현대지성 #식물 #인문학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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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조지 맥개빈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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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리뷰입니다.


 우리는 극단적인 규모의 것들을 생각할 때 경이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제가 이전에 우주를 다루는 <존재의 역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경험을 했거든요.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거대한 것들을 상상해야 하는 어려움. 그 까마득한 시간이나 장대한 규모를 생각하면 말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반대로 <숨겨진 세계>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미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저자 조지 맥개빈은 25년간 재직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떠나 방송인이 되어 BBC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곤충이라는 게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지는 않은 주제 같더라고요. 미디어를 봐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나 더 나아가서는 어류, 조류에 주로 관심을 가지지 곤충까지 다루는 컨텐츠는 부족한 거 같아요. 보기에는 그저 징그럽다고 질색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작지만 위대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어쩌면 미생물을 다룬 애드 용의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와 결이 비슷한 교양서입니다. 과학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도록 만드는 비범한 힘이 있죠.


 이 책 진짜 술술 읽힙니다. 저자가 곤충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저도 덩달아 기분 좋게 읽었어요. 문득 최재천 교수도 생각나고요. 친절한 교수님이 나오는 재밌는 과학 유튜브 한편 보는 느낌이에요. 단순히 곤충 이름이랑 특징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곤충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우리 인간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재미있게 설명해줘요. 예를 들어, 메뚜기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비만 문제까지 파헤친다는 내용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메뚜기와 같은 곤충이 영양소별로 식욕을 느끼는 것을 발견하여, 자연에서는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의 식욕이 협력하여 균형 잡힌 식사를 돕도록 하는 걸 파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공 식품으로 고안된 인간의 식탁에서는 자연이 만드는 균형이 깨져버리는 거죠. 많은 과학자들이 곤충의 행동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중간마다 과학자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분들이 진짜 곤충에 미치신 분들이구나 싶었어요. 자기 연구 분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막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존경심까지 생기더라고요.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는 거였어요. 곤충이 없으면 우리도 생존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처음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을 겁니다. 사실 곤충은 우리 자연을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기반이더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꽃가루도 옮겨주고, 죽은 것도 분해해주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그저 징그럽고 해롭다고 생각했던 곤충들이, 사실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괜히 머쓱하더라고요. 그리고 저자가 글을 풀어내는 감각도 좋았어요. 딱딱한 과학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재미있는 비유나 에피소드를 섞어서 물 흐르듯이 읽었던 거 같습니다. 그 덕분에 곤충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저도 푹 빠져서 볼 수 있었어요.


 <숨겨진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곤충을 시시하게 대하지 않도록 합니다. 곤충을 통해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보게 해주고,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어줘요. 특히, 편집도 매우 깔끔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이야기가 많아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뭔가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과학 교양서를 찾으신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이한음 번역가라 딱히 읽기 어렵거나 하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스케일을 벗어난 이야기를 듣게 되면 뭔가 조금씩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그들의 세계도 매우 치밀하고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조지 맥개빈은 우리를 '숨겨진 세계'로의 여행을 이끄는 최고의 가이드입니다.



3줄 요약

1. 이 책은 곤충의 세계를 통해 거시적인 우주처럼 인간의 스케일을 벗어나는 미시 세계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며, 우리가 간과했던 작은 존재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2. 곤충은 단순한 '벌레'가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핵심 구성 요소이며, 인간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3. 곤충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리앤프리 #숨겨진세계 #조지맥개빈 #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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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감염 예고 -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다섯수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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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이클 루이스가 또 한번 압도적인 주제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영화 <머니볼>, <빅 쇼트>, <블라인드 사이드>의 원작자로도 많은 분들에게 익숙하실텐데요. 최근 작품인 <고잉 인피니트>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만큼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는 현실의 복잡한 이면을 소설보다 더 치밀하고 흥미롭게 직조해내는 비범함이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숫자와 금융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미국 정부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시각도 엿볼 수 있었거든요. 이번 에도 안 읽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 감염 예고>는 마치 재난영화 속 클리셰 같은 팬데믹 속 숨겨진 영웅들과 무능한 관료주의 사이의 치열한 분투기를 그려냅니다.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현실이 마이클 루이스와 만나 더욱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요. 아무래도 미국의 이야기다 보니 우리가 모르는 얘기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당시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 앞으로의 트럼프 2.0 시대 또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마치 잘 쓰여진 소설 한편을 읽은 기분이에요.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적인 인물들을 보여주기 보다는, 팬데믹의 최전선에서 싸운 인물의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예를 들면, 채리티 딘처럼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싸우는 의사들, 조 드리시처럼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까지 어쩌면 우리가 이름조차 몰랐을 이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좀 감동적이더라고요. 이들이 올드한 관료주의와 무능함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짜릿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그 거대한 기관이 이렇게 무능할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답답하더라고요. 펜데믹이 퍼지는데도 어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거 보면 이 부분에서 미국인들이 화 많이 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역대 최악의 폰지 사기꾼인 버나드 메이도프를 향한 수많은 경고에도 미적지근하게 대처하다 피해를 키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떠오르더라고요. 우리가 몰랐던 영웅들의 이야기, 그리고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인류가 펜데믹을 극복한 과정은 절대로 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잘못된 점만 비판하는 게 아니라, 희망의 메세지를 잃지않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팬데믹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숨겨진 영웅들 덕분이죠. 펜데믹 대응의 핵심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한 소녀의 과학 프로젝트가 국가적 팬데믹 대응책의 근간이 되었다는 부분은 솔직히 좀 놀랍더라고요. 그야말로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펜데믹에 대해 국가적으로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렇게 사회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저도 쉽게 판단이 안 설 거 같아요. 그래서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자기 할 일들을 하지만 '진짜 영웅'이라고 칭송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봐요.


<세계 감염 예고>는 시스템의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펜데믹을 빌어 그점을 가장 꼬집고 싶었을 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감시해야, 앞으로도 이런 국가적인 재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테니까요. 개인적으로도 관련 도서를 더 찾아보고 싶을 만큼 전염병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네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거 같습니다. 원체 흥미롭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내용이라 그의 지난 작품들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재밌는 논픽션을 읽고 싶은 분들이나 미국의 펜데믹 대응에 궁금증이 생기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더 빠져들고 뭔가 찝찝하지만 동시에 후련한 그런 묘한 책입니다.



3줄 요약

1. 이 책은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개인의 헌신과 노력으로 팬데믹에 대항한 이들의 활약상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2. 마이클 루이스는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무능과 관료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부분을 통해 미국 보건 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3. 팬데믹으로 인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잃지 않는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찰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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