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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특한 에세이에요. 원제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지바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인 내가 한 번도 외국에 가보지 않고 루마니아어 소설가가 된 이야기>라는 마치 웹소설과 같은 문장형 원제 만큼이나 내용도 이세계물처럼 개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재미있는 설정이 아닌 무려 현실 속의 이야기라 더 흡입력이 있네요.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250의 뽕짝을 들으며 한국어판 서문을 쓰고 있다는 저자를 보니 문화에 대한 내공이 깊은 사람이란 느낌이 와요. 일본에도 유행한 케이팝도 아닌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뽕짝 앨범이라뇨. 그는 도쿄 옆에 지바현에서 태어나 살고 있으며, 평소에는 개인 사이트에서 인디 영화 비평가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루마니아어를 선택한 힙스터적인 면모가 엿보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루마니아라는 언어와 문화를 일종의 예술처럼 다루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루마니아어를 공부하면서 그 언어가 가진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루마니아의 현대 문학계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녹아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부'라는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세계를 탐험하고 창조하는 과정으로 나아갔던 것이죠. 단순한 암기나 반복의 언어 학습이 아닌 흥미로운 문화 탐구의 여정일 수 있다는 걸 보니 저도 큰 감명을 받습니다. 루마니아의 영화, 문학, 음악 등을 언급하며 그 언어와 문화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친근하게 설명해줍니다. 루마니어는 문법적으로는 이탈리어와 가깝고 발음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슬라브어와 닮았다고 하네요. 덕분에 그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생경한 나라의 지식도 접하는 기회가 되어 루마니아와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가 느끼는 좌절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알려줍니다. 흔치 않은 언어를 독학으로 마스터한 저자의 이야기는 지식을 탐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공감을 줍니다. 특히 언어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문화를 이해하고 영화나 문학을 통해 몰입하는 방식은 학습을 그저 지식 습득이 아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하죠. 문체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참 유쾌해요. 저자는 자신을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며 은둔형 외톨이 특유의 유머로 자신의 여정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저자가 이뤄낸 성취가 단순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마치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어내듯 창의력과 열정으로 빚어진 것처럼 느껴지죠.
단순한 언어 학습기가 아닌 삶의 일부로 언어와 문화를 헤쳐나가는 콜롬버스 같은 탐험기입니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용기와 열정을 우리들에게 전하며 학습의 즐거움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학습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분들이라면 큰 울림을 받으실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암기를 더 잘할까 몰두하는 게 아닌 우리 본연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성찰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열정과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기분 좋은 에세이입니다.
3줄 요약
1. 저자는 히키코모리라는 독특한 배경을 바탕으로 루마니아어를 배우고 소설가가 되는 과정을 유쾌한 문체로 풀어내며, 현실 속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학습에 대한 관심을 끌어들입니다.
2. 언어 학습을 단순한 암기를 넘어 루마니아의 영화, 문학, 음악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탐구하는 여정으로 확장하여, 독자에게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진정성 있게 탐구하는 매력을 전달합니다.
3. 좌절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언어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문화적인 이해를 통해 학습의 즐거움과 진정한 동기를 찾도록 독자에게 영감을 주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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