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
권성욱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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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독창적인 책이다. 세계대전사를 논할 때는 주로 존 키건의 저서를 떠올릴 것이다. 한국에서도 흥행한 <덩케르크> 같은 영화도 그렇다. 영국군과 독일군 사이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 전쟁을 미국과 영국, 독일, 소련과 같은 강대국 위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약소국을 중심으로 세계대전을 재구성했다. 이전 작인 <중일전쟁>에서도 아마추어 역사가임에도 풍부한 자료와 고증으로 뛰어난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런 포지션의 저자들은 보통 가벼운 역사 입문서를 출간하지만 이 저자는 꽤나 비범하다 할 수 있다. 약소국들이 생존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참혹한 결과를 맞는지 입체적으로 대비시킨다. 그들은 단지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세계대전의 운명을 바꾼 주체적 행위자였다.


2. 약소국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우리 역사를 돌아보게 하며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씁쓸하게 만든다. 호이-라발 조약은 유럽의 평화라는 명분으로 에티오피아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그들의 영토의 절반을 이탈리아에게 떼어주려 했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대전을 읽으며 영국이나 미국처럼 생각하기를 강요 받은 게 아닐까. 에티오피아처럼 생각해보자. 국제 정치는 정말로 냉정하기 짝이 없다. 지금 중국의 패권주의가 커지고 있으며, 한미동맹이 뭐든 걸 해결해 줄 전지전능한 마법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0세기 약소국들의 역사를 읽는 내내 나에게 따라다니는 질문이었다.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동맹도 없었다는 고리타분한 대답으로 끝내야 하지 않을까.


3. 이 책은 과거를 다루지만 현재를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실용서로 쓰이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현재 국제 정세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실용서처럼 다가왔다. 이 전쟁사를 읽으면서 많은 분들이 오늘 날 전 세계가 직면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란 전쟁을 떠올릴 것이다. 저자는 우크라이나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서양 지식인들을 보며 과거 히틀러의 팽창을 묵인했던 유화론자를 떠올린다. 대만의 외교적 안일함에서는 나치 앞에서 무저항으로 항복한 덴마크를 비유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물론 단순한 케이스 비교일 수 있고, 과거와 현재의 환경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시사점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떠한 미래도 발생할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4. 결정권자들의 바보 같은 판단을 보는 건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20대 최고의 코인 부자라 불리던 뱅크먼프리드의 몰락을 다룬 <고잉 인피니트>를 읽었던 적이 떠오른다. 저자도 이전 작인 <별들의 흑역사>에서 이와 같은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재미없기가 어려운 주제다. 여기서도 권력욕에 눈이 멀어 실책을 하는 찌질한 이탈리아 장군을 포착한다. 이탈리아 총사령관인 바돌리오의 우유부단함은 그리스 침공을 대실패로 만든다.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하지만 단순히 재밌는 교양서로 접근해도 나쁘지 않다. 엄청난 두께의 책이지만 그것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권성욱 저자만의 세심하고 실감나는 필력이 큰 몫을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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