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힘 : 인간력
다사카 히로시 지음, 장은주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결점 없는 인간이 되는 법이 아니라 잘못과 결점, 미숙함을 품고 살아가면서도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완벽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불완전한 나를 끌어안고

하루하루 수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흔들리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이 인간 수양의 본질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격을 바꾸어가며 살아간다.

이상적인 하나의 인격을 완성하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일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자기 내면의 다양한 인격을 인정하고,

그 인격들을 상황에 맞게 조화롭게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귀신같은 엄격함 속에 부처 같은 자유로움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결단력과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자비로움을

한 사람 안에 담아내야 된다는 뜻이다.

인간관계가 원활해지는 마음습관 일곱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1. 부족함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인정한다.

2. 먼저 말을 걸고 눈을 맞춘다.

3. 마음속 작은 자아를 바라본다.

4. 스스로 싫어하기로 선택했음을 안다.

5. 말이 감정을 만든다는 것을 기억한다.

6. 헤어져도 마음으로 관계를 끊지 않는다.

7. 모두 만남은 나를 위한 것임을 받아들인다.

이 습관들은 인간관계 문제에 직면했을 때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구체적이어서 시도하기 좋았다.

사람들과 소통할 때 말로 전해지는 것은 20%뿐이다.

표정과 눈빛, 행동, 태도 등 말 이외의 메시지로 전해지는 것이 80%이다.

마음속 생각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말 이외의 메시지를 통해 저절로 상대방에게 전해지게 된다.

그래서 마음은 말보다 먼저 닿는 것이다.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시작하면

인간관계가 좋아진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기도문이 있다.

모든 원인을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으면, 모든 문제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바꿀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싶을 때, 마음속으로 나에게도 책임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에게 잘못이 있지는 않았을까? 물어본다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

인생의 모든 만남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과거의 불행한 만남이라 생각했던 것이 의미 있는 만남이고,

고마운 만남이었음을 깨달을 때가 문득 찾아온다.

인생에서 타인과의 만남을 모두 인간의 성장을 위해 주어진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인생의 만남을 무의식중에 행복한 만남과 불행한 만남으로 나누고,

행복한 만남에만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불행한 만남에는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불행한 만남이라 느끼면 만났다는 사실에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그 의미와 가치를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불행한 만남과 진심으로 마주해 의미와 가치를 바라보게 되면,

신기할 만큼 우리의 마음 깊숙이에서 인생의 해석력이라 부를 만한 것이 솟구친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법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과 만난다고 해도

우리는 전 세계 80억 인구 중 한 줌의 사람들 밖에 만날 수 없다.

백 년도 채우지 못하는 짧은 인생은 인류의 역사나 지구의 역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말이지 한순간이라고 부를 만큼 짧다. 그러므로 나와 마주하는 모든 인연은 기적의 한순간이라고 봐도 된다.

서로 마음이 부딪히는 만남도, 아무리 불행해 보이는 만남도 기적 같은 만남이다.

소중한 인연임을 받아들이고, 그 인연을 통해 성장하면 된다.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인연이 때로는 고통스러울 일지라도,

갈고닦아 나가다 보면 나는 더 깊고 단단한 인간으로 성장할 것임을 깨닫게 되는 책이었다.

#사람을얻는힘인간력 #인간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교사가 만든 과학 교사를 위한 찐 실전 ChatGPT (생성형 AI (에듀테크) 과학 수업 활용하기!) - 챗GPT · 캔바 · 감마 · 엔트리 · 클로드 · 클리포 · 제미나이 · trinket.io · PPT · 인포그래픽 · 과제 탐구 지도 · 평가 활용 · 생활기록부 · 수업 기초와 챗봇 활용 · 과학탐구 프로젝트 수업 사례 · 바이브 코딩 찐 실전 시리즈 17
정지수 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재미있는 과학수업 만들기, 전국과학교사협회 등

공신력 있는 과학 교사 단체에서 열일하고 계신 과학 선생님들이 만든

진짜 찐 실전 ChatGPT라서 수업 현장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빨라,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막막한 교사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안내서 같다.

AI로 수업 방식을 바꾸되, 과학다움을 지키며

학생들의 과학적 역량과 질문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학 선생님들의 노고가 전해졌다.

프롬프트만 잘 설계하면 싱글턴으로도 원하는 결과물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싱글턴은 멀티턴에 비해 단순한 편이고, 자원 관리, 응답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3~5줄 정도의 프롬프트는 shift+enter 키를 활용하여 싱글턴으로 전송하면

효과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루브릭 만들기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루브릭은 학생의 수행을 평가하기 위해 일련의 평가 요소를 선정하고

평가 요소들에 기반해 학생의 수행을 수준별로 기술하는 평가 도구이다.

능숙도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만, 평가의 편의성 및 민원 방지 때문에

결과물에 초점을 두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취기준과 교과 내용을 잘 분석하여

프롬프트를 활용하면 루브릭 작성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프롬프트 작성 시 '---'이나 '###' 같은 구분 기호만 활용해도 내용의 구분이 훨씬 명확해지고,

AI가 다양한 항목을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각각에 맞춘 답변을 제공해 준다.

'---'은 섹션 간 구분을 나타내는 데 유용하다. 여러 질문을 하나의 프롬프트에 묶을 때 각 질문 사이에

'---'를 넣으면 AI가 독립된 항목으로 보고 하나하나에 대한 답변을 차례로 작성한다.

'###'는 AI가 프롬프트 안의 항목을 서로 독립적인 섹션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내용이 복잡한 경우 여러 문단이나 주제를 분리하고 싶을 때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프롬프트와 답변 예시가 되어 있어 응용할 수 있고,

탐구 가설 만드는 수업을 위한 챗봇, 학생이 설계한 실험에 꼭 맞는 안전 교육을 해주는 챗봇 등

과학 선생님들이 만든 챗봇을 QR코드로 접속하여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전통적인 코딩에서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숙지하고, 논리 구조를 설계하고,

디버깅까지 직접 수행해야 했기에 부담스러웠던 도구들을

바이브 코딩으로 아주 쉽게 맞춤형 교구 제작하기 실습이 수록되어 있어 좋았다.

프롬프트 기본 틀 만들기부터 개선하는 법이 스텝별로 구체적인 사례가 있으니 응용하기 좋았다.

개별화된 학생 맞춤형 문장 창작의 고통에서 벗어나,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더라도

다양한 표현과 문장 구조로 개별화된 문장을 손쉽게 만들어내는 생기부 작성까지

과학 교사로서, 담임 교사로서 꼭 필요한 그야말로 실전 ChatGPT 사용법이 수록되어 있어 유익하였다.

#과학교사가만든과학교사를위한찐실전ChatGP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믿고 보는 세계 철학전집 시리즈답게 지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책이었다.

세계 철학전집 8편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존경하는 세종대왕 편이다.

세종대왕은 머리가 비상하고 재능에 뛰어나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을 장려한 것이 아니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똑똑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 백성이 왜 불편한지, 왜 억울한지,

나라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나온 결실이었다고 한다.

세종은 나라의 근본을 사람에게서 찾은 왕이다.

인재를 고를 때 능력보다 자질을 먼저 보았고,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버리지 않았다.

부족함이 보이면 다른 길로 기회를 열어 주었고,

신하의 말이 거칠어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먼저 살폈다.

나 자신도 수없이 실수하면서, 누군가의 실수에 손절하며 인간관계를 잘라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모든 사람이 나의 기준과 문화와 배경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 있고,

내가 무례하다고 느끼는 행동이 그에게는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용서의 기술이 필요하다.

똑똑함이 자신을 위한 지능이라면 다정함은 타인을 위한 지능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똑똑함도 중요하지만 모든 상황이 흑백으로 나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똑똑하게 나를 지키는 지능을 가졌다면 타인을 위한 지능도 키워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종은 모든 것을 직접 쥐고 통제하려는 군주가 아니라, 맡기고 믿을 줄 아는 군주였다.

그래서 그의 시대에는 실수를 숨기기보다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고,

사람의 능력이 제대로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니

역시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공손하나 속으로 간사한 자를 가장 경계하라는

세종의 통찰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단순히 악한 사람이 아니라 선함을 가장한 채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을 경계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계를 도구로 삼고 책임은 회피하면서도

자신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말로는 사람을 알 수 없다. 일을 맡겨 보면 알 수 있다.

선택할 힘을 주어 이익과 불편함을 함께 감당할 자리를 내어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한번 믿어보고 맡겨보면, 그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자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사람의 진짜 본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선한 사람은 힘을 얻었을 때 더욱 겸손해지고,

악한 사람은 힘을 얻었을 때 본색을 드러내는 법이다.

권력으로 자신을 지키고 높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힘을 자신을 있게 해준 사람들을 위해 쓰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 힘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크나큰 싸움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근본을 잊고 살아가면 문제가 생긴다.

회장은 직원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부모는 자녀가 없으면 부모가 아니고,

왕은 백성이 없으면 왕이 될 수 없는 법이다. 근본이 없으면 그것조차 없어진다고.

그 위치까지 올라갈 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을지라도 그 근본에 감사할 줄 알아야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그 자리에 있게 한 사람들,

내 아래에서 나를 떠받치고 있었던 사람들, 그들이 편안해야 나도 편안하고,

그들이 무너지면 나도 함께 무너짐을 기억해야 한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편안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것을 알고,

백성을 위한 왕이었기에 세종대왕이 지금도 존경받는 것이다.

자신을 믿는 마음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사람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충분히 그럴듯한 말에 설득될 수 있고,

황당한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현명함은 똑똑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옳더라도 한번 멈춰서 다시 확인하고 불편한 반대 의견까지 생각해 보는 태도에서 나온다.

내가 아무리 옳더라도 누군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세상의 이치와 상식에 비추어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나 기존 편견과 일치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확증편향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함을 세종 또한 강조했다고 한다.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세종대왕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대는인생에서무엇을놓치고있는가 #세종대왕 #세계철학전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무지와 철없음을 다시 자각하며 더 늦기 전에 엄마가 걸을 수 있을 때, 가까운 성지순례라도 함께 하며 엄마와 나의 순례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이 64세, 3년 전 왼쪽 발목 골절, 5년 전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왼쪽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염, 왼쪽 발가락 2,3지 사이 염증,

골다공증 T-score -3.0 이하, 골절 위험도 뼈 부위에 따라 3~15%,

극심한 위염, 궤양, 십이지장 궤양, 식도염,

혈변이 나오면 위험하니 즉시 귀국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경고.

이런 몸 상태로 순례길을 떠나는 게 정녕 맞나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야만 했던 건 '엄마'라고 하니 가슴이 먹먹해왔다.

나이가 들고 죽는 순간에도 간절하게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더니,

꿈에서 엄마를 본지 너무 오래되어 산티아고에 가면 꿈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더 늙어서 못 걷기 전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니 말이다.


까칠한 할매의 첫 번째 순례는 16년 전 치매인 엄마를 황망하게 보내고

다리가 부러질 만큼 걸으며 자신에게 벌을 주고 싶어서였다.

길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라도 당하면 속이 시원하겠다는 심정으로 떠난 길이었건만,

매일 퉁퉁 붓는 발목과 부러질 것처럼 아픈 다리를 끌고 걷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고

고통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겠다는 음험한 희망은 신기루였다.

기진맥진하며 걸은 지 열흘이 훨씬 넘어서야 비로소 기도라는 걸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30일 넘게 그 긴 길을 홀로 걸으며 이생에서 만난 인연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 회한, 누군가에게는 뒤늦은 사과를 하고

누군가에게는 전하지 못할 감사와 축복을 하게 되었단다.

잡동사니로 빽빽이 들어차있는 창고 한가운데 텅 비어 있는 공간 같은 곳에서

비로소 숨통이 트였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명징하게 들어보다 볼 수 있었던

첫 번째 순례의 기억이 십 년이 지나 그리웠지만 다시 갈 수 없는 길이 되었다.

순례 후에 훈장처럼 얻은 아킬레스건염을 치료하던 의사가

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다음에는 발을 아예 못 쓸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았기에 꿈꾸기를 털어내곤 했단다.

그랬던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체력으로

게다가 십 년이나 더 늙어서 그 무모한 도전을 2번째 순례길을 떠난 이유가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였다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순례길 내내 엄마를 그리며 걷다 보면 세월 속에서 점차 흐려지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꿈에서라도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더 늙어서 못 걷기 전에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례일지 모를 2번째 까미노를 시작했다니 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예전 같지 않고 관광화되면서 본질을 잃게 되었다며

안타까워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지라, 10년 동안 너무 변한 순례길 환경에

까칠한 할매가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출발한 지 이틀 만에 상그리아 한 잔에 취기가 올라 숙소로 들어오다

발이 걸려 그대로 푹 고꾸라졌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이빨이 부러진 것 같아 겁이 나서 만져볼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니,

골밀도도 낮은데 어쩌나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다행히도 이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이야기만 들어도 놀랐는데, 본인은 얼마나 황당하고 걱정스러웠을까 싶었다.

사람의 인연은 묘한 것이어서 타인과 말을 섞어보면 금방 안다니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목소리, 표정, 대화하면서 느껴지는 숨결까지,

상대방의 말속에 단편적으로 실려 나오는 삶의 조각에서

그의 인생과 인격, 성정, 생각까지 읽힌다니 나의 말투와 몸가짐을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아무리 순례길이라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마음이 쉽게 건너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감동스럽긴 해도 짧은 순간에 진한 정이 드는 경우는 드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김새가 다르고 살아온 인생도 다른 사람들이

다른 곳, 다른 인생에 놓여 있어도 예사롭지 않은 인연으로

감정이 몸통으로 기대 쏟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니

역시 순례길에서 결국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까칠한 할매는 생전에 엄마한테 했던 투정 부리는 막내 버릇을

가장 가까이 있는 언니한테 지금도 한다고 한다.

자신에게 돌아갈 고향에 남아 있다면 유일한 사람이 언니라고 한다.

함부로 말하고 여과 없이 감정을 토해내도 평생 자신을 엄마처럼 품어주는 언니를

섬겨야 할 때도 되었지만 여전히 투정 부리는 동생이라고 하니,

나이가 들어도 가족의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두 분의 노년이 건강하고 평화롭길 나 또한 기도드리면서

나 또한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게 지금 내 곁에 있네 소중한 엄마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소중한 사람에게 감히 다른 사람에겐 할 수 없는

비수와 같은 말을 내뱉고 상처를 주는 정말 철없는 딸임을 반성하게 되었다.

엄마랑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고 했는데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도 못했는데

항상 건강하고 씩씩할 줄 알았던 엄마가 갑자기 허리 통증으로 무너지는 걸 보고

덜컥 겁이 나서 까칠한 할매의 순례길이 남일 같지 않았다.

우리 엄마도 인간이기에 내 곁에 평생 잊지 못한다는 것을 왜 자꾸 잊고 살아가는지,

나의 무지와 철없음을 다시 자각하며 더 늦기 전에 엄마가 걸을 수 있을 때,

가까운 성지순례라도 함께 하며 엄마와 나의 순례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순례길 #까미노 #까미노데산티아고

#산티아고순례포르투갈길 #산티아고 #까칠한할매는왜다시산티아고에갔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