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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살펴본 메타 착각
박종성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발상이 참신하다. 성공이 아닌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성공 신화를 다루는 이야기는 생존자 편향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주로 미디어에서 승자의 목소리 밖에 들을 수 없다. 똑같은 방식을 시도했더라도 실패한 사람들은 말이 없다. 게다가 성공 안에는 수많은 운과 우연이 있다. 모든 걸 필연적으로 보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하다. 성공은 좋은 스승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실패의 구조와 패턴을 이해하는 건 성공을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100년 전 전기 혁명 당시 공장주들이 저지른 실수가 오늘날 기업들이 AI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또 다시 재현된다. 시대를 초월한 실수의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를 매혹시키는 반짝거리는 이론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런 유행에 현혹되지 않도록 엄하게 가르치는 선생님과 같다. 현실을 알기 위해서는 이런 쓴맛도 필요하다.
2.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으로 빠지는 착각이 무엇일까? 저자는 5가지 메타 착각을 제시한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기업들도 이러한 실수를 피해가기 어려웠다. 야심차게 진행한 자동화 프로그램이었던 GM의 라이트 아웃은 명확한 비전 없이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은 낡은 조직 문화를 만나 삐걱거릴 뿐. 도구의 혁신이 곧 생산성의 혁신인줄 알았는데,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담은 격이었다. 그렇다면 혁신의 정답은 거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시스템에 있을까?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질로우 오피스의 기계 학습 모델은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그대로 붕괴해버렸다. 미디어에는 단순하고 명쾌한 원칙으로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단순한 원칙은 복잡한 현실을 만나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성공한 고집은 소신이 되고, 실패한 소신은 고집이 되지 않는가.
3.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사건 부검 체크리스트다. 저자는 각 챕터에서 예시로 든 기업에게 이를 적용해본다. 프로젝트가 이미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가정한 뒤 그 원인을 역으로 추적하는 방법론이다. 되게 흥미롭지 않은가? 인지심리학자이자 직관의 대가 게리 클라인이 고안해낸 개념으로 노벨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너먼도 최고의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우리에게 가상의 실패를 맛보게 하여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이는 관성적인 집단사고를 깨부순다. 팀원들 모두가 날카로운 비판자가 될 수 있는 점에서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유행했던 그릿이란 개념이 떠오른다. 장기적이고 열정적인 끈기라는 이 개념은 무척 낭만적이지만 반론의 여지가 많다고 한다. 어느 한 분야에 달인이 되어야하는 정적인 환경에는 중요하지만, 오히려 규칙과 패턴이 불확실하고 복잡한 사악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경제나 금융, 경영이 후자의 환경에 가깝다고 한다. 어제의 확신을 오늘 포기하는 영민함이 실력이 될 수 있다. 그곳이 실패와 착각의 늪일 수 있기에.
4. 저자는 15년차 컨설턴트로 기업 현장의 바로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래서인지 추상적인 이론을 생생한 현실로 풀어내는 능력이 최고인 듯하다. 그가 주니어 컨설턴트 시절 목격한 스마트 팩토리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관제실 스크린에 수백 개의 녹색 불이 켜지는 첨단 시설이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기계가 발생시키는 미세한 에러 때문에 추가적인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보고서의 숫자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속은 꼬이고 꼬여 풀지도 못하는 실타래가 되어버렸다. 역선택이란 미시경제학 개념을 질로우의 부동산 매입 전략으로, 그림자 노동을 셀프 계산대가 발생하는 문제로 설명한다. 나 또한 이러한 문제 상황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되니, 책에서 제시한 개념을 오래 기억하게 되는 거 같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망치를 내려놓고 이 책을 펼쳐보자. 더 넓은 시야가 보이지 않는가. 그가 가르쳐주는 현실에 대한 겸손은 이 복잡한 세상을 헤쳐나갈 최고의 지적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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