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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체제 -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전망
조성렬 지음 / 푸른나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한반도 평화체제
2.13 합의 이후 한반도 문제는 다차원적(multi track)으로 전개될 것이다. 다차원이란 앞으로 몇 년간은 6자회담에 참여하는 6개 국가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북미관계정상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등 5가지 현안을 다루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가 6개국으로 다자화되고, 이들이 5대 현안을 자신들의 국익과 국가전략에 따라서 해결해나가게 된다.
점점 복잡해지는 한반도 정세
6자회담을 시잘할 때부터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되고 다자화되었으나, 앞으로 양상은 6자회담 초기와 성격이 좀 다르다. 2.13 합의가 되고 이후 난관에 빠졌던 BDA 문제가 타결되면서 6자회담 초기보다 6개국들이 이해관계가 깊어지고 영향력이 보다 커졌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양자대화를 강화해나가면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적인 상수로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BDA 중재로 그동안 모호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발언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일본은 납치문제와 북일관계정상화에 대해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6자회담 전개의 가장 큰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당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하는 중압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가 다자화·국제화되면서 주변국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은 5대현안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조절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5대현안을 보면 하나하나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다. 한가지 사안을 풀어나가는 것도 매우 복잡한데, 5가지가 얽혀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수가 있다.
6개국이 5대현안에 서로 얽혀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복잡하고 치열한 외교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6개국의 이해관계와 5대현안에 대한 해결 프로세스라는 두가지 틀에서 우리의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 새판짜기에 대한 뛰어난 분석
조성렬 박사는 그의 저서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며, 해결방안까지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조성렬 박사는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반도 정세를 달군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왕성하고도 의욕적인 연구활동을 해왔다. 학자가 현안에 대해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조성렬 박사의 연구실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전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지난 몇 년간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한반도 정세는 해결될 듯하면서도 꼬이고 그러다가 다시 파격적인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명쾌하게 분석해준다.
한반도 정세는 분명 ‘새판 짜기’에 들어섰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성립된 ‘53년 체제’게 변화기에 들어선 것이다. 미중 수교, 탈냉전, 사회주의 붕괴, 독일통일, 한소·한중수교 등 냉전의 긴 역사속에서 냉전을 허물어 뜨리는 많은 사안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항상 세계사적인 대변화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런 세계사의 대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53년 체제’는 변함없이 계속되어 왔다. 이제야 비로소 새판짜기에 들어서고 있지만, 정세는 너무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조성렬 박사의 책은 바로 이런 시점에 발간되었다는 점에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는데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만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5대과제와 6개국의 전략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나 국제안보의 어느 한쪽에서 접근할 때는 필연적으로 종합적 분석을 하지 못하고 일면적인 고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사이의 민족내부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이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없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일면적일 수밖에 없다. 조성렬 박사는 6개국이라는 행위자의 이해관계를 5대현안과 결합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반도 정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길러 줄 것이다.
책읽는 기쁨을 넘어
2.13 합의, BDA 문제 대두와 타결, 힐의 방북으로 이어진 2007년 2월부터 6월까지 상황에서 대부분의 분석은 정확하지 못했다. 2.13 합의에 낙관, BDA 대두에 낙담, BDA 타결 이후 신중, 힐방북 이후 환호로 이어졌다. 한반도 문제가 예측불가능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치열한 연구와 분석,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조성렬 박사의 역저를 읽으면서 보다 치열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가령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문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매우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에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2.13 합의에서는 ‘모든 핵프로그램’,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이라는 용어만 있을 뿐이다. 이 차이가 향후에 북한 핵시설 협의와 신고, 불능화 단계에서 범위와 대상을 놓고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성렬 박사는 이런 개념의 차이를 분석하지 않고 있다.
또 5대 현안이 어떤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하는 주장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하는데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대목도 보였다.
중요한 계기에 대해 충분한 분석이 없이 전제로 받아들이고 논리를 전개하여 균형감과 사실성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 9.19 공동성명 이후 북한의 경수로 발언이나 BDA 불법세탁우려대상 지정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나, 2.13 합의의 배경이 되었던 2007년 1월의 북미 베를린 접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에 대한 정보 접근권 보장의 문제가 본질이기 때문에 학자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문제이다.
향후 2-3년간 한반도 평화체제를 핵심으로해서 격동의 시대를 전개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를 함께 준비한다면 책읽는 기쁨을 넘어 또다른 의미를 안겨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