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외할머니께 드릴 옷을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나올 때였다
왼편 길가에 과일을 파는 노점상의 가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귤이나 살까하는 마음으로 쳐다보는데 노란 귤 사이의 곶감과 '곡감'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순간 '풋'하는 웃음이 나왔다. 그러곤 노점상인을 다시 쳐다보았다. 내 또래의 아주머니였다. 배우지 못했고 그래서 가난할 그의 삶을 생각하며 괜히 불쌍했다.
길을 건너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의 등에 뭔가가 있었다. 감색 점버를 덮어 쓴 그이의 등위에는 아기가 업혀 자고 있었고, 불편함에 칭얼대는 어린 것을 열심히 얼르고 있었다. 때는 겨울이었고,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해질 무렵이었다. 웬만하면 누구에게라도 맡기고 나왔을 어린 것을, 그럴 수 없는 그의 처지가 불쌍했다.
그러다 문득, 배운 것이 없고 돈이 없어 어미아비의 저 가난을 대물림할 등에 업힌 어린 것의 운명도 안쓰러워졌다. 돈이 없으면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 세상인데, 저 등에 업힌 놈이 제 부모의 삶을 따르기가 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 시대에 곡감이라 쓴 그의 부모도 안쓰럽고, 그 아이가 커 나갈 삶이 안타까웠다.
끝내 난 귤 사기를 포기했다. 차마 그들 앞에 가 설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