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좋아서 -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
더초록 홍진영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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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을 가꾸고싶은 로망이 있을것이다

나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동화책에 나오는 작은 목조주택과 예쁜 장미가 한가득 핀 정원 사진 한장을 보고 언젠가 은퇴를 하면 서울을 떠나 내가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키우며 살고싶다는 버킷리스트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게도 자발적이 아니라 도시의 아파트가 지겨워 주택을 짓는 바람에 갑작스레 정원이 생겨 그곳을 채우기위해 어쩌다 마당 가드너가 된 케이스다ㅎㅎㅎ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계절별로 가드너의 일년살이를 천천히 따라간다
열두달이라는 계절의 한바퀴를 지나는동안 정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또 가드너의 마음속에서 어떤 변화들이 생기는지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예쁜 에이프런과 모자를 쓰고 우아하게 장미를 가꾸는 나의 상상속 가드너가 아니라 어느 한계절 게으름을 피우거나 빈둥거릴 틈없이 꽃과 초록이들을 돌보는 막노동꾼에 가까운 저자의 기쁨과, 기대, 걱정, 욕심, 실망, 조바심 등의 마음이 고스란히 생생하게 전달되어 공감이 갔다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라는 책의 부제처럼 정원을 가꾸면서 조금은 부족하고 느리지만 자연이 허락하는만큼만, 매일 조금씩 작은 것들로 자족하는 기쁨과 무수한 실패가 가르쳐준 너그러운 체념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는 다른 가드닝 도서들처럼 꽃이나 나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토양관리, 물시중, 비료주기, 병해충 관리 등 실용적인 가드닝 비법이나 노하우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식물을 키우고 꽃을 보고 열매를 수확하는게 아니라, 초록이들을 통해 다정한 위안을 얻고 나 자신을 치유하고 인생의 지혜를 배우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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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 (스프링) - 하루 한 번, 삶의 물음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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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순간 가장 핫한 철학자라면 쇼펜하우어가 아닐까?

'쇼펜하우어 신드롬'으로 불릴만큼 TV나 유튜브같은 미디어 채널에서 유명한 셀럽들과 인플루언서들의 정신적 멘토로 언급되고, 서점에는 인문학 서적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간과 베스트셀러들로 가득하다

인생은 고통이고, 고뇌는 인간의 운명이며, 삶은 추악하다고 말하는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철학자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은 그의 철학적 핵심을 담고있는 문장들을 엄선한 아포리즘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책이 아니라 달력으로, 날짜와는 상관없이 사용가능한 일력이라 더 유용하다

쇼펜하우어 일력은 쇼펜하우어의 대표저작 인생론, 행복론, 잠언집 뿐만 아니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 전체 원전에서 365개의 아포리즘을 인용했고, 월별로 다앙한 주제에 따라 구성되어있다

1월 인생 플랜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도 다 괜찮아 2월 지혜로운 삶 세상은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 3월 삶의 의미 산다는건 원래 고단하고 비참한 것 4월 고통과 상처 당신만 힘들고, 희생한다고 생각될때 5월 인간관계 왜 사람이랑 부대끼는게 이토록 힘든가? 6월 삶의 태도 어떤 인생을 살기위해 애써야 옳을까? 7월 마음 돌보기 감정이 널을 뛰고 시시각각 흔들릴때 8월 일과 휴식 그대 영혼이 마르지 않도록 잘 다독이기를 9월 삶의 결실 어느 정도 부와 명예가 있어야 행복해지나? 10월 홀로서기 고독이야말로 인간 삶의 궁극적 지향 11월 멋지게 살기 인간답고 지적이며 예술적으로 사는 길 12월 사랑과 평화 온화한 사랑과 평온이 잔잔히 흐르는 삶..

목차의 소제목만 봐도 쇼펜하우어가 살았던 시대와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단 한번뿐인 인생을 행복하고 가치있게 살아갈수 있을까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365가지 촌철살인 인생조언들이 수록되어있다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화가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를 함께 그가 즐겨 인용한 원어 문장의 경우 QR코드를 수록해 라틴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독자들이 원어 발음을 직접 들을수 있도록 보통 달력과는 다른 재미도있다

내 책상위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일력으로 하루 한 번, 그의 문장을 읽고 삶의 지혜를 배울수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인생공부는 없지 않을까?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궁금하지만 그의 저서를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에게 입문용으로, 인생의 지혜가 담긴 문구를 필사하거나 책이 아닌 캘린더 선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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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리학 필독서 30 - 뉴턴부터 오펜하이머까지, 세계를 뒤흔든 물리학자들의 명저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2
이종필 지음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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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물리학 분야에서 우리가 꼭 읽어야할 책들중 서른권의 책을 뽑았다

뉴턴부터 오펜하이머까지, 세계를 뒤흔든 물리학자들의 명저 30권을 한권에.. 라는 부제가 눈에 띄어 어떤 책들이 들어있을까? 궁금해졌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부터 살펴보니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베르너 하이젠 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리처드 필립 파인만 칼 에드워드 세이건 스티븐 호킹.. 정도만 알고있을뿐, 나머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물리학자들이 더 많았다

인문계 문과전공인 나에게 물리학은 수학보다 몇백배나 더 어려운 넘사벽의 존재이다
수학의 미분적분을 왜 배워야하는지도 몰랐는데 물리학의 양자역학이라니..
수식이나 공식이 나오면 머리가 아프고 무조건 책을 덮는 나같은 과학알못이 읽어도 되는 책일까?

문학에도 대표 고전명작들이 있듯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물리학의 고전들을 추천하는데, 보통의 과학서들과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유명한 물리학자들의 이론과 법칙을 담은 대표작이 아니라 물리학의 역사적 흐름과 맥락을 한눈에 살펴볼수있는 책들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근대과학의 발전에 문을 연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20세기 과학혁명의 기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특수이론과 일반이론, 양자역학의 창시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학문적 자서전 부분과 전체, 블랙홀에 대한 모든것을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대한 킵 손의 블랙홀과 시간여행, 빅뱅이론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과학자들의 논의와 증명의 역사를 기록한 사이언 싱의 우주의 기원 빅뱅 ..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물리학의 대표 이론이나 개념, 명제들을 설명한다고해도 상당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갖춘 일부를 제외하고 과연 제대로 이해할수있는 독자들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은 적어도 어렵고 난해한 물리학이라는 높은 벽에 가려져 보이지않던 위대한 발견들이 왜 중요한지,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것을 알려줄 친절한 입문서가 되어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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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생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2
듀나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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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전설 신일숙 작가x2024년 지금 듀나 작가, 순정만화xSF소설.. 30년 넘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는 콜라보.. 이건 꼭 읽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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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생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2
듀나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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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평론가, SF소설 작가 듀나가 신일숙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순정만화xSF소설 시리즈다

영화매니아인 나에게 듀나라는 작가는 SF소설보다는 영화잡지나 영화관련 매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분석한 영화평이나 칼럼이 먼저 떠오른다

책을 읽기전 목차를 살펴보다가 <1999년생> 설정 소개가 눈에 띄었는데 놀랍게도 순정만화의 전설 <아르미안의 네 딸들> 신일숙 작가의 SF소설이었다

1990년대쯤 여중 여고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순정만화 작가를 꼽으라면 신일숙 작가와 <굿바이 미스터 블랙> 황미나 작가였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칭구네 집에 모여 동네 만화방에서 빌려온 순정만화책을 탑처럼 쌓아놓고 돌려가며 읽은 추억이 떠오른다ㅎㅎㅎ
그때는 여주인공보다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남주의 그림체와 순정만화=로맨스 공식처럼 가슴 설레고 간질거리는 러브 스토리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신일숙 작가의 작품에 나온 여성캐릭터는 다른 작가의 작품들보다 가장 용감하고 전투적(?)이라서 더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순정만화xSF소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30여년 전 작품인 <1999년생>을 어떻게 다시 쓸것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듀나 작가가 찾은 해답은 리퀄(legacy sequel)이다
원전에 이어지는 역사를 그리되 2024년을 살아가는 SF 작가 듀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법..
프리퀄이나 씨퀄은 많이 봤지만 리퀄은 처음이라 고전SF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책을 읽기전부터 흥미진진해졌다

20세기말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으로 종말의 위기에 처한다
지구촌 도시에 UFO가 나타나고 외계인의 대공습이 시작된다
외계인과의 전쟁에 특화된 초능력을 가진 인류의 마지막 구원자 2023년생들이 외계인과의 전쟁을 벌이며 겪게되는 내용으로 스토리나 플롯이 복잡하거나 어렵지않고 잘 읽힌다

SF라는 장르는 영화든 소설이든 매니아적 취향이 강해 일반독자들에겐 진입장벽이 꽤 높은편이다
2023년생은 순정만화xSF소설 콜라보라고 하지만 순정만화에서 기대하게 되는 로맨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껏 본 SF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3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단순히 SF고전 다시쓰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를 또 하나씩 만들어가는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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