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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봄 쑥을 바라보며,
 왜 쑥이름이 쑥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그 딱딱한, 겨울내 굳어버린 땅위로
 어느 틈인가에 쑥
 올라와 있더군요.

 아주 어린 순들이
 세상에 어찌나 많던지
 여기 저기 쑥 쑥

 딱딱한 땅들이
 갈라지면서
 자리를 내 주고
 그틈으로
 땅밑의 모든 생명은 또 숨을 쉽니다.
 
 개구리도 뱀도 봄을 알았겠지요.

 우리동네는 서창동,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주말농장을 지나면
 인천대공원에 도착한답니다.
 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그 길을 가면서 시골에서 사는 것 같았습니다.
 참 좋더군요.

 고향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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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살다가 갑자기 공부도 학교도 인생도 싫어져서
학교를 그만두었을 때였지.

매일 저녁 술먹고 다음 날 학교 오기가 그렇게 싫었어.
속도 쓰리고, 술김에 세상도 미웠고 친구들의 정의도 가증스럽다고 생각했어.

꿈을 꾸는 일이 얼마나 절실한지 나는 내 꿈을 이루고 싶어 꿈없이 입학한 대학을 그만두겠다고 했지. 

그래 교생실습 나가는 길로 학교에 돌아가지 않았어.

봄 여름 가을이 지나며

나는 먹고 사는 문제에 더 절실해졌던 것 같아.

꿈을 꾸는 일은 나에게 사치라는 걸 깨달았고,

돈을 벌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만이 급급해서 다시 학교로 들어갔지.

졸업장이 필요했거든.

그리고 그 길로 숙명처럼 선생이 되고

몇번의 탈출 기회도 있었지만 내 게으른 근성을 벗지 못했어.

23살엔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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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에서 외할머니께 드릴 옷을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나올 때였다

 왼편 길가에 과일을 파는 노점상의 가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귤이나 살까하는 마음으로 쳐다보는데 노란 귤 사이의 곶감과 '곡감'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순간 '풋'하는 웃음이 나왔다. 그러곤 노점상인을 다시 쳐다보았다. 내 또래의 아주머니였다. 배우지 못했고 그래서 가난할 그의 삶을 생각하며 괜히 불쌍했다.   

 길을 건너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의 등에 뭔가가 있었다. 감색 점버를 덮어 쓴 그이의 등위에는 아기가 업혀 자고 있었고, 불편함에 칭얼대는 어린 것을 열심히 얼르고 있었다.  때는 겨울이었고,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해질 무렵이었다. 웬만하면 누구에게라도 맡기고 나왔을 어린 것을, 그럴 수 없는 그의 처지가 불쌍했다.

 그러다 문득, 배운 것이 없고 돈이 없어 어미아비의 저 가난을 대물림할 등에 업힌 어린 것의 운명도 안쓰러워졌다. 돈이 없으면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 세상인데, 저 등에 업힌 놈이 제 부모의 삶을 따르기가 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 시대에 곡감이라 쓴 그의 부모도 안쓰럽고, 그 아이가 커 나갈 삶이 안타까웠다. 

 끝내 난 귤 사기를 포기했다. 차마 그들 앞에 가 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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