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 - 부의 한계를 넘어선 슈퍼리치 본격 탐구서
귀도 알파니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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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부자란 무엇인가? 우리는 부자가 되길 원하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진지하게 고찰해본 적은 없는 거 같다. 저자의 시각은 독특하다. 부자를 하나의 계급으로 보지 않고, '부유함'이라는 경제적 기준으로만 그들을 판단한다. 사회 계층이나 신분적 해석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함이 돋보인다. 시대를 관통하는 부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는 수많은 통계와 사료를 가져와 이 대담한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피렌체 공화국의 재산 시스템이나 유럽 부자들의 부 점유율 그래프가 등장하는 식. 부자들이 만들어낸 탐욕의 역사, 그것을 총망라한 경제사 교수의 야심찬 시도를 보여준다.


2.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는 '부의 불평등'일 것이다. 극한의 부가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격차일테니. 이 책은 우리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남긴다. 불평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이것은 경제 성장이 불평등을 줄인다는 쿠즈네츠 가설에 의문을 던진다. 놀랍게도 14세기 흑사병이나 20세기 세계대전은 부의 재분배를 가져왔다. 인류의 파괴와 고통이 불평등을 감소시켰다는 역설이라니. 그만큼 불평등을 억제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게 아닐까. 게다가 엘리트들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불평등을 증가시킬 수 있을 때마다 마다하지 않았다. 정치와 제도는 불평등을 사랑했다.


3. 부자가 되는 법은 명쾌하다. 상속, 혁신과 기술을 통한 기업가 정신, 금융업 세 가지 유형을 기억하라.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부유한 사람들은 부유한 아버지나 삼촌을 가졌다고 한다. 결국 부의 세습화는 가장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부의 원천. 중세에는 상속이 주류였다면, 이후 무역과 산업혁명이 등장하며 상인이나 사업 자본가라는 새로운 집단이 등장한다. 그들은 사회적 지위를 인정 받기 위해 호화로운 소비를 즐겼다. 현대에 와서는 금융업으로 성공한 이들을 조명한다. 각 시대마다 부를 축적하기에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 그 변화의 흐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4. 과거 부자들의 역할은 낭만적이었던 거 같다. 그들은 자신의 부를 통해 지역 사회를 돕는다는 사회적 책무가 있었다. 웅장한 도시를 관리하는 데 이탈리아 부유층이 대규모 후원을 펼쳤던 것처럼. 이러한 책임감을 지금 와서는 찾아볼 수가 있는가? 금융위기나 펜데믹에서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저버린다. 부자의 가치는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수천년의 역사를 아우른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맞물리며 짜릿함을 선사한다. 우리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장대한 역사의 맥락에서 그들의 질서를 이해할 수 있다. 마치 부의 '사피엔스'를 읽는 듯한 경험이었다.


5. 저자의 치밀한 분석이 이 책의 완성도를 만들어냈다. 이탈리아 이브레아에 있는 1613년 인구조사 문서처럼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자료까지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단지 자료를 입수하는 걸 넘어서, 이를 교차 검증하며 자료의 맥락까지 파악하려고 한다. 이런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신뢰감을 얻을 듯 하다. 더 나아가 그는 자료의 한계성까지 정직하게 공개하며 깊이를 더한다. 이 책은 매혹적이고 대담하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과 편향으로 만들어진 모래성이라면 얼마나 허망할까. 절대 그것이 아니라는 듯 귀도 알파니가 끈질기게 찾아낸 데이터와 지난한 연구 과정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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