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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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산뜻한 제목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이지만 진부하지 않고 제목만으로 어떤 희망을 품게 한다고 생각하며 선택했던 책. 책을 구매한 시기가 실연 후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실연 여부와 상관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지 않은가. 

왠지 '실연'이란 단어는 합의된 이별이 아닌 일방적인 헤어짐이라고 느껴진다. 아마도 '실연했다'란 말보다 '실연당했다'라고 더 많이 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실연은 '연애에 실패함'이란 뜻인데 어쩌다 피동의 형태가 되어 일방적인 슬픔을 머금게 되었을까? 차인 사람들의 한이 동사의 형태까지 규정해버린 건지 의문이 일었다.

이 소설은 실연한 사람들을 모아 따뜻한 조찬을 먹고 이별을 보내기에 적합한 영화를 함께 보고 마지막으로 실연 기념품을 처리하는 작은 의식으로 마무리하는 모임을 그린다. 이 기발한 모임에 등장한 선남선녀는 각각 실연의 상처와 아픈 성장사를 지녔다. 

상처 후의 남녀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진부한 드라마 같지 않아 신선했다. 클리셰를 조금씩 비켜가는 전개에서 작가의 고심이 짐작되었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이 모임이 실제로 일어난다면?'이라는 상상도 곁들이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쩌면 진짜 사랑의 아픔을 이겨내고 만나는 새로운 인연이라면 산뜻하지 않을까?'란 가정도 해본다. 

책장을 덮을 때 즈음엔 문득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았을 소재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처럼 사랑의 미묘한 균일과 이끄는 대로 내달리게 되는 폭증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면 훌륭한 소재였을텐데! 내가 좋아한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표지의 색감과 디자인, 주인공의 패션으로 유추할 수 있는 캐릭터의 일치, 뻔한 기대를 살짝씩 비켜가는 전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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