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 - 미국경제 욕망의 역사
말콤 해리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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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마주했을 때, 정말로 압도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내용도 인상적이었고요.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는 한 지역의 역사를 따라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논픽션입니다. 저자인 말콤 해리스는 월가 점령 시위의 한복판에서 트위터로 사람들을 모으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던 논쟁적인 인물입니다. 그저 흥미로운 가십거리가 아니라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짐작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성공 방정식을 다루는 기존의 비즈니스 서적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사회 문제와 기술 발전의 어두운 면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죠. '팔로알토'라는 제목은 그저 한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자본주의 그림자'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지역사를 넘어선 더욱 거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팔로알토라는 작은 도시를 현미경 삼아 탐욕의 자본주의를 해부하는 야심찬 시도를 보여주죠. 읽는 내내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유령'이라는 비유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독창적인 시각입니다. 저자는 팔로알토를 유령에 씌인 곳으로 묘사하며,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의 불평등과 사회 문제에 깊숙한 관련이 있음을 강조해요. 골드러시 시대의 원주민 학살, 인종차별적인 주택 정책, 실리콘밸리의 눈부신 성공 뒤에 감춰진 노동 착취 등, 잊혀질 수 없는 역사의 비극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죠. 단순히 과거를 고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1964년 캘리포니아부동산협회가 주택 내 인종 차별을 허용하려 했던 '발의안14' 캠페인을 예로 들며, 부동산 권력과 투자 논리가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읽으면서도 팔로알토라는 지역적 특성을 넘어서, 우리 주변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욕망에 잠식되는지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저자는 또한 거대한 역사 흐름과 미시적인 삶의 디테일을 능수능란하게 연결해냅니다. 팔로알토 동부 지역 갱단의 기원, 고속도로 옆 막다른 골목길의 도시 계획적 의미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지역 주민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도시 계획, 사회 문제, 경제 논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을 생생하는 표현하는 저자의 집요함에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 팔로알토를 건설한 주요 인물들의 성공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냉혹한 사업 수완, 빌 게이츠의 '소프트웨어 제국'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복제 논란 등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적 성공에 감춰진 이면의 윤리적 문제들을 목도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딱딱한 이론 대신 위트 있는 비유와 냉소적인 어조를 사용하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해요. 덕분에 두꺼운 쪽수에도 술술 넘기며 읽었던 거 같습니다.


<팔로 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는 쉽지는 않은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던지는 불편한 질문들은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들을 담고 있어요. 팔로알토라는 특정한 장소를 통해 자본주의의 심장을 해부하고, 그 작동 원리와 윤리적 딜레마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요구하는 문제적 텍스트입니다. 자본주의에 대해 깊이 이해를 하고 싶거나 현대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 속에서 현재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고민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테고요. 말콤 해리스의 과감하고 예리한 시선에 흠뻑 빠져든 시간이었습니다.



3줄 요약

1. 말콤 해리스는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성공 뒤에 감춰진 착취, 불평등 등 어두운 역사를 파헤치며, 단순한 지역사를 넘어 자본주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2.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의 사회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유령'이라는 독창적인 은유로 제시하며, 1964년 캘리포니아 '발의안 14'를 예시로 사회 불평등 심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3. 팔로알토 동부 갱단, 도시 계획의 문제점 등 미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며, 사회 문제와 경제 논리가 어떻게 지역 주민들의 삶과 긴밀하게 얽혀있는지 보여주며 거시와 미시적 요소를 탁월하게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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