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과자의 안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책 파도를 타다 발견한 소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우메모토 교코가 도쿄 백화점의 화과자 전문점 미쓰야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성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외모 컴플렉스를 가졌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고 배우려는 열의가 있는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며 동료와 손님을 통해 화과자의 매력에 조금씩 빠진다. 


우메모토가 취직한 봄 무렵부터 1년 간의 시간을 따라 5월의 과자(장미, 투구, 오토시부미), 6월(수국, 청매, 물의 달), 7월(성합, 여름 밀감, 나리), 8월(청류, 까치, 연꽃) ...이렇게 이 달의 과자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우리가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절기로 맞듯 일본 또한 단오, 얼음의 절기, 칠석 등을 맞으며 기원하거나 액막이 등을 하는 것을 알았다. 


서사는 잔잔하게 물 흐르듯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소소한 추리가 더해지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손님이 선택한 화과자의 개수나 색, 의미 등을 추측하며 사내 권력의 추이, 상제, 사부의 암행, 사랑의 아픔 등을 추리해 내는 식이다. 다치바나의 사부가 비유했듯이 화과자는 마치 하이쿠와 같다. 몇 마디로 깨달음을 주는 하이쿠 같이 화과자에 계절을 담고, 은유와 비유를 녹였다. 즉, 계절어가 있고 언어유희가 가능하다. 과자 하나에 이런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점이 참 일본답기도 하고 낭만적이라 부러웠다. 우리네 시조가 계절떡과 어우러져 소중한 분께 전하는 선물로 정착 되었어도 멋드러지지 않았을까? 


우메모토가 이 곳에서 일하면서 찾는 행복과 자존감의 의미 또한 작가가 전하는 중요한 메세지이다. 인생의 다양한 의미를 화과자를 통해 추리하고 증명해 가는 과정이 일본 특유의 은유 문화를 함축한 듯 하다. 


이 책을 읽을 때 화과자의 환상이 생겨 일본 여행을 가면 꼭 화과자 전문점을 방문하겠다 다짐했었지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다음번 방문 때는 화과자에 담긴 은유와 계절의 이미지를 음미해보고 싶다. 이달의 과자도 추천받으며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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