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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최의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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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비욘드』는 기술 발전의 끝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묻는 SF 소설이다. 이 작품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효율과 안전, 그리고 관리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삶과 감정이 점차 정형화되는 세계를 그린다. 작가는 극적인 사건보다도, 그 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태도와 선택을 차분히 따라가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를 ‘합리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소설 속 세계는 겉으로 보면 안정적이고 잘 작동하는 사회처럼 보인다. 불확실성은 최소화되고, 위험은 통제되며, 모든 것은 ‘더 나은 결과’를 향해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질서가 개인의 감정과 윤리를 얼마나 세밀하게 배제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작가는 이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내는데, 오히려 그 점이 독자로 하여금 더 큰 불편함과 질문을 느끼게 만든다.
등장인물들 역시 선악의 구도로 단순화되지 않는다. 각자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이라 믿는 선택을 하고 있으며, 그 선택은 체제의 논리 안에서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거나 단죄하지 않는다. 대신, ‘모두가 납득하는 선택들이 쌓였을 때 만들어지는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준다. 그 세계는 조용하고 매끄럽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온기가 희미해진 공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작품이 끝까지 명확한 해답이나 위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절망을 과장하지 않고, 미래를 경고하면서도 현재를 단순히 부정하지 않는다. 독자는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기준을 점검하게 된다. 만약 내가 그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비욘드』는 유토피아적 미래나 명확한 구원의 서사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과 윤리, 인간성의 경계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 더 오래 남아 곱씹게 되는 이야기다.
미래를 그린 SF이지만,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편리함이라 부르고, 무엇을 감수 비용으로 넘기고 있는지에 대해 조용히 되묻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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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프
어설라 패럿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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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섹스 앤 더 시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리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놀랍게도 이 모든 감각의 시작점에, 이미 이 소설이 있었다.
주인공 패트리샤는 이혼한 여성이다. 이혼은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사회의 시선 한가운데로 던져 놓는다. 그녀는 일하고, 사랑하고, 실망하고, 다시 선택한다. 이혼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감정의 연속인지, 그 미묘한 결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 작품이 지금 읽혀도 낯설지 않은 이유는 패트리샤의 고민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경제적 독립을 했음에도 불안하고, 사랑을 원하면서도 상처받을 걸 알기에 망설이며, 자유를 얻었지만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녀는 강인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다만 아주 솔직하다. 그 솔직함이 이 소설을 시대를 초월하게 만든다.
여자가 자유로워지면 행복해지는 것일까? 패트리샤는 오히려 자유 이후에 남는 공허, 선택의 무게, 그리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감정들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패션과 도시, 연애와 커리어를 다룬 수많은 현대 여성 서사들이 이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 웃음으로 포장되지 않은, 연대가 아직 충분하지 않았던 시대의 여성 혼잣말처럼.
패트리샤의 이야기는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았다. 이 소설이 백년이 지난 지금도 공감을 주는 것은 어쩌면 여전히 변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여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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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호더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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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집에 들어온 순간, 정말 침입자가 된 사람은 누구일까.
프리다 맥파든의 『차일드 호더』는 이 단순한 질문을 가장 불편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심리 스릴러다. 이 소설은 범죄의 잔혹함보다, 정상처럼 보이는 관계가 어떻게 서서히 균열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야기는 한 오두막에서 시작된다. 폭풍이 치는 날 밤 찾아온 아이는 분명히 이 공간의 외부인이며, 침입자다.
동시에 회상되는 과거는 누구의 과거일까 아이는 지독한 호더링에 처해있다. 아이를 보호해야할 부모는 아이를 물건취급하며 소유하고 집착하고 있다.
『차일드 호더』의 공포는 소리 없이 다가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폭력적인 장면이 아니라, 보호라는 말로 포장된 집착이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명분이 어떻게 통제가 되고, 애착이 어떻게 소유로 변질되는지, 놀라울 만큼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안한 긴장감으로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완전히 무죄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 모두가 상황에 적응하고, 합리화하며, 자신만의 평화를 선택한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것은 해결이 아닌 ‘유지되는 상태’다.
모으고 쌓아서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된다. 사건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은 형태를 바꿔 관계 속에 남는다. 이 점이 『차일드 호더』를 흔한 스릴러와 구분 짓는 가장 큰 지점이다.
후반부의 전개는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완전한 안도감을 거부한다. 이야기는 자신도 모르게 또다른 '유지되는 상태'로 접어든다.
『차일드 호더』는 빠르게 읽히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소설이다. 자극적인 반전과 고구마 없는 전개 그리고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기묘한 평화. 정말 위험한 것은 침입 그 자체일까, 아니면 침입을 받아들이는 선택일까.
글을 읽는 내내 신선한 도파민이 유지되어 즐거웠다.
이 매력적인 작가의 다른 글을 한동안 찾아보게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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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 독의 도파민 키친 - 힙합 레전드에서 요리 천재로 거듭난 스눕 독의 소울 푸드 레시피 50
스눕 독 (Snoop Dogg) 지음, 박아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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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연예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해 가볍게 낸 레시피북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스눕 독의 도파민 키친』을 읽고, 유튜브에서 책 속 요리를 재현한 영상들을 찾아보고, 나 역시 직접 만들어본 후 완전히 인식이 바뀌었다. 이 책은 예상 외로 상당히 실용적이었고, 요리 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구성과 설명이 탄탄하게 잡혀 있는 요리책이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레시피 재현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유튜브에서 ‘스눕독 레시피’를 검색하면 실제로 이 책을 바탕으로 요리를 만들어보는 영상이 꽤 많다. 단순히 화제성으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콘텐츠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레시피를 시도하며 맛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책에 수록된 샌드위치 레시피 하나를 따라 만들어봤는데, 재료 구성과 조합이 의외로 정교했고, 조금만 손을 보면 카페에서 파는 고급 샌드위치처럼 완성됐다.
특히 기본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맛의 밸런스를 잘 잡아주어, 스눕독이 요리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했다.

책의 구성도 인상적이다. 아침·점심·저녁뿐 아니라 디저트, 파티 메뉴, 칵테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스눕독의 개인적 취향과 힙합 감성을 살려 구성한 챕터 제목이나 설명 문구는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실제 조리 과정에서 필요한 온도·시간·양 조절 등 핵심 정보는 정확히 담겨 있다. 힙합 감성이라는 캐릭터성이 담긴 꽤 실용적인 요리책.

요리를 잘 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도전할 수 있게 쉽게 쓰여졌다. 레시피가 복잡하지 않고 과정이 너무 길지 않다. 사용하는 재료도 대부분 일상적인 식재료라서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이는 요리 초보자나 1인 가구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책 전체가 누구나 쉽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스눕독 특유의 여유 있는 삶의 태도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부담 없이 따라할 수 있었고, 결과물의 만족도가 높았다. 한 번 성공하니까 다른 메뉴도 만들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이 책을 기반으로 요리를 재현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해보면 재밌고, 먹어보면 맛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히 연예인의 팬북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스눕 독의 도파민 키친』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책 자체의 완성도, 레시피의 실용성, 대중적 인기도 모두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현지에서는 꽤 유명해서 지금은 오히려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리 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스눕독 특유의 유머와 감성까지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개성 있는 요리서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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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 우국·한여름의 죽음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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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미시마 유키오의 글을 읽는다는 건, 시대의 물결 속으로 조용히 발을 들이는 일이네요. 전체 24편의 단편이 시대순으로 펼쳐지는 이 단편집은, 일본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미시마의 초기부터 중기 작품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1941년, 16세의 나이에 발표된 『꽃이 한창인 숲』은 아직 어린 그가 이미 얼마나 섬세한 감각과 천재적 감성을 지녔는지를 보여줍니다. 한 장 한 장을 읽다 보면 청춘의 설렘과 불안,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짧은 단편인 『모란』과 『달』은 시대와 개인의 내면을 동시에 느끼게 되네요. 특히 『달』에서는 미시마 특유의 퇴폐적 아름다움과 은밀한 감각이 살아 있어,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심리적 깊이가 돋보였습니다. 그의 글은 읽는 사람을 은근하게 몰입시키며, 청춘과 성장, 그리고 내적 고민을 한껏 느끼게 합니다.

반면, 『우국』에서는 사무라이적 명예와 충성심, 극단적 가치관이 부각되며 시대적 혼란 속 인간의 선택과 갈등을 날카롭게 조망합니다. 각 단편마다 색채와 분위기가 다르면서도, 전체적으로 흐르는 맥락은 미시마가 살아간 쇼와 시대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인간 내면의 흔들림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탐미주의적 천재가 허망한 신념에 매료되지 않고 삶을 향해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의 글 속 청춘과 감각, 인간 심리와 미학적 탐구는 오늘날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읽는 이를 매혹합니다. 단편 하나하나가 짧지만 생생하며,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오래 울림을 남깁니다.

이 단편집은 단순히 일본 문학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개인의 내면과 시대적 격랑, 인간 심리의 섬세한 움직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각 단편마다 인물의 감정과 시대적 분위기, 그리고 미시마 특유의 문체적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한 편 한 편 아껴읽고 싶었어요.
일본 문학을 깊이 이해하고, 그 속에서 청춘과 인간 내면을 사유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단편선은 읽는 즐거움과 사색의 여운을 동시에 안겨주는 소중한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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