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불평등 - 시간의 자유는 어떻게 특권이 되었나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음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간이 하나의 권력이라는 아이디어는 영화 '인 타임'에서 다뤘듯이 매우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과연 시간이 불균형한 사회는 허구적인 영화에만 있었을까요? 가이 스탠딩의 <시간 불평등>는 인류의 역사 내내 시간의 불평등이 존재했음을 밝혀냅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간의 주도권을 쟁취해야 하는 것이죠. 저자는 기본소득과 숙의 민주주의의 전문가로서 '프레카리아트'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해서 사회,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넓힌 석학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거장은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시간에 대해 이렇게 치밀한 해석을 해낼 수 있는지 감탄했습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패러다임을 던지네요. 그는 우리가 신성히 여기던 노동에 대해 의심을 가지도록 하고, 일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합니다.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평범했던 일상을 깨는 도끼와 같아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 같아요. 우리는 흔히 일과 여가라는 틀에 갇혀 시간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구분법을 알려줘요. '노동(labour)'은 생계를 위해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고, 자기 계발이나 정치 참여 같은 '일(work)'은 또 다른 영역이라는 거죠. 현대 사회에서는 그 둘을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돈을 버는 노동에 매몰되어, 진짜 삶을 위한 '일(work)'과 ‘여유로운 사색(aergia)'의 시간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메세지를 던져요. 저자는 우리가 단순히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뒤집습니다. 특히 노동을 당연하고 신성시하게 만든 이데올로기의 허점을 파고드는 부분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산업화 시대를 시작으로 노동주의가 우리를 지배하면서 어떻게 시간이 불평등의 도구로 사용되는지의 과정을 따라갑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화이트칼라 직군이 블루칼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쓴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이러니한 통계지요. 우리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 그동안 우리를 속이고 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빼놓지 않고 제시해요. 연결 중단권이나 기본소득 같은 구체적인 정책 제안들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솔직히 이런 정책들이 당장 도입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미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논의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저자가 기존의 노동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일하지 않을 자유'를 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점입니다. 완전 고용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따라가기보다는, 사람들이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좀 더 자유로운 삶,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도록 해요.


<시간 불평등>은 우리의 삶과 사회 구조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합니다. 어쩌면 급진적이고 도발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네요. 그의 제언은 마치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탁 트인 도로를 달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을 넘어, '시간'이라는 삶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논의를 펼치기 때문에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사회가 너무 바쁘고 각박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진정 무엇을 위해 사는지,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져요. 사회 비판적인 면을 제외하더라고 흥미롭게 쓰여진 역사 교양서로도 읽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점에서 가이 스탠딩의 이야기는 매우 탄탄하면서도 짜릿합니다.


3줄 요약

1. 이 책은 시간이 단순한 자원이 아닌, 사회적 권력 관계를 반영하는 도구임을 밝힙니다. 중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노동 중심 사회가 어떻게 개인의 시간을 억압하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는지 역사적 맥락을 통해 분석합니다.

2. 기존의 노동 중심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신만의 일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의 자유를 주장합니다. 완전 고용이라는 목표를 넘어, 우리가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적 해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본소득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3. 이 책은 단순히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시간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합니다.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기 위해 기술, 사회 구조, 그리고 정책을 재구성해야 하며, 시간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시간불평등 #가이스탠딩 #창비 #기본소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