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코끼리 -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유
케빈 심러.로빈 핸슨 지음, 이주현 옮김 / 데이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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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방 안의 코끼리는 누구나 알지만 인정하거나 언급하길 꺼리는 중대한 문제를 말한다.

뇌 속의 코끼리는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기제에 대해 중요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특징으로

내적으로 금시기되는 일종의 이기심을 뜻한다.

인간은 권력, 지위, 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적 동물이라 필요하다면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기꺼이 거짓말하고 속임수를 사용한다. 다른 사람을 속이기 위해 자신의 동기를 숨기는데,

다른 사람을 잘 속이기 위해 자기 자신도 속인다. 

의식적 마음에게조차 진실을 밝히지 않아, 자신의 추악한 동기를 자신조차 모르게 하여

다른 사람에게 감추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 기만은 탐탁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 좋게 보이기 위해

뇌가 사용하는 책략이자 전략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늘 평가받기 때문에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좋은 동기를 강조하고 못난 동기는 감추려고 한다. 

우리가 과도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기 보다

과시적 돌봄이라는 분석은 곰곰이 생각해 볼 만했다.

다른 사람의 눈에도 좋아 보이는 값비싸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의학 치료를 선호하고

푹 쉬고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는 간단하고 값싼 치료 방법을 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응급 치료를 제공하는 영웅이 되길 원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식습관을 바꾸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운동을 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피험자들에게 한 번에 두 장의 여성 얼굴 사진을 보여 주며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매력적인지

선택하게 하는 실험에서, 선택할 시간을 무제한으로 주고 머리카락의 색깔이나 스타일이 다른 여성 2명의 

사진을 제시했음에도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눈치챈 피험자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니

꽤 충격이었다. 어떻게 2/3가 속을까?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엉터리 이유들을

지어내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니 우습기도 했다. 


지성인이 베푼 미덕이라고 생각한 고귀한 행동의 이면에 고귀하지 않은 동기가 존재하며,

그런 동기를 정면으로 바라보기란 껄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겨진 동기에 직면하고, 뇌 속의 코끼리를 인지해야 

겸손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뇌 속 코끼리를 무시하는 것이 전략이 되기도 하지만, 

뇌 속 코끼리를 인식해서 자기 위선과 싸워야 

자기 허점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세상과 타인을 인지하는 인간의 본능을 알면

자기 자신을 그나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타인을 함부로 비판하지 않고 신중하게 소통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행동 이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뇌속코끼리  #자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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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다 죽는 게 인생은 아닐 거야
오건호 지음 / 나비소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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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떠났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에서 일정상 포르투갈에 큰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파티마 100주년 즈음이어서 파티마 일정을 추가하느라 리스본에 너무 짧게 머물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리스본이 너무 좋아 아쉬움이 컸다.

스페인과는 또 다른 소박하지만 친근한 포르투갈의 매력에 빠져

다음번에는 더 일정을 길게 할 수 없다면 스페인 따로, 포르투갈 따로 

다시 여행 오자고 엄마랑 약속을 해서 그런지,

펜 드로잉 속 포르투갈의 모습이 낯익고 그립게 느껴졌다.


정신없이 회사 생활을 하다 이렇게 살다 죽는 것일까 하는 허무한 감정이 가슴을 확 움켜쥐던 중,

"포르투는 예술가들의 도시래."라는 친구의 한 마디에

무작정 2주일 뒤떠나는 포르투갈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는 그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현실을 내려놓고 잠시 떠나면 직장 생활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리스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저자가

오늘 하루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며 티켓을 건네는 청년의 호의를 거절했지만,

리스본을 떠나며 2시까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티켓을 모르는 행인에게 건넸다.

자신에게 티켓을 건네던 청년이 사기꾼이 아니라,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걸 보면 분명 포르투갈 매직이 통했다.

유럽 대륙의 끝 호카곳의 기념비에 새겨진 15세기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의 대서시시 문구

"여기 이곳,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하는 곳"을 통해 그저 육지의 끝이 아닌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곳, 희망을 본 것처럼

"회사가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서글픈 말에 갇히지 않아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고 또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저자가 얻은 것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지친 사람에게 힘이 되는 게 우연히 만난 어떤 장소, 어떤 음식, 어떤 생물, 어떤 사람일 수도 있는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손동작같이 생선 요리를 손질해 주는 식당 주인의 모습을

드로잉으로 남긴 것에 공감이 되었다. 지나온 인생에 대해 말을 나눠보지 않았지만,

생선을 발라주며 보이는 특유의 미소와 몸짓에 행복이 묻어있다면 덩달아 행복해지니까 말이다.

여행 중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나, 보기 좋은 주름살을 가진

곱게 늙어가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점점 눈길이 가는 걸 보면

나도 늙어가구나 싶으면서도, 밝은 표정들이 퇴적하여 생기는 인상에 책임감이 더 막중해진다.


영국의 카밀라 왓슨이라는 사진작가가 자신이 누린 이웃의 온정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어

이웃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 각자의 집에 걸어두기 시작했다는 골목길을 나도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골목과 꼭 닮은 흑백사진 속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슬픔이 아니라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골목길에서 어르신들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따라서 말이다.


삶은 늘 관계에 엮여 있고, 보편적이라 여기는 사회의 프레임에 자신을 끼워 맞춰 보며

불안감과 흔들림이 점점 커졌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저자가 바라본

포르투갈의 모습이 너무 정겨워 빨리 포르투갈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었다.

#이렇게살다죽는게인생은아닐거야     #펜드로잉    #포르투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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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
박재민 지음 / 말랑(mal.lang)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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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내 습관이 열정이어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십잡스 박재민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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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신화 속 과학인문학 여행 - 삶을 그려낸 드라마에 담긴 흥미진진한 과학, 그리고 따뜻한 인문학 십 대를 위한 인문학
최원석 지음 / 팜파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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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차 과학 교사이자 과학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 과학 덕후 

최원석 선생님이 들려주는 신들의 세계에 담긴 기상천외한 과학 이야기이다.


역시 그리스 로마, 북유럽 신화에 익숙해서 그런지 중국이나 우리나라 신화는 

처음 알게 된 것도 있어 신기하면서도 서양 중심의 과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에게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게 태양 마차를 몰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지만, 헬리오스만이 겨우 몰 정도의 태양 마차를 파에톤이 몰기는 무리였다.

마차가 너무 높게 날자 대지는 추위에 떨어야 했고, 너무 낮게 날자 대지가 불타 버릴 정도로 뜨거워져

아프리카는 사막이 되었고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피부가 까맣게 변했다는 그리스 신화도

백인들이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최초로 등장한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으로 

피부색이 검은색에 가까웠을 텐데 백인들이 피부색은 원래 하얗다는 자기중심적인 편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인상 깊었다. 유럽에 흰색 피부를 가진 사람이 등장한 것은 기껏해야

60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백인의 등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차별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신화가 탄생했고, 동양의 고전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더 익숙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서 어둡게 보이는 태양의 흑점을 실제 검지는 않다.

태양 표면 온도가 대략 5500도 정도인데 흑점은 4000도 정도이고, 

태양의 활동이 활발하면 흑점이 많이 보인다.  흑점은 태양의 자기장이 강한 곳에 형성되고,

강한 자기장으로 인해 대류가 잘 일어나지 않으면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져 어둡게 보인다.

태양의 활동성이 작았던 마운더 극소기로 불리는 1654년~1715년 사이에 흑점이 거의 없었는데

이 시기에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한파가 몰아닥친 소빙하기가 찾아와 기근에 시달린 곳이 많다.

조선 현종이 다스리던 1670년 경술년과 1671년 신해년 사이 경신 대기근도 바로 이 시기이다.

전설 속 삼족오를 흑점이라 가정하면 흑점의 수가 많을 때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

기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신화적 내용과 과학적 사실이 일치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신화 속에는 알에서 태어난 영웅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실제로 알에서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출산이 있다.

양막에 싸인 채로 태어나는 대망막 출산(caul birth)는 아기가 투명한 알 속에 담긴 것처럼 보인다.

대망막 출산은 10만 분의 1 정도로 희귀하기 때문에 알에서 태어난 전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국 신화, 단군 신화, 인도 신화 등 비슷한 듯 색다른 여러 신화 속에서

과학적 요소를 찾아보며 인문학적 해석까지 있어 과학 덕후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만한

유익한 책이다.


#신화속과학인문학여행  #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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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
박재민 지음 / 말랑(mal.lang)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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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사님, 배우님, 선생님, 심판님, MC 님 등

십잡스, 한국의 헤르미온느 박재민의 타이틀에 작가님이 하나 더해지는

에세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는

열정이 습관인 인간의 긍정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져서 좋았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열정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

자신 있게 "참 다행이다. 내 습관이 열정이어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읽는 내내 그 열정이 부럽고도 나태한 내 모습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비보잉이 좋아서 평생 춤을 추기 위해 고3 여름방학부터 부모님 몰래 다니던 연습실의 출입을 끊고

공부에 매진하여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하고,

5년 전패 기록을 가진 서울대학교 농구부 멤버로 활동하면서

장갑진 감독님으로부터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트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전수받았다.

상대팀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했고 자신들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이고,

서울대 농구팀은 그들보다 실력도 좋지만 죽을 만큼 싸우고 멋지게 져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면 된다는 감독님의 말씀은 박재민의 삶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

넬슨 만델라도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오로지 이기거나 혹은 배울 뿐이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진정으로 농구를 사랑하지만, 누구나 프로 농구 선수가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은 오늘이 끝이 아니므로 패배 경험은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댄서가 남의 춤을 따라 하면 인정을 못 받고 명성을 잃는다.

모방자는 그저 플로잉만 할 수 있을 뿐 절대 리딩을 할 수 없다.

브레이커의 삶을 살아온 박재민 역시 인생을 플로어가 아닌

리더, 크리에이터로서 살고 싶어하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것 같아

멋져 보였다. 출발 드림팀에서 약간 비호감 캐릭터로 보였을 때

서울대 출신도 저렇게 해야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쓰러워 보였다가,

여행 프로그램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적이고 사교적이고 멋진 모습을 보고

왜 출발 드림팀에서 그런 캐릭터로 시작했을까 안타까워했다가

스포츠 해설 위원과 아침 프로그램 MC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살더니 자리를 잘 잡았나 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갑자기 해고되면서 또다시 긴 터널 앞에 서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던 20대,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았던 30대를 지나

되돌아보니 바뀐 게 하나도 없는 40대에 접어들어

무료한 오늘이 반복되는 느낌에 갑자기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슬럼프인가 보다라는 말에 너무나도 공감되지만,

솔직히 박재민이 별로 걱정이 되진 않는다.

오지 촬영으로 길을 잃었을 때는 처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면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알 수 있음을 체득한 사람이 아닌가.

분명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박재민이란 사람이 걸어온 길을 쭈욱 보니

어릴 때부터 변한 적이 없다는 '가족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라는 꿈을

천천히 꾸준히 이루어가고 있고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좋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박재민만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박재민의 또 다른 도전과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나태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였다.


#에세이  #수필  #좋아하는것을더좋아하다보니  #박재민  #십잡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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