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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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시크릿’과 ‘마음’을 읽고                               

상상하면 이루어진다! 정말 상상하면 이루어질까? 그렇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꿈이 좌절로 반복되어왔던 역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혼자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브라질 속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럿이 꾸는 꿈이 현실을 만든다고 했을 것이다. 혼자만의 상상은 상상에 그친다는 말이다.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세상과 현실의 세상




사람들은 왜 “세상은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한다”와 같은 말에 끊임없이 열광하는 것일까? 인생은 꿈을 꾼다고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상상은 그야말로 상상에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 혼자서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다는 말이 회자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우화도 있다. 함정에 빠져 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함정에서 구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다른 한사람은 함정에서 나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누가 옳으냐는 것인데, 기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우화이다. 기도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인간의 마음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이 있다는 자기계발법에 사람들은 매료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약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의존하고 싶은 것이 결국은 스스로 절대자와 동일시하고 있는 자기의 마음이기 때문일까? 

최근 ‘비밀(thae Secret)이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명함을 올렸다. 이 책은 개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하게 독려하는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이 책에서는 “플라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역사상 위대했던 사상가, 과학자, 개척자, 창조자 등은 사실 '위대한 비밀'을 알고 있었다. 구전과 문학, 종교와 철학에서 단편적으로 전수된 이 비밀은 인생을 뒤바꿔 줄 마법 같은 법칙으로 개인에게 행복한 삶과 물질적인 성공을 동시에 안겨주었다.”며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시크릿은 수 세기 동안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던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 우리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 비밀의 힘을 이용하면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며 돈, 인간관계, 건강, 세상, 당신, 인생 등의 분야로 나누어 각각의 위대한 비밀을 파헤친다.”며 대단한 비밀을 알려줄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미국에서 최단기간 500만부 돌파의 명예를 거머쥔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180도 바꿔줄 것이라고 한다.




부와 성공의 비밀은?




그 비밀은 매우 간단하다. 이 책에서 그토록 신비화시켰단 바로 그 비밀이라는 것은 대단하고 복잡한 것이 아닌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다. 사람들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그 사람들이 끌어당긴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그린 그림과 생각이 그것을을 끌어당겼다는 뜻이다. 이 책은 사람은 ‘인간송신탑’,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 송신탑인데, 그 송신탑에서 송신하는 주파수가 온 우주에 퍼져서 모든 일이 ‘사람의 생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를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신사상운동’으로 규정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사람이 집중하여 생각하는 대상을 그 사람에 되돌려주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사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사람의 마음, 사람의 생각, 사람의 기분, 사람의 감정이 세상를 바꾸는 힘이다. 이를 위해서 3단계 해법을 제시한다. 1단계는 무엇을 원하는지 우주에 알리는 단계다. 그러면 우주가 그 생각에 응답한다고 한다. 2단계는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단계이다. 보이지 않는 것도 믿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단계이다.  3단계는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소원을 받고 멋진 기분을 느끼는 단계이다.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우주가 하는 일이므로 그것에 신경 쓰지 말고 믿기만 하면 다 이루어질 것이니 그것을 느끼라는 것이다. 다소 황당하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펼치는 것은 다반사이다. 결과를 과장하거나, 비현실적인 결과를 제시하거나, 공감하기 쉽지 않은 사례들 드는 경우가 흔하다. 시크릿에서도 그런 논리나 그런 사례를 제시하여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시크릿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은 자기를 변화시키고, 자기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핵심적인 요지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가짐




1996년 출간하여 일본에서만 6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 100만부 이상 팔려서 ‘뇌’ 신드롬을 일으킨 책이 있다. 히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이다. 이 책에서 히루야마 시게오는 인간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은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며, 이 호르몬을 잘 활용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주장한다. 호르몬의 분비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마음가짐은 뇌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어 좋은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하고 나쁜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을 분비하여 기분 좋게 만들고 노화를 막아줄 뿐 아니라 자연치유를 높여주는 호르몬이 존재한다. 이것을 히루야마 시게오는 ‘뇌내모르핀‘이라 부fms다. 우리가 알고있는 좋은 호르몬 ’엔돌핀’(신체에 이로운 호르몬)이다. 뇌에서 분비하는 아주 소량이지만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이 호르몬 중 독성있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증가되어 질병에 걸리게 된다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사태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받아들이면 뇌는 이로운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플러스 발상(긍정적 사고)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성취력이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뇌내혁명은 긍정적인 사고와 뇌의 호르몬 작용의 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역시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긍정적인 사고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신체를 만든다는 것을 뇌의 기능을 통해서 설명한 책이다. 시크릿에서 ‘구하라→믿으라→받아라’고 주장하는 것에 비해 뇌내혁명은 뇌의 호르몬 작용으로 설명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 있을 것이지만, 근본적인 내용을 동일하다. 

사고방식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삶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고전적인 프로그램은 ‘노만 빈센트 필’이 이미 제시하였다. 1952년 출간되어 지난 50년간 42개 국어로 번역되어 2천 2백만 부 이상이 팔린 경이적인 베스트셀러라고 홍보하는 ‘적극적 사고방식’(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시크릿’이나 ‘뇌내혁명’ ‘적극적 사고방식’에서 삶을 개선하는 핵심은 모두 마음, 또는 생각이다. 여기서 마음이나 생각은 모두 뇌의 작용이다. 마음이나 생각과 같은 뇌의 작용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도가 한국에서 있었다. 2006년에 방송된 'KBS 특별다큐멘타리 마음'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서 마음의 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마음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고대에서 심장이 마음이라고 추측했는데, 라는 특정 장기에게 있다고 추측했던 마음은 이 다큐멘타리에서 과학적인 탐구와 실험을 통해 우리에 뇌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결과는 ‘마음’(이영돈 지음, 예담)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을 통해서 상세히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마음을 ‘정보 수집, 처리 및 보관하는 인간의 고등 기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고등기능인 마음의 작용에 의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시크릿’은 종교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고, ‘뇌내혁명’이 뇌의 기능이라는 의학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사고방식’은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마음’은 마음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비슷하다. 

어디에 강조하고 있건 상관없이 모두 ‘우리의 삶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 희망을 갖는 암환자, 기도나 명상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하여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책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또 용서가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도 한결 같다.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서 암말기의 환자들도 어떤 경우에는 치유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믿을 수 있겠는가? 이영돈의 ‘마음’은 합리적 사고방식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마음의 작용을 과장하거나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분석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사람의 신체상태가 달라지고 생활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사람의 눈이 달라지는 것이지 객관적 실체로서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믿고 싶다. 상상하면 이루어진다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위안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의 변화가 육체의 변화와 삶의 방식의 변화를 가져와서 그로 인해 위안을 얻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마음의 위안을 주지 못한 자의 설법은 자기계발서의 뻔한 내용만큼도 못한 것이고, 반대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마음은 나의 태도를 바꿀 뿐, 현실은 여럿이 꾸는 꿈이 바꾸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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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퍼즐 - 빅터 차 VS. 데이비드 강 관여전략 논쟁
데이비드 강.빅터 차 지음, 김일영 옮김 / 따뜻한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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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북핵퍼즐 : 빅터 차 vs 데이비드 강 관여전략 논쟁


‘벽’ 보고 하는 논쟁

사회적으로 어떤 논쟁이 진행될 때 대개의 경우 목소리 큰 강경파들이 그 논쟁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찬반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양쪽을 대표하는 세력들이 논쟁을 이끈다. 하지만 논쟁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스펙트럼이 괘 넓은 경우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논쟁과정에 반영되지 않고 단순화되는 경우가 많다. 4점 척도나 5점 척도로 여론조사를 할 경우 의견분포가 골고루 나타나는 사안일 경우에도 결국은 찬반으로 대립된다. 4점 척도의 경우 매우 긍정, 약간 긍정, 야간 부정, 매우 부정의 의견 가운데 ‘약간 긍정’과 ‘약간 부정’ 사이의 의견 차이는 공존을 부정할 정도로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두 견해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긍정’과 ‘매우 부정’사이에서 보다 건설적인 토론이 진행될 가능성이 많이 있다. 대개 완벽한 논리는 드물기 때문에 의견의 차이가 부족한 논리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매우 긍정’과 ‘매우 부정’ 사이의 토론은 벽을 보고 하는 소리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남대화’에 대한 필요성이 부쩍 강조되어 왔다. 남남대화는 분명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하지만 남남대화를 통해 합의기반을 다지기보다는 ‘벽’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아직은 우리 사회 분위기가 토론을 통해 의견접근을 하는 데 익숙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긍정’과 ‘매우 부정 사이’의 토론은 기찻길 같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많은 경우 그래왔다. 논쟁기술은 상대를 공격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되었다.

또 ‘약간 긍정과 매우 부정’, ‘매우 긍정과 약한 부정’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짝이 되어 논쟁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경우 ‘매우 부정’은 ‘약한 긍정’을 ‘매우 긍정’으로 만들어버리고, ‘매우 긍정’은 ‘약한 부정’을 ‘매우 무정’으로 만들어버리는 역효과를 빚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적인 논쟁을 위해서는 ‘어울리는 짝짓기’도 중요하다.


어울리는 짝, ‘빅터 차’와 ‘데이비드 강’

‘빅터 차’와 ‘데이비드 강’은 생산적인 논쟁을 위한 ‘매우 어울리는 짝’이다. 빅터 차와 데이비드 강이 북한에 대한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둘러싸고 건설적인 논쟁을 벌열다. ‘따뜻한손’에서 출판한 ‘북핵퍼즐’이 바로 이 논쟁을 담은 책이다. ‘관여정책’은 흔히 포용정책으로 알려진 정책이다. 그동안 포용정책이 Engagement Policy를 잘못 번역한 용어라는 논란이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번역한 김일영 교수는 포용정책이라는 단어가 일방성을 띠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 ‘관여정책’으로 번역한 듯하다.

김일영 교수에 따르면 두 학자 모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왕성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고, 미국과 동북아 지역에서 명망이 높다고 한다. 김교수는 빅터차는 ‘조건부 관여정책’, 데이비드 강은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가깝다고 한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흔히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 무시정책(Benign Neglect Policy),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으로 구분한다. 두 학자는 일단 관여정책의 입장에서 강온으로 나눠져서 논쟁하고 있다.

물론 데이비드 강의 입장을 ‘무조건적 관여정책’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김교수가 데이비드 강이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가깝다고 분류한 것에 대해 아마도 데이비드 강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김교수는 ‘매파적 관여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빅터차의 입장에 경도되어 있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자신 사람의 입장을 정교하게 분류하지 않고 단순화시켜서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가깝다고 규정해버렸다. 같은 논리로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경도된 시각을 가지고 김교수나 빅터차의 입장을 단순화시켜서 ‘매파’나 ‘봉쇄정책’으로 구분해버릴 수도 있다. 정확하게 구분한다면 빅터차는 스스로 말하듯이 ‘매파 관여(hawk engagement)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강은 이와 상대해서 ‘비둘기 관여(dove engagement)정책’이라고 부르는 게 적당하다.

번역자인 김교수는 이 책이 “풍부한 경험적 자료로 뒷받침되고, 분석적으로 엄격하며, 정책 정합성이 있는 한반도 연구 결과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책은 원래 2003년도에 미국에서 첫출판되었다. 미국에서 출판되고 4년이 지나서 국내에 번역되었다. 뒤늦게 국내 번역된 것은 미국 출판 이후 빅터차가 백악관 NSC에서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매파 관여정책과 비둘기파 관여정책

이 책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미국내 두가지 시각의 논쟁이다. 2003년 저서가 4년 뒤에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하더라도 4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이 두 시각은 미국이나 국내에서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힘의 열세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빅터차와 데이비드강 두 사람 모두 인정하다. 그러나 힘의 열세인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때문이므로 미국이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데이비드강의 논리이다. 반면에 빅터차는 북한이 열세에 있기는 하지만 모험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본다. 북한이 현재보다 미래가 훨씬 나빠질 것으로 본다면 ‘두 배 따거나 아니면 모두 잃기’식의 마음에서 모험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선제공격이나 예방적 공격 논리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빅터차의 논지이다. 빅터차는 북한은 단기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는 전술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의도가 바뀌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반면 데이비드 강은 북한의 전술적인 변화가 의도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빅터차의 논리는 몇가지가 보완되어야 한다. 우선 북한은 북한의 역량, 국제정세 등과 상관없이 항상 동일한 모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가. 빅터차의 논리를 확대하면 다름과 같은 분석이 성립할 수 있다. “휴전협정부터 1974년까지 일반적으로 북한이 힘의 우위기에 있었을 때는 북한이 도발의 유혹을 느끼는 것은 힘의 우위 때문이다. 74년 이후 세력균형기에는 세력균형을 깨기 위해서 도발의 유혹을 느낀다. 80년대 이후 북의 열세기에는 이판사판식 도발의 가능성이 있다.” 과연 힘의 관계에 대한 고려가 북한에게 전혀 없는 것인가?

한편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랴늄 보유 이후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은 2007년 이후 크게 변화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대화를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가닥을 잡고 있다. 빅터차의 논리는 이런 변화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빅터차의 논리는 데이비드강에 의해 보완된다. 정치는 두가지 논리를 통합해내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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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지향의 평화를 향하여 - 김대중 전 대통령 주요 연설, 대담 2005-2007
김대중 지음, 김대중 평화센터 엮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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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통일지향의 평화를 향하여




약속한 날짜를 지키지 못했던 남북 정상회담 합의




북한의 수해 때문에 2차 정상회담이 10월초로 연기되었다. 지금까지 남북은 3차례 정상회담을 약속했다. 첫 번째가 90년대 초반에 발생한 북한핵문제로 한반도가 전쟁위기로 치닫던 시점이었던 1994년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사이의 정상회담은 그해 7월 8일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무산되었다.




2000년에 약속한 정상회담은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동안 열렸다. 남북 정상은 6.15 공동성명을 채택하여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튼튼하게 엮어 놓았다. 이제 세 번째 약속한 정상회담이 10월에 열리게 되어 있다.




물론 2005년 6월 17일에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면서 정상회담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 약속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북이 공식으로 발표한 정상회담은 앞으로 열리게 될 회담까지 포함하여 3차례이다.




3차례 약속했던 정상회담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모두 처음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정상회담은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 약속했던 1차 정상회담도 원래는 6월 12일로 합의했으나 실제로는 하루 늦은 6월 13일에 열렸다. 이번 2차 정상회담도 북한의 수해 때문에 애초 약속했던 8월 28일에서 한 달 가량 연기된 10월 2일부터 열리게 되어 있다.




이 세가지 약속의 또다른 특징을 꼽는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약속했던 정상회담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역할이 있었다. 당시는 북한 핵문제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북미 사이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때에 김대중씨는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하였다. (1994.5.12)




3차례 정상회담 합의와 김대중 전대통령




김대중씨는 당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일괄타결을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였다. 또 클린턴 대통령에게 북한과 중국에 특사를 보낼 것을 제안하였다. 실제로 그해 6월에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주석과 회담하여 북한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의 약속을 받아내었다. 일괄타결과 특사교환은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유효한 해법으로 그 후로도 오랫동안 효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1차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6.15 합의를 채택하였다. 이번 2차 정상회담 성사과정 자체에 김대중 전대통령이 관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은 1차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결과로 볼 수 있고, 김 전대통령이 지속적으로 2차 정상회담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역할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일지향의 평화를 향하여’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했던 주요 연설과 대담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1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연설과 대담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통일과 평화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을 찾아 읽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통일지향적인 평화와 통일논의



김 전대통령의 책에 ‘통일 지향의 평화를 향하여’라고 제목이 붙은 것도 소홀히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책을 펼치면서부터 왜 제목이 ‘통일 지향의 평화를 향하여’인지를 금방 알 수가 있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통일을 노래한다. 남북 사이의 오랜 갈등과 대결에 지친 많은 사람들은 통일보다는 분단의 평화적 관리를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통일을 배제한 평화는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




남과 북은 운명 공동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북한을 부정하든 존중하든 북한과 관계를 통일지향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없다.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평화는 모래성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통일논의를 피해왔다. 6.15 공동선언 2항에서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사이에 공통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는데도, 6.15 선언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통일논의를 소홀히 하였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도 통일논의는 당연히 중요한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분단국의 정상이 만나는 회담이 때문에 북핵문제와 경제협력이라는 당면한 현안을 풀기 위해서라도 통일논의는 불가피하다.




‘통일 지향의 평화를 향하여’를 읽으면 김대중 전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신념을 접할 수 있다. 일괄타결 방식으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방식의 북핵문제 타결,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 인정, 철의 실크로드 연결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력 모색, 동북아 각국의 평화적 협력관계 정착 등 국정경험과 오랜 탐구에서 나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히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새삼스레 놀란 것은 퇴임 이후에도 일관해서 통일논의를 해왔다는 사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원칙 3단계 통일론에 대해서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다. 알려진 대로 3원칙이란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이다. 3단계는 남북연합, 남북연방, 완전통일이다.




6.15 공동선언 2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아닌 자신의 통일방안을 가지고 북과 협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남측의 연합제란 화해협력, 남북연합, 완전통일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3단계 가운데 2단계인 남북연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연합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의 남북연합과 동일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3단계 통일방안 가운데 남북연합이 정상회의, 각료회담, 남북국회회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남북연합과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남북경협의 재원마련을 위하여




중요한 것은 1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사실상 최초로 남북연합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남북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상회담을 정례화시켜서 사실상 정상회의라는 틀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장관급 회담을 중심으로 한 각종 남북회담을 체계화시키며, 나아가 그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국회회담을 추진하면 된다. 그러면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때부터 논의해온 남북연합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이 여러차례 지적하고 있는 한가지 사실을 언급하고자 한다. 김 전대통령은 “지금 남쪽에서 400조나 되는 돈이 올 데 갈 데 없어서 흘러 돌아 다니고 툭하면 투기로 들어가는데 이런 게 북한에 투자되고 중소기업들이 대거 북한에 진출하면 지금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중소기업들이 덕을 보는 거에요”라고 말하였다.




400조나 되는 돈들이 북한에 투자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면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남북경협에 대한 재원마련이 가능해진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가 지정이 해제되어 북한에 국제금융기구의 차관이 들어갈 것에 대비해서 북한이 금융인프라를 정비하고 금융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약속과 함께 약속을 이행할 수단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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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체제 -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전망
조성렬 지음 / 푸른나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한반도 평화체제




2.13 합의 이후 한반도 문제는 다차원적(multi track)으로 전개될 것이다. 다차원이란 앞으로 몇 년간은 6자회담에 참여하는 6개 국가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북미관계정상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등 5가지 현안을 다루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가 6개국으로 다자화되고, 이들이 5대 현안을 자신들의 국익과 국가전략에 따라서 해결해나가게 된다.




점점 복잡해지는 한반도 정세

6자회담을 시잘할 때부터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되고 다자화되었으나, 앞으로 양상은 6자회담 초기와 성격이 좀 다르다. 2.13 합의가 되고 이후 난관에 빠졌던 BDA 문제가 타결되면서 6자회담 초기보다 6개국들이 이해관계가 깊어지고 영향력이 보다 커졌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양자대화를 강화해나가면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적인 상수로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BDA 중재로 그동안 모호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발언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일본은 납치문제와 북일관계정상화에 대해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6자회담 전개의 가장 큰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당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하는 중압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가 다자화·국제화되면서 주변국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은 5대현안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조절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5대현안을 보면 하나하나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다. 한가지 사안을 풀어나가는 것도 매우 복잡한데, 5가지가 얽혀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수가 있다.

6개국이 5대현안에 서로 얽혀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복잡하고 치열한 외교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6개국의 이해관계와 5대현안에 대한 해결 프로세스라는 두가지 틀에서 우리의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 새판짜기에 대한 뛰어난 분석

조성렬 박사는 그의 저서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며, 해결방안까지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조성렬 박사는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반도 정세를 달군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왕성하고도 의욕적인 연구활동을 해왔다. 학자가 현안에 대해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조성렬 박사의 연구실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전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지난 몇 년간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한반도 정세는 해결될 듯하면서도 꼬이고 그러다가 다시 파격적인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명쾌하게 분석해준다.

한반도 정세는 분명 ‘새판 짜기’에 들어섰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성립된 ‘53년 체제’게 변화기에 들어선 것이다. 미중 수교, 탈냉전, 사회주의 붕괴, 독일통일, 한소·한중수교 등 냉전의 긴 역사속에서 냉전을 허물어 뜨리는 많은 사안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항상 세계사적인 대변화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런 세계사의 대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53년 체제’는 변함없이 계속되어 왔다. 이제야 비로소 새판짜기에 들어서고 있지만, 정세는 너무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조성렬 박사의 책은 바로 이런 시점에 발간되었다는 점에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는데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만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5대과제와 6개국의 전략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나 국제안보의 어느 한쪽에서 접근할 때는 필연적으로 종합적 분석을 하지 못하고 일면적인 고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사이의 민족내부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이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없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일면적일 수밖에 없다. 조성렬 박사는 6개국이라는 행위자의 이해관계를 5대현안과 결합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반도 정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길러 줄 것이다.      




책읽는 기쁨을 넘어

2.13 합의, BDA 문제 대두와 타결, 힐의 방북으로 이어진 2007년 2월부터 6월까지 상황에서 대부분의 분석은 정확하지 못했다. 2.13 합의에 낙관, BDA 대두에 낙담, BDA 타결 이후 신중, 힐방북 이후 환호로 이어졌다. 한반도 문제가 예측불가능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치열한 연구와 분석,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조성렬 박사의 역저를 읽으면서 보다 치열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가령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문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매우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에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2.13 합의에서는 ‘모든 핵프로그램’,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이라는 용어만 있을 뿐이다. 이 차이가 향후에 북한 핵시설 협의와 신고, 불능화 단계에서 범위와 대상을 놓고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성렬 박사는 이런 개념의 차이를 분석하지 않고 있다.

또 5대 현안이 어떤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하는 주장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하는데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대목도 보였다.

중요한 계기에 대해 충분한 분석이 없이 전제로 받아들이고 논리를 전개하여 균형감과 사실성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 9.19 공동성명 이후 북한의 경수로 발언이나 BDA 불법세탁우려대상 지정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나, 2.13 합의의 배경이 되었던 2007년 1월의 북미 베를린 접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에 대한 정보 접근권 보장의 문제가 본질이기 때문에 학자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문제이다.  

향후 2-3년간 한반도 평화체제를 핵심으로해서 격동의 시대를 전개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를 함께 준비한다면 책읽는 기쁨을 넘어 또다른 의미를 안겨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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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체제 -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전망
조성렬 지음 / 푸른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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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반도 평화체제




2.13 합의 이후 한반도 문제는 다차원적(multi track)으로 전개될 것이다. 다차원이란 앞으로 몇 년간은 6자회담에 참여하는 6개 국가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북미관계정상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등 5가지 현안을 다루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가 6개국으로 다자화되고, 이들이 5대 현안을 자신들의 국익과 국가전략에 따라서 해결해나가게 된다.




점점 복잡해지는 한반도 정세

6자회담을 시잘할 때부터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되고 다자화되었으나, 앞으로 양상은 6자회담 초기와 성격이 좀 다르다. 2.13 합의가 되고 이후 난관에 빠졌던 BDA 문제가 타결되면서 6자회담 초기보다 6개국들이 이해관계가 깊어지고 영향력이 보다 커졌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양자대화를 강화해나가면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적인 상수로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BDA 중재로 그동안 모호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발언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일본은 납치문제와 북일관계정상화에 대해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6자회담 전개의 가장 큰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당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하는 중압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가 다자화·국제화되면서 주변국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은 5대현안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조절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5대현안을 보면 하나하나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다. 한가지 사안을 풀어나가는 것도 매우 복잡한데, 5가지가 얽혀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수가 있다.

6개국이 5대현안에 서로 얽혀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복잡하고 치열한 외교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6개국의 이해관계와 5대현안에 대한 해결 프로세스라는 두가지 틀에서 우리의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 새판짜기에 대한 뛰어난 분석

조성렬 박사는 그의 저서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며, 해결방안까지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조성렬 박사는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반도 정세를 달군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왕성하고도 의욕적인 연구활동을 해왔다. 학자가 현안에 대해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조성렬 박사의 연구실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전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지난 몇 년간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한반도 정세는 해결될 듯하면서도 꼬이고 그러다가 다시 파격적인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명쾌하게 분석해준다.

한반도 정세는 분명 ‘새판 짜기’에 들어섰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성립된 ‘53년 체제’게 변화기에 들어선 것이다. 미중 수교, 탈냉전, 사회주의 붕괴, 독일통일, 한소·한중수교 등 냉전의 긴 역사속에서 냉전을 허물어 뜨리는 많은 사안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항상 세계사적인 대변화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런 세계사의 대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53년 체제’는 변함없이 계속되어 왔다. 이제야 비로소 새판짜기에 들어서고 있지만, 정세는 너무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조성렬 박사의 책은 바로 이런 시점에 발간되었다는 점에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는데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만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5대과제와 6개국의 전략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나 국제안보의 어느 한쪽에서 접근할 때는 필연적으로 종합적 분석을 하지 못하고 일면적인 고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사이의 민족내부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이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없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일면적일 수밖에 없다. 조성렬 박사는 6개국이라는 행위자의 이해관계를 5대현안과 결합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반도 정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길러 줄 것이다.      




책읽는 기쁨을 넘어

2.13 합의, BDA 문제 대두와 타결, 힐의 방북으로 이어진 2007년 2월부터 6월까지 상황에서 대부분의 분석은 정확하지 못했다. 2.13 합의에 낙관, BDA 대두에 낙담, BDA 타결 이후 신중, 힐방북 이후 환호로 이어졌다. 한반도 문제가 예측불가능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치열한 연구와 분석,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조성렬 박사의 역저를 읽으면서 보다 치열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가령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문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매우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에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2.13 합의에서는 ‘모든 핵프로그램’,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이라는 용어만 있을 뿐이다. 이 차이가 향후에 북한 핵시설 협의와 신고, 불능화 단계에서 범위와 대상을 놓고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성렬 박사는 이런 개념의 차이를 분석하지 않고 있다.

또 5대 현안이 어떤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하는 주장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하는데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대목도 보였다.

중요한 계기에 대해 충분한 분석이 없이 전제로 받아들이고 논리를 전개하여 균형감과 사실성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 9.19 공동성명 이후 북한의 경수로 발언이나 BDA 불법세탁우려대상 지정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나, 2.13 합의의 배경이 되었던 2007년 1월의 북미 베를린 접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에 대한 정보 접근권 보장의 문제가 본질이기 때문에 학자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문제이다.  

향후 2-3년간 한반도 평화체제를 핵심으로해서 격동의 시대를 전개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를 함께 준비한다면 책읽는 기쁨을 넘어 또다른 의미를 안겨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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