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 벨크냅프레스가 선택한 최고의 과학 교양서로,
분자생물학의 기초 입문서이자 필독서로 생명과학의 핵심을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 몸속 거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 물질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세포에서 2만 5000개의 유전자가 2만 5000개의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다.
간세포와 뇌세포의 차이는 어떤 유전자를 지니고 있느냐가 아니라,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유전자를 읽느냐에 달려있다.
모든 세포는 같은 악보를 가지고 있지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악기만 골라 연주한다.
각 세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DNA가 대본이라면
단백질은 그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주인공이다.
요리사가 레시피를 보고 재료를 순서대로 넣어 요리를 완성하는 것처럼,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로 이어지는 흐름을 생물학의 중심 원리(central dogma)라고 한다.
설계도가 있고, 그것을 읽는 컴퓨터가 있고, 실제로 일하는 일꾼이 있는 셈이다.
자연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낸 결과,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렴진화 양상은 결빙 방지 단백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생명체의 결빙 방지 단백질들이 저마다 제각각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얼음 결정으로부터 보호하는 막을 형성하기 위한 독특한 단백질을 생성 분비하는 일은 같다.
결빙 방지 단백질을 동결 방지제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식량, 기후, 의료 등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
추위에 약한 식물의 서리에 대한 내성을 을 높인다거나,
식품의 신선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더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위장의 대가인 문어가 주변 환경의 색과 색조를 지각하기 위해 눈이 좋을 줄 알았는데,
정작 위장에 필요한 상당수의 색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문어는 대부분 색맹에 가까워 단 몇 가지 색만 구분할 수 있는데,
정교한 위장은 눈이 아니라 피부 때문에 가능하다.
문어 피부에 있는 옵신이 주로 푸른 계열의 빛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색소세포가 얼마나 늘어나거나 수축해야 하는지를 조절한다.
피부로 본다는 말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문어의 촉수에는 모든 방향을 동시에
향하는 수십억 개의 옵신이 있어 일종의 나노 크기 눈처럼 작용한다니 너무 놀라웠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빛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에 가까워 눈으로 모든 방향을 일일이 살필 필요가 없다니,
인간 중심의 사고는 다른 생명체의 신비로움과 생존 전략을 알아내는데
방해 요인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전학적으로 봤을 때 거의 동일한 감각 수용체를 지니고 있고,
수용체가 매우 유사하더라도 주변 환경의 냄새 처리하는 방식이 저마다 왜 다른지,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냄새가
또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게 느끼게 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일들의
신비로움에 대해 일깨워 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단백질 수용체는 우리가 같은 세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문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감각 수용체를 이루는 유전적 구성에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음식에 대한 선호가 크게 달라져 있음을 알려주는데
깊이 있는 연구 결과가 너무 흥미롭고 매끄럽게 전달되어 너무 재미있었다.
크립토크롬을 통해 자기장 정보를 하늘의 이미지로 변환해 시신경을 통해 전달하면,
새는 북쪽을 방향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본다는 게
인간의 시각전달 경로 방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크립토크롬이 전자 쌍을 갈라놓는 순간 새가 우리가 볼 수 없는 북쪽이라는
독특한 색을 하늘에서 본다니 저자의 마라대로 정상 공상 과학소설보다도 더 낯설었다.
자연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고, 놀라운 감각을 가진 생물의 대부분이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에 살아온 것을 감안하면,
정말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정말 최근에 태어난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게는
더 낯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진화의 신생아인 인간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음을
겸허하게 깨닫게 되는 책이기도 하여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