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내밀한 생활상으로 들어가는 간결하면서도 탄탄한 역사 매뉴얼.

중세 유럽 세계관 사전 ㅣ 창작자의 작업실 1
이와타 슈젠.히데시마 진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4년 10월

 문학 작품에서 고증에 맞는 현실적인 세계관을 창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독자들이 그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에요. 종종 웹툰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캐릭터들의 대사 때문에 하나의 밈이 되어 퍼지는 경우도 있죠. 특히 중세 유럽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이자 공간적으로 먼 거리에 존재했던 서양의 문화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매우 생경합니다. 단순한 추측만으로 구현하기 힘든 시기이죠. 수많은 문학 작품이나 미디어에서 중세 유럽을 접해봤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입맛으로 한번 가공된 가상의 중세 유럽이니까요. 어느정도 역사적 기반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대학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역사학자와 출판 기획 경험이 있는 소설가가 의기투합하여 그런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역사책을 발간했습니다. 처음부터 저자들이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쓴 책이다보니 그런 목적에 맞게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요. 역사 교양서에서 흔히 접하는 정치나 전쟁이 아닌 권력자들과 서민들의 생활상 그리고 그들 사회의 규칙과 개념, 시설과 주거 문화를 중심으로 그 시기를 풀어냅니다. 마지막에는 저자가 소설을 써내려간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까지 배운 역사적 지식들을 어떻게 작품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지 한 챕터를 할애합니다. 160쪽의 핵심만 추려낸 간결한 구성으로 빠르게 읽기 좋을 뿐더러 역사학자가 직접 집필했다 보니 질적으로도 매우 알차죠.

 단순히 그 시기의 지식을 글로만 표현한 게 아니라 아이콘과 도식, 그래프를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일본 실용서에서 자주 접하는 구성인데요. 현실에서 필요한 비즈니스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가 풍부한 책들이 많더라고요. 이 책도 그런 일본 서적들의 장점을 살려 텍스트 만큼이나 다양한 인포그래픽으로 중세 유럽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돕습니다. 비율이 한 50대 50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저도 중세 유럽 창작물이나 그 시기 역사책은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디테일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거의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들의 식사 메뉴나 집 구조를 파악할 때는 이정도로 자질구레한 사실들도 다루나 싶기도 하고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서점 사이트에서도 찾아보니 한국에서 이 정도로 창작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들의 대안이 거의 없어서요. 중세 유럽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그 시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예비 창작자들이나 모두 의미있는 독서가 될 거 같습니다. 또 부담없이 읽기 좋아 적극 추천드립니다.

3줄 요약

1. 문학 작품에서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역사학자와 소설가가 협력하여 만든 책으로,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역사적 지식을 제공한다.

2. 정치나 전쟁보다 권력자와 서민의 생활상, 사회 규칙, 시설, 주거 문화를 중심으로 설명하여, 중세 유럽을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 글뿐만 아니라 도식, 그래프, 아이콘 등 다양한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이해를 돕고 있으며, 일본 실용서처럼 시각적으로 구성하여 중세 유럽에 관심 있는 독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