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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
조너선 케네디 지음, 조현욱 옮김 / 아카넷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동안 역사책을 읽으면서 이런 관점은 처음이라 놀라웠습니다. 우리가 배운 역사는 대부분 영웅이나 전쟁 그런 서술이 대부분이지만, 독특하게도 '미생물'이라는 주제로 인류 문명의 역사를 풀어냅니다. 조너선 케네디의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매우 독창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저자는 런던 퀸메리 대학에서 글로벌 공중 보건을 가르치고 있는 사회학 전문가라고 합니다. 전공이 그래서 그런지 질병이라는 주제로 역사를 풀어내는 시각이 참 신선해요. 우리가 흔히 간과했던 미생물이 인류 문명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논증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파격적인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그 논리와 근거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인류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매우 흥미롭게 제시한다는 점이에요. 약 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부터 근래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유전학, 고고학, 생물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종횡무진 엮어냅니다. 특히 고대 유골에서 병원균의 DNA를 분석하여 과거 질병의 역사를 추적하는 과정은 놀랍더라고요. 예를 들어, 스톤헨지를 건설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이주민으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거나, 수천 년 전 스웨덴의 신석기 시대 유골에서 박테리아의 흔적을 발견하는 등 고고유전학의 최전선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방대한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저자의 역량 덕분에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네요.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균'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의 고정관념의 도전하는 즐거움을 줘요. 로마 제국의 쇠퇴 원인 중 하나로 역병의 영향을 제시하거나, 아메리카 대륙이 쉽게 정복당한 배경에는 군사력의 차이만큼이나 유럽에서 건너간 질병의 파괴력이 중요했음을 강조합니다. 미생물에 의한 인류의 흥망성쇠는 여기에 그치치 않아요.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여 노동력 부족을 야기했고, 이것이 결국 봉건제 붕괴와 자본주의 태동의 한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는 분석은 역사를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을 불어넣어 주더라고요. 이처럼 익숙한 역사적 사실 뒤에 숨겨진 미생물의 역할을 발견하는 과정은 마치 잘 짜인 미스터리 소설과 같았습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우리는 역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거 같아요.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역작입니다. 인간이 역사의 유일한 주체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물러나 거대한 자연 생태계의 일부임을 배우게 되죠. 물론 이 책이 제시하는 관점이 역사를 해석하는 유일한 해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역사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역사와 과학 또는 인간과 문명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한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풍부한 지식과 함께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만난 깊이 있는 통찰과 폭넓은 지식을 선사하는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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