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제인 로고이스카.패트릭 베이드 지음, 오승희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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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의 대표 소장으로

세기 전환기 비엔나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이 개최된다.


"비엔나 1900" 특별 전시 관람회 가기 전이나

빈 레오폴트 미술관 특별 전시 관람 전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란  부제답게,

빈 모더니즘 시대를 연 클림트의 삶과 예술이 한 권에 꽉 담겨져 있다.

에로티시즘의 대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다나에>,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한 번 보면

그의 화풍을 잊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고 몽환적이다.

기독교 모자이크를 보고 크게 감명 받은 클림트가 캔버스의 표면에

금은 장식을 콜라주 기법으로 붙이는 황금이 가득한 비잔틴 스타일은

잊기가 힘들다. 자연주의적인 요소와 넓은 면적의 추상적인 기하학 장식을

통합시켜 상징적이고 에로틱하게 표현하는 클림트만의 화풍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와 

남성의 관음적 시선으로 여성을 성적 파트너로 그린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키스>가 화려한 장식적 특성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클림트의 작품 중 가장 노골적이고 성적인 작품이라는 해석에 놀랐다.

포옹한 연인들의 형태가 발기된 남근을 암시하는 모습이고

여성의 공간을 관통하고 있고 그림 오른쪽 아래로 흘러내리는 금빛 장식이

정자를 희미해 절정의 황홀한 순간이 막 지나갔음을 나타낸다니 말이다.


클림트의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나온 작품들은

패턴, 직물, 장신구를 이용해 벌거벗은 신체를 가리기보다

오히려 강조하고 에료직한 효과를 내는데

금을 많이 사용한 탓에 여인들이 장신구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클림트는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빈 응용미술학교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 회사를 차리자 마라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은혼식 기념 행사 장식을 맡게 되면서 이례적일 정도로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자수성가형 예술가이다.

스케치 기술을 기초부터 철저하게 쌓는 훈련을 받아

천부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훈련받은 방식을 버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하기까지 삼십 대 후반이 걸리긴 했지만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인정받았다.

살아 생전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고 생계 걱정을 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예술가임에도 불구하고, 

예술 경력에 관한 사실들은 잘 정리돼 있지만

사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모델을 포함한 수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한 바람둥이라는 소문도 있고,

매일 작업실에 출근하며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을 고수했던

대인기피증 환자이자 독신자로도 알려져 있다.

매우 부르주아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했다는 증언과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그가 사망했을 때 나타난 사생아가 14명 이상 있었는데

법적으로 인정받은 건 3명이라도 하니 정조 관념이 희박했던 것 같다.

클림트는 모델들에게 매우 관대했고 모델들은 스튜디오 안을 어슬렁거리고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을 보내다 클림트가 아름답다 생각하는 자세나 동작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추었는데, 클림트와 편안한 관계였기 때문에 

관능적 쾌락에 빠져 자위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까지 허락할 수 있었다.


클림트가 얼마나 독특한 화가였는지 그에겐 전임자도, 실질적인 추종자도 없었다.

실레와 코코슈카로부터 존경받고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클림트는 19세기 말 과도기에 속하는 화가이고

실레와 코코슈카는 20세기 초 표현주의 사조를 연 대표적 인물들이다.

실제의 누드는 평화롭고 몽환적이고 섬세한 클림트의 누드와 달리

극심한 고통과 신경증적인 정신 상태를 반영해 

성적으로 매력적인 면과 혐오스러운 면을 동시에 보여줬다.

어쨌든 클림트는 빈의 회화를 시들어가는 고립에서 벗어나

다시 넓은 세계로 나가도록, 빈의 예술적 개성을 보장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1901년 <의학>이 공개되었을 때, 불쾌한 에로티시즘과

여성 음모의 노골적인 묘사로 인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19세기에 여성의 음모는 언급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엄청난 주제여서

포르노물을 제외하면 서양의 공공 미술 작품에서 묘사된 사례가 없었다.

평생 서양 미술을 연구한 존 러스킨이 결혼식 날 밤,

여성에게도 음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첫날밤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 정도였단다.

클림트 덕분에 1900년 이후 빈의 예술 애호가들에게

여성의 음모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않게 되었으니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 분명하다.

책을 읽으며 뉴욕에 처음 갔을 때 메트로폴리탄에서 

<메다 프리마베시의 초상>을 보고 클림트풍이네 하고 봤다가

어린 소녀의 모습이 담긴 클림트의 이례적인 작품이란 걸 알게 된 때가 떠올랐다.

MOMA에서 <공원>을 보고 클림트가 초상화도 그렸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줄만 알았던 터라

새로운 작품 세계에 놀라웠다. 


임멘도르프성에 보관돼 있던 클림트의 작품들이 

나치 친위대에 의해 불태워진 것이 참 안타깝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발생한 예술 분야의 가장 큰 손실 중 하나로 여겨지는데

그나마 사진 기록이라도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클림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클림트 전시회 도록을 소장한 느낌이라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유명인이었지만 살아 생전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말을 남기지 않은

클림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될 것이다."


#황금빛을그린화가구스타프클림트    #레오폴트미술관  #클림트의삶  

#비엔나1900꿈꾸는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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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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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우주의 언어인 수학으로 서술되고, 법칙과 이론이 매우 복잡해

입시를 눈앞에 둔 대한민국 청소년이나 이공계열이 아닌 사람들에겐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저자가

최소한의 과학 이야기에 미술이라는 다리를 놓으려고 펴낸 책이다.


처음엔 독일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의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의 형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과학과 미술이 의외로 상통하는 면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미술작품 해석 시리즈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엄선하여 과학 이야기 시대순으로 

어울릴 만한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식견을 넓히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오늘날까지도 뱃길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메르카토르 세계지도는 

신대륙을 찾아가는 탐험가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지만,

큰 단점이 숨어 있다. 

적도의 경선 간격을 위아래 모두 똑같이 비례 적용했기 때문에

구의 특성상 극지방으로 올라갈수록 경선이 좁아져

북쪽 대륙의 면적이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인다.

그린란드의 실제 면적은 지도상 엇비슷하게 보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1/3, 남아메리카의 1/8, 아프리카의 1/14에 불과하다.

심지어 유럽은 남아메리카보다 커 보이지만, 

실제 면적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북반구 국가들이 자국의 강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메르카토르 도법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선진국들의 크기와 중요성을 과장되게 표현한 지도대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토마>는 검지를 예수의 상처 부위에 

직접 넣어본 후에야 비로소 믿게 된 토마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성경에서는 "토마야, 너는 눈으로 봐야 믿는구나.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진정으로 복받은 자이니라."라고 말하지만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프랭크 윌첵은 이 작품에서

예수가 토마의 탐구적인 자세를 기꺼이 수용했고,

토마가 자신의 소망이 구현되자 극도로 흥분했다고 해석했다.

기존의 학설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직접 검증하는 것이 과학자의 기본 자세이니

지극히 이과적 사고이지만, 삶에 있어 중요한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는 상징성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동물의 사체는 우리의 주검을 연상케 하여

'메멘토 모리', 인간의 죽음과 삶의 덧없음을 암시한다.

이런 철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면

섕 수틴과 같은 당시로선 생소한 작가의 <가죽을 벗긴 소>가

2006년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150억 원의 최고 낙찰가를 기록할 순 없었을 것이다.


자연에서 빛의 변화를 추적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지금은 너무나 사랑받고 있지만,

1874년 인상주의 첫 전시회에서 클로드 모네의 <해돋이>가

벽지보다 못한 그림이라고 비판을 받았다는 것은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늘 저항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 같다.

빛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모네는 성실히 작품 활동을 해나갔고,

백내장에 걸려서도 붓을 놓지 않았는데, 그로 인해

현대미술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초기 연작에 비해 현저하게 형태가 모호해지는 <건초더미> 연작을

본 칸딘스키는 법학 교수 임용을 포기하고 최초의 추상 화가가 되었다.

빛에 대해 탐구한 화가들과 빛에 관한 탐구가 진행된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에 얽힌 과학적 지식을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배경지식에 따라 쉽게 느껴질 수도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 본인에게 부족한 배경지식을 파악할 수 있다.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는 다르리"라는

불변의 진리를 깨달으며 배움에는 끝이 없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최소한의교양  #과학과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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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생활의학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닥스메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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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미생물과 건강관리에 대해 진심임 사과나무 의료재단(치과병원 건강증진센터)

김혜성 박사님이 펴낸 짧지만 강력한 건강안내서이다.

짧은 책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많은 정보는 

QR 코드로 연결된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로는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생동감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고,

최신 연구결과 등의 자세한 정보는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로드 아티팩트로 생성한 퀴즈를 풀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미생물과 나의 통합체로 우리 몸을 인식해야 한다는

통생명체(holobiont)에 대해 쉽게 설명되어 있어

미생물과 건강에 대해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 내 미생물 유전자 정보 전체를 의미하는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군집 전체를 가리킨다.

피부, 구강, 장, 폐 등 몸 곳곳에 살면서 나의 건강과 질병, 생명유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미생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 몸을 거대한 생태계, 인간 세포와 미생물이 하나로 융합된 복합 생명체로 보는 개념이

통생명체(holobiont)이다. 

대략 30조 개에 이르는 인간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은 100조 정도의 미생물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 2.5바퀴를 돌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미생물 유전자를 모두 합치면 우리 몸보다 150배 정도 많고,

장속에 우리 몸 미생물의 95%가 살고 있기 때문에 장내미생물이 그렇게 중요한 거다.

우리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지 질병 상태로 갈지의 90%를 결정한다니

미생물 생태계를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음식과 공기가 들어오는 구강은 면역 체계의 첫 번째 방어선으로

건강한 구강 생태계가 면역 체계의 우군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는데,

입맛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놀라웠다.

특정 미생물이 많으면 단 음식을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다고 하니

나쁜 세균들의 수를 적절히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먹고, 알코올 함유 가글이나 계면활성제 치약 사용은 하지 말고,

유산균 같은 좋은 세균을 보충해야겠다.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제2의 뇌, 장은

수십조의 미생물이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이다.

배짱, gut feeling 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을 통해 직접 연결되어 있고,

장내미생물은 이 소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호르몬과 신경망으로 장과 뇌가 연결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장 미생물이 장의 건강을 통해 간접적으로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부각되고 있다.

항생제는 유익균도 죽이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 사용은 줄이고

프로바이오틱스의 훌륭한 공급원이 되는 

김치, 된장, 요구르트 같은 발효식품을 많이 먹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 채소, 통곡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불안이나 우울증 등을 줄여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한다.

장-뇌 축은 양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가짐,

스트레스 관리, 명상 등이 장 미생물 균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건강한 장 미생물을 가꾸는 것이 건강한 마음을 가꾸는 길인 것이다.


통생명체로서의 건강 관리는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몸과 마음, 우리를 둘러싼 환경 전체의 조화로운 균형을 추구하는

우리 안의 작은 우주를 깊이 이해하고 돌보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마이크로바이옴생활의학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   #미생물과건강 #구강미생물  #통생명체   #holobiont  #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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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봤니? 이런 평화중재자들 들어 봤니?
수재나 라이트 지음, 이승숙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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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르카 나타루크 지역의 한 석호에서 1만 년 전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대량 학살로 희생된 인간의 유골 화석이었다.

그 옛날부터 인류는 끊임없이 폭력에 저항하고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것 같다.

평화를 추구하는 일은 그 자체로 투쟁일 때가 있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적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전쟁 중인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비폭력적인 대화를 이끌어

화합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줄이려는 평화중재자들이다.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고 자유로우며 안전하게 살 자격이 있으므로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이 되도록 선한 영향력을 미친

평화중재자 20명의 용기를 소개한 책이다.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이 사랑이 모든 존재를 향해 흘러가

존경과 감사와 친절로 표현된다면 모두가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있다며

노자는 단순한 삶을 살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라고 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노자의 가르침은

마음 챙김, 명상과 감사를 통해 행복과 복지가 증가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오직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라고 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는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꿈꾸었는데, 아직도목숨을 바쳐 모든 사람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말라라 유사프자이가

"온 세상이 침묵할 때는 하나의 목소리도 힘이 됩니다." 고 했다.

자신에게 총을 쏜 남자가 자신 앞에 서 있고 자신의 손에 총이 있다해도

그 남자를 쏘지 않을 거라는 어린 소녀가 생명을 잃을 위협에서 살아나서

평화롭게 지내며 모두를 사랑하라고 한 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활약한 20명의 평화중재자들을 만날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들어봤니이런평화중재자들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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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버드의 노래 - 흑인, 퀴어, 우아한 탐조자로 살아온 남자의 조용한 고백
크리스천 쿠퍼 지음, 김숲 옮김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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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퀴어, 우아한 탐조자로 살아온 남자의 조용한 고백이라고 해서

소수자의 삶이 녹록치 않았겠구나 하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한 것보다 더 극적이었다.


2020년 5월 25일 뉴욕 센트럴파크 사건 이후

크리스천 쿠퍼는 가장 유명한 흑인 탐조인으로 등극했다.

탐조를 하다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을 발견하고

견주인 백인 여성에게 목줄 착용을 부탁했는데,

백인 여성이 되려 의기양양하게

"여기 나를 위협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있다고 신고할 거예요."

라고 말하면서부터 촬영된 69초짜리 동영상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했고, 

쿠퍼의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불꽃이 일어났다.


그 영상의 흑인 남성이 탐조 중이었다,

그런데 하버드 출신이래,

마블에서 일했대, 게이래.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그를 수식하는 말들과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라 곧 그의 삶을 

영화로 만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지금도 탐조는 자연에 미친 덕후의 활동이나 

자연친화적인 사람들의 고급 취미활동에 속하는 편이기에,

1970년대를 살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년이 백인으로만 구성된 

탐조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상아부리딱따구리보다 희귀하다.

상아부리딱따구리는 딱따구리 중 세 번째로 크고 아름다워

신의 새라 불렸지만 1944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후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새이다.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면,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생명체의 관계를 의식하게 되는데

쿠퍼가 특별히 새에 대해 매혹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탐조는 접근성에 있어 큰 이점이 있다.

지구 어디에 있든, 볼 수 있는 새의 종류가 

동일한 지역에 있는 포유류의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다.

많은 종류의 포유류는 야행성이거나 땅 아래나 바닷속에서 서식해서 관찰이 어렵다.

곤충의 경우는 종류가 너무 다양해 모든 종을 파악하기 어렵고 겨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에 반해 새는 연중 어느 시기에나 다양한 종을 볼 수 있는 데다,

인간과 독특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우리는 개와 많은 감정을 공유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된 감각이 다르다.

인간보다 후각 수용체가 50배나 많은 개가 감각하는 세상을 인간은 절대 경험하지 못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새는 굉장히 제한된 후각을 지니고 있어 

우리와 같은 방식인 시각과 청각으로 소통한다.

특히 명금류들은 경이로운 수준의 음악적 레퍼토리를 발전시켰고

인간은 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새와 함께라면 

시각과 청각이 언제나 발생한다.

도감 속의 새가 내 눈에 보일 때의 그 감동을 한 번 경험해 보면 잊을 수가 없다.


첫 뉴욕 방문이 한겨울이라서 눈에 뒤덮인 센트럴파트와 오리들도 좋긴 했지만,

초록 초록한 센트럴파크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앵그리버드를 발견하고 서운함이 1도 없이 사라졌다.

앵그리버드가 그냥 귀여운 캐릭터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어서 그렇지 미국에는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였구나를

깨달으며 분홍빛 북부 홍관조를 보며 얼마나 감탄했는지,

완전 새빨간 홍관조를 보지는 못했지만 큰 울림을 갖고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센트럴파크는 사람만큼이나 하늘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모으는, 

철새를 끌어들이는 덫이자 텃새들의 보금자리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다.

지상에 묶인 인간은 한계 없는 공간으로 몸을 던지는 새들을 보며 꿈을 꿀 수 있다.

그 작고 여린 도요물떼새들이 지구를 여행하는 거리를 알게 되었을 때

그 경이로움이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쿠퍼에게 탐조는 세상 속 퀴어 청소년으로서 고통받을 때 피난처가 되어주었고,

흑인이자 아웃사이더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해 

자신의 괴짜 같은 근간을 다지게 해주었다.

그가 전 세계를 여행하게 만든 것도 먼 곳에 있는 새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고,

미국인들의 양심을 돌아보게 한 사건으로 이끌어 그의 삶의 궤적을 바뀌게 한 것도

새였다.


교사였던 부모님과 6학년 때 여름휴가로 미국을 횡단하는 긴 여정 동안

4명의 가족과 강아지까지 욱여넣은 작은 캠핑카에서 

모든 탐조인의 성경인 로저 피터슨의 <탐조를 위한 필드 가이드>를

백 번쯤 돌려본 쿠퍼는,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운 새들의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며

실제로 그 새들을 보면 어떨지 상상했고, 여행 내내

쿠퍼는 도감 속의 내용을 무의식적으로 모두 흡수했다.

아들의 놀라운 관찰력을 확인한 아빠는 롱아일랜드로 돌아와서

일요일에 탐조 산책을 진행하는 오듀본 협회를 발견하고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거기서 만난 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자 활기 넘치는 유대인인

커트너가 흑인 청소년의 친구가 되어 

모든 고통을 초월하게 만드는 새에 대한 사랑을 알려줄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라 다행이었다.

그때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백인 우월주의자를 만났더라면

지금의 쿠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쿠퍼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던 아빠 프란시스 쿠퍼가

브루클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과학 선생님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

흑인 시민권 활동가임에도 불구하고 쿠퍼가 어린 시절 아빠를 두려워하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였다.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잔인할 정도로 감정적이었던 아빠의 삶도

참 드라마틱 했다. 쿠퍼의 엄마와 고통스럽게 이혼하고 재혼한 이후에도,

전 아내의 어머니를 존경하며 돌본 남자가 자녀를 따뜻하게 돌보지는 못했다니 말이다.


<스타트렉>은 부모님이 양육하며 가르친

인종 평등, 평화적 협동, 더 나은 인간성에 대한 약속이 충족된 미래를 속삭였고

스타플릿에서 살아가는 스팍은 게이 소년에게 

인간의 성가신 감정을 모두 걸어 잠근 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게이스로움을 억압하며 에너지를 공부로 쏟아 부운 그는

하버드에 입학했지만 변호사가 자신의 천직이 아니라고 빠르게 결론지었다.

1980년대 초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사람은 기득권과 잘 지내지 못할 것이라는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장벽에 쌓여서 내린 결론이라서 

안타까운 면이 있었다. 변호사를 현대의 기사단으로 인식하며 정의가 승리하도록

언쟁을 벌이는 일이 다소 낭만적이라는 사실을 체감한 

하버드대 정치학 전공 흑인은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중대한 갈림길을 대면하는 대신

하버드 졸업생을 위한 여행 장학금으로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떠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흑인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원하는 백인들에 둘러싸이는

놀라운 사건을 겪으며 미국에서의 성장 배경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일생 동안 흑인으로서 백인보다 쓸모가 덜하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음을 깨달았다.

<스타트렉>만큼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조차도 백인이 디폴트라는 설정이

지배한 미국에서 살다 보니 똑똑하고 좋은 교육을 받은 흑인이

외계인이 화이트워싱을 당했음을 깨닫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울루루에서 열기와 경이로움을, 이구아수에서 감정과 경외심을 느끼고

웅고롱고로에서 인류의 기원으로 시간을 돌려보며

비교적 성공적인 전 세계 순례길을 밟았다.

하지만 전 세계를 여행하며 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대인이,

호주에서는 아시아인이, 베를린에서는 터키 후손을 업신여기는 분위기를 보며,

어디를 가든 또 다른 '니거'가 있음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고,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는 뉴욕에서 괜찮은 저녁 한 끼를 먹을 때 쓰는 백 달러가

네팔 대학에서 공중위생학 석사 학위를 밟고 있는 짐꾼의 한 학기 학비임을 알게 된다.

새로운 새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을 통해 그는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


뉴요커들의 오아시스 센트럴파크가 그 시작부터 국가 규모의 분노를 유발하는

인종차별의 유산이 남겨져 있는 줄 처음 알았다.

88 서울 올림픽이 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없앴던 것과 유사하게

센트럴파크가 조성되기 전,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지금의 웨스트 80번가와 웨스트 89번가 사이에 대부분 있었다.

19세기 초 뉴욕의 가난한 사람들은 위한 피난처였던 '세네카 빌리지'는

흑인들과 아일랜드 이민자 일부, 당시 미국의 사회적 위계질서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던 백인들을 위한 곳이었다.

무허가 판자촌이 아니라,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크게 억압받았지만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세 개의 교회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교를 포함해 자신들만의 장소를 개척해

비교적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50번가에서 100번가에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토지 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동산 매입이 시작되었다. 

세네카 빌리지 주민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채, 1857년 세네카 빌리지는 사라졌다.

세네카 빌리지가 무허가 판자촌이었따는 거짓말은 

백인으로만 구성된 체재의 지도자들이 만들어냈던 거짓말이고

그 거짓말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음이 씁쓸했다.


미국에서 평생 살아온 백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본질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인종차별적 고정관념,

블랙 메네스(Black Menace)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흑인에 대한 공정성과 정의, 성소수자를 위한 평등,

새들이 전해주는 순수한 기쁨, 야생동물이 사는 지역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에

맞서 싸우고 있는 크리스천 쿠퍼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블랙버드의노래   #BlackLivesMatter  #블랙메네스 #센트럴파크사건  #크리스천쿠퍼 #조지플로이드 #센트럴파크탐조  #탐조  #흑인탐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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