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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수업 - 오늘의 시민을 위한 칸트 입문 강독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6
김선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칸트 수업으로의 초대. 이 책은 2024년에 진행된 칸트 탄생 300주년 기념을 기반으로 집필되었다. 이것은 강의에서 출발했다는 점, 이것이 가장 큰 무기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내용은 우리를 책상 앞에서 수업에 참여한 생생한 경험을 하도록 한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질문과 적용의 과정은 추상적인 개념을 나만의 구체적인 가치관으로 만들어준다. 모든 사람이 특정한 색안경을 쓰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각자가 보는 세상의 색깔은 그들의 색안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것이 칸트의 첫 번째 물음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 대해 아는 것일까?" 당신도 이 흥미로운 사유의 과정에 동참해보시라.
2. 철학은 그저 낡은 것일까? 이것의 현대적 쓸모는 무엇인가. 고전 철학은 단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집요하게 증명하도록 하는 도구다. 그래서 이 책도 칸트의 3대 비판서를 순서대로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흐름은 최종적으로 '글로벌 시민으로 생각하기'라는 실천적인 주제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쓸모'라는 단어는 철학자들이 쉽게 꺼내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주로 철학에는 그 이상의 역할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저자는 대중들이 원하는 이 철학의 쓸모에도 정면으로 도전한다. 역설적으로 칸트는 쓸모있다. 정언명령은 나만의 판단 기준을 세워주며, 인식의 틀은 점점 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현대 시대에 필히 지녀야 할 비판적 태도이다.
3. 철학자들은 언제나 그곳에 그대로 있다. 이것을 전달하는 저자의 역량이 책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을까. 이 책은 칸트를 평생의 동반자로 삼아온 인간 김선욱의 책이다. 거기에다 철학과 교수로서의 전문성을 얹었다. 그의 스승인 조가경 교수님과의 일화는 철학자들만의 낭만을 보여주는 듯 하다. 칸트의 초상화를 보며 독일어로 실천이성비판을 암송하는 모습. 그들의 철학으로 얼마나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살아가려 했는지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겸손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세상에서 쓸모 없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는 여기서 미스터 선샤인의 대사를 인용한다. 우리는 원래 달, 꽃, 별, 웃음, 농담과 같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가. 인간이란 그렇다. 왜 필요하지 않은 것에 그리 끌리는지.
4. 철학은 문제인가? 우리는 그 문제의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철학에는 딱딱한 논증과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하는 건 생각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우리 내면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철학이 아닌가. 우리는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과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성의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것은 칸트가 말한 계몽주의와 일치한다. 우리는 생각과 현실 사이를 공존해야 한다.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만 품고 있다면 그 삶은 공허하고, 이상 없이 현실만 따른다면, 그 삶은 맹목적이 된다."는 말이 참 가슴 깊이 다가 온다. 읽는 동안 정말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철학이라는 행위는 참으로 아름답다. 그에게 배운 지식을 조금이나마 현실에 실천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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