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조현경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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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곱씹어가며 읽어야 할 책과 가볍게 스르륵 읽히는 책은 동시에 읽어야 제맛. 

유홍준의 <안목>,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동시에 본 책.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나에게 필요한 책이었고 마침 칙릿 소설이 읽고 싶던 차에 딱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30대 절친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로맨스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할까.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빠져들어서 한 번에 다 읽어버림. 다 읽고 나서 느낌은,  '와, 드라마 한 편 본 것 같다'였다. 


작가 이력을 보려고 알라딘에 들렀더니 맨 위 한 줄 독자 평도 '드라마 본 것 같다'였으니 느끼는 바는 비슷한가 보다. 전개 방식이나 캐릭터 성격이 드라마의 공식이랑 비슷하다 했더니 <하녀들> 드라마 작가도 하신 분이다.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설정도 있지만 안 그럼 극적인 전개, 희로애락의 폭이 확연히 줄어드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듯. 소설은 결말이 중요하니까 스포는 자제할게요. 마음에 콕콕 박히는 대사는 늘 그렇듯 저장했다. 흡인력 있는 드라마 같은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합니다. 휴가지 책으로도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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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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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산뜻한 제목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이지만 진부하지 않고 제목만으로 어떤 희망을 품게 한다고 생각하며 선택했던 책. 책을 구매한 시기가 실연 후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실연 여부와 상관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지 않은가. 

왠지 '실연'이란 단어는 합의된 이별이 아닌 일방적인 헤어짐이라고 느껴진다. 아마도 '실연했다'란 말보다 '실연당했다'라고 더 많이 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실연은 '연애에 실패함'이란 뜻인데 어쩌다 피동의 형태가 되어 일방적인 슬픔을 머금게 되었을까? 차인 사람들의 한이 동사의 형태까지 규정해버린 건지 의문이 일었다.

이 소설은 실연한 사람들을 모아 따뜻한 조찬을 먹고 이별을 보내기에 적합한 영화를 함께 보고 마지막으로 실연 기념품을 처리하는 작은 의식으로 마무리하는 모임을 그린다. 이 기발한 모임에 등장한 선남선녀는 각각 실연의 상처와 아픈 성장사를 지녔다. 

상처 후의 남녀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진부한 드라마 같지 않아 신선했다. 클리셰를 조금씩 비켜가는 전개에서 작가의 고심이 짐작되었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이 모임이 실제로 일어난다면?'이라는 상상도 곁들이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쩌면 진짜 사랑의 아픔을 이겨내고 만나는 새로운 인연이라면 산뜻하지 않을까?'란 가정도 해본다. 

책장을 덮을 때 즈음엔 문득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았을 소재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처럼 사랑의 미묘한 균일과 이끄는 대로 내달리게 되는 폭증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면 훌륭한 소재였을텐데! 내가 좋아한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표지의 색감과 디자인, 주인공의 패션으로 유추할 수 있는 캐릭터의 일치, 뻔한 기대를 살짝씩 비켜가는 전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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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과자의 안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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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책 파도를 타다 발견한 소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우메모토 교코가 도쿄 백화점의 화과자 전문점 미쓰야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성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외모 컴플렉스를 가졌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고 배우려는 열의가 있는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며 동료와 손님을 통해 화과자의 매력에 조금씩 빠진다. 


우메모토가 취직한 봄 무렵부터 1년 간의 시간을 따라 5월의 과자(장미, 투구, 오토시부미), 6월(수국, 청매, 물의 달), 7월(성합, 여름 밀감, 나리), 8월(청류, 까치, 연꽃) ...이렇게 이 달의 과자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우리가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절기로 맞듯 일본 또한 단오, 얼음의 절기, 칠석 등을 맞으며 기원하거나 액막이 등을 하는 것을 알았다. 


서사는 잔잔하게 물 흐르듯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소소한 추리가 더해지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손님이 선택한 화과자의 개수나 색, 의미 등을 추측하며 사내 권력의 추이, 상제, 사부의 암행, 사랑의 아픔 등을 추리해 내는 식이다. 다치바나의 사부가 비유했듯이 화과자는 마치 하이쿠와 같다. 몇 마디로 깨달음을 주는 하이쿠 같이 화과자에 계절을 담고, 은유와 비유를 녹였다. 즉, 계절어가 있고 언어유희가 가능하다. 과자 하나에 이런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점이 참 일본답기도 하고 낭만적이라 부러웠다. 우리네 시조가 계절떡과 어우러져 소중한 분께 전하는 선물로 정착 되었어도 멋드러지지 않았을까? 


우메모토가 이 곳에서 일하면서 찾는 행복과 자존감의 의미 또한 작가가 전하는 중요한 메세지이다. 인생의 다양한 의미를 화과자를 통해 추리하고 증명해 가는 과정이 일본 특유의 은유 문화를 함축한 듯 하다. 


이 책을 읽을 때 화과자의 환상이 생겨 일본 여행을 가면 꼭 화과자 전문점을 방문하겠다 다짐했었지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다음번 방문 때는 화과자에 담긴 은유와 계절의 이미지를 음미해보고 싶다. 이달의 과자도 추천받으며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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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를 찾아요 - 사라진 오후를 찾아 떠난 카피라이터의 반짝이는 시간들
박솔미 / 빌리버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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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에세이가 읽고 싶어 선택한 책.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그간의 여행에서 느낀 단상을 모았다. 서울을 포함한 13개 도시의 오후가 담겼다. 그녀가 오후에 주목한 이유는 일상에서의 오후는 후딱 지나가지만 멀리 떠난 여행지에서의 오후는 2시, 3시, 4시 이렇게 정박으로 간다는 것. 그렇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던가. 사람이 새로운 일을 많이 하면 시간은 더디게 간다는 것. 하루의 밀도가 낮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린단다. 올2월 항저우의 거리를 친구들과 걸을 때 문득 생각이 들었더랬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겨우 2시 반 밖에 되지 않았구나.' 이런 오후에 주목해 이를 테마로 엮은 여행기는 신선했다. 다만, 읽다보면 오후의 여행이라기보다 여행 속 오후에 가깝다고 느낀다. 어떤 챕터들은 오후와의 연관성이 모호하다. 하긴, 모든 여행지의 오후가 특별할 순 없으니.
나는 한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담긴 여행기를 좋아하는데 문득문득 그녀가 쓰는 단어에서 관찰을 유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직업탓일 수도 있지만 일상을, 사람을, 어떤 현상을 평소에 관찰하고 음미해야 나오는 문장이 전해져왔다. 걔 중 아주 멋져보이는 타인을 관찰한 후의 갈무리가 참 좋았다. '그들의 가장 빛나는 오후를 나의 가장 어두운 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하루 종일 빛날 수는 없으니까. .. .. (중략). .. 빛이 좋은 오후 3시가 되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고, 답 없이 깜깜한 밤 11시가 되었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밤 11시가 되지 않는 오후 3시는 없다. .. .(중략)..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꼬르륵 소리를 내는 나의 동지들이여, 우리 그렇게 믿읍시다. 우리도 빛 좋은 어느 한때가 되면, 누군가가 몰래 수집해둘 만큼 충분히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그래. 모두가 빛 좋은 오후를 지녔다. 그 오후를 잘 꾸려가는 건 나의 몫임을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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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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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부분이 디지털화 되어 있는 현실에서 아날로그를 주제로 담론을 이끌어 낸 것은 시의적절한 주제이지 않을까 싶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모바일로 쇼핑, 교통, 여행, 커뮤니티 등 모든 게 가능한 세상에서 옛것의 이미지가 강한 아날로그라니! 
저자는 디지털로 인해 완전히 사라지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리라 예상되었던 LP레코드, 필름, 출판 등의 분야를 심도있게 파고 든다. 나에게 LP레코드는 어린시절 외갓집 이모방에서 경험했던 아련한 기억이고 필름은 10년 전부터 이어온 취미와 관련있으며 출판은 한 때 몸담았던 치열했던 직업의 현장이었다. 최근의 이미지는 이렇다. LP는 청계천이나 동묘 등 빈티지 감성을 지닌 이들이 찾는 고급취미로 여겨졌고 필름은 10년 전에 비해 구매 가능한 필름이 줄어들어 아쉬운 매개체였다. 신문과 잡지는 시장의 판도와 마케팅의 방향이 이전보다 디지털로 상당수 확장, 재편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세계적인 흐름을 다룬다. 문닫은 필름 공장이 부활하고 소규모 출판 시장이 온라인보다 확실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게다가 아날로그의 부활은 옛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 세대가 아닌 10~20대로부터 인기를 끈다니 놀라웠다. 아날로그를 경험한 세대는 이를 향수 또는 복고, 반격으로 부르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은 속도와 효율을 기치로 한다면 아날로그는 취향과 경험을 중시한다. 계량화할 수 없는 풍성함, 효율의 잣대를 가뿐히 뛰어 넘는 손맛의 가치가 아날로그의 힘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즉,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제목보다 부제인 Real Things and Why They Matter가 이 책을 읽으며 더 생각해야 할 메세지라 느꼈다. 결국 아날로그는 반격의 측면도 있지만 디지털과 공존하며 존재할 것이고 그 안에서 각자가 소중히 여기는 아날로그의 감성이 있다면 지켜가면 될 일이다. 나 또한 대부분이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나만의 아날로그를 찾는 여정을 꾸준히 만들어갈 것이다. 찬찬히 여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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