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들의 방 - 우리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
베로니카 오킨 지음, 김병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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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신경학자인 저자가 정신병을 앓고있는 환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우리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에 대한 연구서이다

책의 원래 제목은 The Rag and Bone Shop : How We Make Memories and Memories Make Us 인데, The Rag and Bone Shop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폐품가게'라는 뜻이라는데, 우리의 뇌속에 남겨진 기억들이 마치 누더기처럼 아무렇게나 쌓인데 대한 비유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만난 정신병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을때 나타나는 엉망으로 뒤엉켜버린 감각들과 놀라운 뇌활동에 대해 기록한다

책은 제목대로 1부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부 기억은 어떻게 우리를 형성하는가 두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서는 기억의 원재료로서의 감각, 해마이야기, 시간과 영속성의 경험, 기억하기와 잊기 등 감각이 어떻게 기억이 되는가를 살펴보고, 정신질환이 감각과 기억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2부에서는 자기인식과 자아감각, 거짓 기억과 진짜 기억, 가장 오래된 기억들처럼 뇌에서 만들어진 기억이 어떻게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구성하게 되는지를 추적한다

뇌 신경 감각이 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와 같은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내용들은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기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첫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정신병을 앓은적이 없는 산후 정신병 환자의 이야기와 함께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 생생한 임상사례들은 소설처럼 몰입해서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다

이 책이 다른 뇌과학 도서들과 다른 특별한 점은 환자들의 사례뿐만 아니라 양극성 감정조절 장애라는 정신병으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존 버거, 사무엘 베게트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하며 뇌와 기억의 세계를 과학이나 의학만의 시점이 아닌 문학 텍스트를 통해 인문학적으로 바라보기도 가능하다는걸 알게되었다

뇌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자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기존의 연구들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두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밝혀내는데 집중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기억을 형성하는 방식과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이 어떻게 우리를 구성하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우리가 몰랐던 뇌의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갈수 있게 해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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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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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프랑수아즈 사강, 시몬느 드 보부아르.. 여성작가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중에 한 사람, 조르주 상드가 있다

다른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책이나 영화로 봤지만 조르주 상드는 작품보다 피아니스트 쇼팽의 연인으로만 알고있어 그녀의 소설이 더 궁금했다

<그녀와 그>는 쇼팽을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 지식인들과 스캔들을 일으키며 '사랑의 화신'으로 불린 조르주 상드와 천재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표지에 나온 두 연인의 키스처럼 그녀의 사랑 이야기도 로맨틱하고 달콤할까?

조르주 상드는 어린 나이에 귀족가문 출신과 사랑없는 결혼을 했지만 몇년후 별거하고, 파리에서 작가로 등단해 짧은 글들을 기고하며 남장차림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다
특히 6살 연하인 시인 뮈세와 음악가 쇼팽과의 연애사건은 그 당시 파리 사교계에 상당한 스캔들을 일으켰다

소설의 주인공 화가 테레즈 자크(조르주 상드)와 로랑 드 포벨(뮈세)은 우연히 알게되고,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린다
하지만 테레즈는 과거의 사랑의 상처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은채 구애를 거절하고,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로랑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로랑은 테레즈에게 뜨거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 사랑을 고백한다
테레즈와 로랑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에 빠지게되지만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술과 도박 여자를 탐닉하는 방탕하고 광기어린 젊은 예술가 로랑에게 테레즈는 자신을 구속하는 답답한 존재였고, 테레즈는 모성애적 사랑으로 글을 써 생활비를 벌고 병간호를 하며 로랑을 보살피지만 그를 바꿀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소설속에서 두사람은 편지와 대화로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말하고 상처를 주고 받으며 고통스러워 한다
그녀가 영원히 계속될거라고 상상해왔던 사랑이 의심과 불신을 넘어 서로에 대한 혐오로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이별을 고하고 그를 떠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사랑의 현실은 낭만적이거나 아름답지만은 않다
'세기의 연인'이라 부를만큼 프랑스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달콤함보다는 무모하고 치명적이었던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씁쓸함의 기록을 남긴채 끝난다

그녀의 소설과 그속에 나온 편지들을 읽으면서 쇼팽의 연인이나 많은 남자들과의 자유연애, 당시로는 파격적인 남장스타일, 팜므파탈 같은 시대적인 편견이나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소설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킨 뮤즈로서의 조르주 상드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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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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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먹이사슬,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강자만이 살아남으며, 약자는 도태되거나 멸종되는 것이 자연계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38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으며 멸종된것은 강한 승자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패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 책은 생물과 인류의 광대한 역사를 패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생존전략에 어떠한 비밀이 있는지에 주목한다

대재해로 공룡이 멸종해도 살아남은 생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공룡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먹잇감이 되던 패자였다
거대한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도 인류의 조상인 작은 포유류는 뇌와 감각기관을 발달시켜 진화해나간다

우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도 패자였다
크고 강인한 힘과 뇌용량을 가진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몸집도 작고 힘도 약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뇌가 작지만 무리를 짓고 집단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도구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그래서 지금 이 지구에 남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단순한 형태의 몸을 선택하거나 무리를 짓고 유전자를 교환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냉혹한 환경을 버티고 살아낼수있도록 소형화의 길을 선택하고 덜 진화된 형태로 살아가는 등 낮추고, 비켜 가고, 공생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아 이기는 패자들을 보여준다

공룡이 멸종한 것처럼 언젠가는 먹이사슬의 최고점에 있는 지구의 지배자인 인간 또한 멸종하지 않을까?
하지만 인류가 멸종해도 지구는 다시 새로운 생물들이 출현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들이 어떻게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나갔는지 생명의 역사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빅 히스토리 속에서 살아남은 위대한 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태계안의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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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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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목재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캐나다 벤쿠버에서 본 삼나무 집의 매력에 빠져 나무집에 살면서 나무집을 지어 파는 목공소 대표이다

책 표지의 부제처럼 반 고흐의 들판 위 오두막부터 르코르뷔지에 호숫가 집까지 48점의 삽화, 사진과 함께 흥미로운 집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PROLOGUE 우리들의 집 이야기, 1 집에 살다, 2 집을 보다, 3 집에 머물다, EPILOGUE 집의 미래로 나누어 건축물로서의 집뿐만 아니라 유명 건축물 이야기, 유명인들의 집에 관한 숨겨진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집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작아서 고아하며 초라하여 빛나는 집'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던 부분과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의 4평 오두막집과 월든을 쓴 데이비드 소로의 호숫가 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소로의 월든 호숫가 집, 법정스님의 산중 토굴, 르코르뷔지에의 오두막, 외딴 숲속 하이데거의 오두막,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러시아 귀족의 대저택, 뭉크의 고향 오슬로의 작은 집까지 역사와 예술, 문학과 철학, 동양과 서양.. 시간과 공간, 학문적 경계를 뛰어넘는 집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수있었다

자신의 인생철학에 따라 집을 선택한 사림들과 아파트 공화국에서 살고있는 지금의 우리..

책을 읽다보면 형태와 크기는 다르지만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 살았고 각자 집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비교해보게 된다

집에 대한 지식과 지혜와 함께 내집, 가족들과 함께 사는 행복한 우리집 Home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이나 안정감보다 부동산 투자나 재테크 수단으로서 House가 되어버린 지금의 집에 대해 무엇을 고민하고, 과연 나는 어떤 집에서 살고싶은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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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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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두 부부 건축가가 생각하는 땅과 사람이 함께 꿈꾸는 집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표지를 보면 앞과 뒤 모두 표지처럼 되어있는 특이한 형태인데, 출간 20주년 기념판으로 초판의 표지와 새로운 표지를 함께 볼수있어 첫 책과 지금의 책이 공존하는 느낌이든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2002년 처음 출간되었는데 그때는 저자가 직접 출판사 등록을 하고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저자는 10년마다 개정판을 낸다면 몇번이나 만들수있을까 생각하며 '나무처럼 자라는 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후로 2011년 증보판이 나오고, 2022년 20주년 기념판을 출간하게 된다
3권의 책을 만드는 동안 아이들이 자라고 두사람이 지은 집의 수만큼 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모였다

책은 제1장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 제2장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 제3장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 제4장 나무처럼 자라는 집.. 총 4부분으로 나누어 두 저자의 집에대한 성찰과 건축철학을 보여준다

책 내용중 김선생이라고 하는 의뢰인의 집을 짓는 내용이 나오는데, 직접 공책에 볼펜으로 그린 평면도를 보고, 집에대한 생각들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고, 공사를 시작하고 용도와 위치를 바꾸고 집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이란 땅위에 기초를 깔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붙이고 지붕을 덮는 물리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생활과 가족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 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걸 깨닫게 된다

책을 읽는동안 내가 만약 김선생이 되어 내손으로 직접 내집을 짓는다면 건축가인 저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상상해보았다

어렸을때 작은 마당과 옥상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았던적을 제외하곤 아파트에서만 살고있는 나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있다
붉은 벽돌로 된 외벽에 박공천장, 창밖으로 그림처럼 자연풍경을 감상할수있는 커다란 창, 나만의 비밀아지트가 되어줄 다락방, 럭셔리한 드레스룸, 도서관처럼 벽면을 전부 책장으로 채운 서재, 호텔풍의 욕실, 야외테라스와 작은 정원.. TV나 잡지에서 본 근사한 집들과 나의 취향을 반반씩 섞은 많은 이미지들이 떠오르지만 저자가 말하는 땅과 사람은 들어있지 않다

현대의 집은 외관과 조형미가 앞서고 건축의 온기는 점점 없어진다
집을 지을 땅도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대상으로만 보고 부동산 가격에만 신경쓸뿐 그 집에서 살아가야할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꿈꾸는 땅에 담긴 이야기와 시간이 가진 힘을 존중하고 따뜻한 온기를 품고 인간을 받아들여주고 안아주는 집, 시간이 축적되어 손때가 묻고 주인을 닮아가는 집.. 정말 멋지지 않은가!!

우리도 나무처럼 자라고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을 상상속에서라도 하나씩 지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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