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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리뷰입니다.
<무지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지식의 한계를 과감히 드러내는 책입니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가 무지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이용해 왔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백신 음모론이나 지구평면설 같은 믿음을 보면 현대인인 우리가 과거 사람들보다 덜 무지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런 질문을 시작으로 무지가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저자는 우리가 무지를 단순한 무능이나 부정적 개념으로 치부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거의 전염병 사례부터 시작해, 무지의 존재가 단순히 정보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때로는 의도적인 은폐나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되었음을 설명하죠. 예를 들어, 흑사병 당시 유럽 사람들이 죄에 대한 신의 벌로 전염병을 해석하며 행진과 기도로 대응했던 이야기는 무지와 미신이 결합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당시 행진과 집회가 오히려 병을 퍼트렸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백신 반대 운동과 연결되면서, 과거의 무지가 지금도 반복된다는 걸 일깨워줍니다.
무지가 단순히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다양한 역사적 사건으로 증명합니다.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무시한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공 실패나, 과거의 실수를 무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들이 그 예죠. 특히 체르노빌 참사 당시 소련 정부의 은폐와 왜곡된 정보는 무지가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런 일련의 사례를 통해 독자는 무지가 단순히 지식이 부족한 것만이 아니라, 때론 권력과 관련된 복잡한 현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듯이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오늘날의 우리도 무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거나 중요한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는 '필터링 실패'에 빠져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짚으며, 지식과 무지가 늘 함께 발전해왔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무지의 역사>는 지식과 무지의 경계를 탐구하며 우리에게 지적 겸손함을 요구합니다. 어쩌면 진정한 지혜는 무지의 통찰 속에서 비롯될지도 모릅니다. 무지는 단순한 지식 부족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복합체임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죠. 이 책은 우리가 무지에 맞서 싸울 방법을 고민하게 하며, 정보화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에 역설적으로 무지를 알아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라, 현대인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소중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3줄 요약
1. 이 책은 무지가 단순한 지식 결핍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동력에 의해 교묘하게 형성되고 이용되는 복합적 현상임을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2.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사례들을 통해, 무지가 초래한 비극이 오늘날까지도 반복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한 교훈의 무게를 일깨웁니다.
3. 정보의 과잉 속에서도 잘못된 믿음과 왜곡된 진실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식과 무지의 복잡한 공존을 이해하고 지적 겸손을 배울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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