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 우국·한여름의 죽음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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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글을 읽는다는 건, 시대의 물결 속으로 조용히 발을 들이는 일이네요. 전체 24편의 단편이 시대순으로 펼쳐지는 이 단편집은, 일본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미시마의 초기부터 중기 작품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1941년, 16세의 나이에 발표된 『꽃이 한창인 숲』은 아직 어린 그가 이미 얼마나 섬세한 감각과 천재적 감성을 지녔는지를 보여줍니다. 한 장 한 장을 읽다 보면 청춘의 설렘과 불안,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짧은 단편인 『모란』과 『달』은 시대와 개인의 내면을 동시에 느끼게 되네요. 특히 『달』에서는 미시마 특유의 퇴폐적 아름다움과 은밀한 감각이 살아 있어,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심리적 깊이가 돋보였습니다. 그의 글은 읽는 사람을 은근하게 몰입시키며, 청춘과 성장, 그리고 내적 고민을 한껏 느끼게 합니다.

반면, 『우국』에서는 사무라이적 명예와 충성심, 극단적 가치관이 부각되며 시대적 혼란 속 인간의 선택과 갈등을 날카롭게 조망합니다. 각 단편마다 색채와 분위기가 다르면서도, 전체적으로 흐르는 맥락은 미시마가 살아간 쇼와 시대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인간 내면의 흔들림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탐미주의적 천재가 허망한 신념에 매료되지 않고 삶을 향해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의 글 속 청춘과 감각, 인간 심리와 미학적 탐구는 오늘날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읽는 이를 매혹합니다. 단편 하나하나가 짧지만 생생하며,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오래 울림을 남깁니다.

이 단편집은 단순히 일본 문학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개인의 내면과 시대적 격랑, 인간 심리의 섬세한 움직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각 단편마다 인물의 감정과 시대적 분위기, 그리고 미시마 특유의 문체적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한 편 한 편 아껴읽고 싶었어요.
일본 문학을 깊이 이해하고, 그 속에서 청춘과 인간 내면을 사유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단편선은 읽는 즐거움과 사색의 여운을 동시에 안겨주는 소중한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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