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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역사 - 과거의 세계가 미래를 구할 수 있을까?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조민호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흥미롭고 독창적이다. 과거의 지혜를 미래의 문제 해결 도구로 사용한다. 전작인 <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회철학자이기에 시도해볼 수 있었던 관점일까. 이는 전통적인 역사가 아니라 응용 역사라고 부르는 듯 하다. AI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거나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어떻게 과거에서 찾는 걸까?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금융 시스템이나 에도 시대의 일본이 보여준 순환 경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실제 사례를 가져오기 때문에 허황되지도 않다. 그는 현재 석유 대기업의 전략이 19세기 노예제 옹호론자와 비슷함을 포착한다. 과거에는 캡틴 스윙의 농민 폭동과 같은 파괴적인 저항이 노예제 폐지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급진적인 행동이 변화의 필수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역사는 지식인들의 원탁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살아있는 지혜다.
2.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합성생물학? 우리는 미래를 얘기할 때 기술적인 해결책에만 기대는 거 같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맹점을 지적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나 협력에 기반한 사회적 혁신도 그 중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물 부족에 대한 해법도 이와 맡닿아 있다. 중세 발렌시아에는 물 재판소가 있었다고 한다. 지역 농민들이 수백년간 자치적으로 물을 배분할 수 있었던 시스템으로, 이는 기술적 혁신 없이 얼마나 뛰어난 성과를 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점점 양극화 문제가 커지는 소셜미디어의 대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의외의 유추가 풍부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기보다, 패턴을 발견하고 관계를 설정하는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빠져 보시라.
3. 그는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역사는 계속해서 나아진다고 믿는 스티븐 핑커와 같은 사고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의 역사는 비극의 과정이었음을 인정한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낭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직함이 메세지의 신뢰를 더해주는 게 아닐까. 희망이란 가만히 기다리면 오는 것이 아니다. 인도의 케랄라 여성이 카스트와 식민주의에 맞서 싸운 역사나, 핀란드 여성이 평등을 위해 투쟁한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희망을 만드는 건 구체적인 행동과 연대다. 우리는 '나'보다 강하기에 지금의 생각을 넘어선 미래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안일한 위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흔들리지 않을 용기를 얻는 듯 하다.
4. 아래로부터의 역사, 서구와 엘리트 중심의 서술을 탈피하라. 다양한 문화권과 평범한 사람들을 담아내려 했다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는 부유한 국가 출신의 백인 남성임을 솔직하게 밝힌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워드 진의 민중사적 관점을 따르겠다고 약속한다. 그래서인지 역사 속 지역의 지도자나 학생 활동가, 거리의 운동가의 중요성을 꽤나 강조한다. 1장의 주인공은 노예였던 새뮤얼 샤프와 이름 없는 농민들이었다. 이전에 말한 일본 에도 시대를 포함해서 중세 이슬람 왕국, 인도 케릴라, 쿠바 혁명과 같이 전세계 다양한 사례를 다루기도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요즘 트렌드에 맞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시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이 사회의 창조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제 과거로의 여행은 끝났다. 우리의 내일은 우리가 만들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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