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다 죽는 게 인생은 아닐 거야
오건호 지음 / 나비소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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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떠났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에서 일정상 포르투갈에 큰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파티마 100주년 즈음이어서 파티마 일정을 추가하느라 리스본에 너무 짧게 머물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리스본이 너무 좋아 아쉬움이 컸다.

스페인과는 또 다른 소박하지만 친근한 포르투갈의 매력에 빠져

다음번에는 더 일정을 길게 할 수 없다면 스페인 따로, 포르투갈 따로 

다시 여행 오자고 엄마랑 약속을 해서 그런지,

펜 드로잉 속 포르투갈의 모습이 낯익고 그립게 느껴졌다.


정신없이 회사 생활을 하다 이렇게 살다 죽는 것일까 하는 허무한 감정이 가슴을 확 움켜쥐던 중,

"포르투는 예술가들의 도시래."라는 친구의 한 마디에

무작정 2주일 뒤떠나는 포르투갈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는 그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현실을 내려놓고 잠시 떠나면 직장 생활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리스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저자가

오늘 하루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며 티켓을 건네는 청년의 호의를 거절했지만,

리스본을 떠나며 2시까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티켓을 모르는 행인에게 건넸다.

자신에게 티켓을 건네던 청년이 사기꾼이 아니라,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걸 보면 분명 포르투갈 매직이 통했다.

유럽 대륙의 끝 호카곳의 기념비에 새겨진 15세기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의 대서시시 문구

"여기 이곳,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하는 곳"을 통해 그저 육지의 끝이 아닌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곳, 희망을 본 것처럼

"회사가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서글픈 말에 갇히지 않아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고 또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저자가 얻은 것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지친 사람에게 힘이 되는 게 우연히 만난 어떤 장소, 어떤 음식, 어떤 생물, 어떤 사람일 수도 있는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손동작같이 생선 요리를 손질해 주는 식당 주인의 모습을

드로잉으로 남긴 것에 공감이 되었다. 지나온 인생에 대해 말을 나눠보지 않았지만,

생선을 발라주며 보이는 특유의 미소와 몸짓에 행복이 묻어있다면 덩달아 행복해지니까 말이다.

여행 중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나, 보기 좋은 주름살을 가진

곱게 늙어가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점점 눈길이 가는 걸 보면

나도 늙어가구나 싶으면서도, 밝은 표정들이 퇴적하여 생기는 인상에 책임감이 더 막중해진다.


영국의 카밀라 왓슨이라는 사진작가가 자신이 누린 이웃의 온정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어

이웃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 각자의 집에 걸어두기 시작했다는 골목길을 나도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골목과 꼭 닮은 흑백사진 속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슬픔이 아니라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골목길에서 어르신들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따라서 말이다.


삶은 늘 관계에 엮여 있고, 보편적이라 여기는 사회의 프레임에 자신을 끼워 맞춰 보며

불안감과 흔들림이 점점 커졌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저자가 바라본

포르투갈의 모습이 너무 정겨워 빨리 포르투갈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었다.

#이렇게살다죽는게인생은아닐거야     #펜드로잉    #포르투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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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
박재민 지음 / 말랑(mal.lang)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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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내 습관이 열정이어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십잡스 박재민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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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신화 속 과학인문학 여행 - 삶을 그려낸 드라마에 담긴 흥미진진한 과학, 그리고 따뜻한 인문학 십 대를 위한 인문학
최원석 지음 / 팜파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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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차 과학 교사이자 과학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 과학 덕후 

최원석 선생님이 들려주는 신들의 세계에 담긴 기상천외한 과학 이야기이다.


역시 그리스 로마, 북유럽 신화에 익숙해서 그런지 중국이나 우리나라 신화는 

처음 알게 된 것도 있어 신기하면서도 서양 중심의 과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에게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게 태양 마차를 몰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지만, 헬리오스만이 겨우 몰 정도의 태양 마차를 파에톤이 몰기는 무리였다.

마차가 너무 높게 날자 대지는 추위에 떨어야 했고, 너무 낮게 날자 대지가 불타 버릴 정도로 뜨거워져

아프리카는 사막이 되었고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피부가 까맣게 변했다는 그리스 신화도

백인들이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최초로 등장한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으로 

피부색이 검은색에 가까웠을 텐데 백인들이 피부색은 원래 하얗다는 자기중심적인 편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인상 깊었다. 유럽에 흰색 피부를 가진 사람이 등장한 것은 기껏해야

60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백인의 등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차별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신화가 탄생했고, 동양의 고전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더 익숙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서 어둡게 보이는 태양의 흑점을 실제 검지는 않다.

태양 표면 온도가 대략 5500도 정도인데 흑점은 4000도 정도이고, 

태양의 활동이 활발하면 흑점이 많이 보인다.  흑점은 태양의 자기장이 강한 곳에 형성되고,

강한 자기장으로 인해 대류가 잘 일어나지 않으면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져 어둡게 보인다.

태양의 활동성이 작았던 마운더 극소기로 불리는 1654년~1715년 사이에 흑점이 거의 없었는데

이 시기에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한파가 몰아닥친 소빙하기가 찾아와 기근에 시달린 곳이 많다.

조선 현종이 다스리던 1670년 경술년과 1671년 신해년 사이 경신 대기근도 바로 이 시기이다.

전설 속 삼족오를 흑점이라 가정하면 흑점의 수가 많을 때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

기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신화적 내용과 과학적 사실이 일치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신화 속에는 알에서 태어난 영웅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실제로 알에서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출산이 있다.

양막에 싸인 채로 태어나는 대망막 출산(caul birth)는 아기가 투명한 알 속에 담긴 것처럼 보인다.

대망막 출산은 10만 분의 1 정도로 희귀하기 때문에 알에서 태어난 전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국 신화, 단군 신화, 인도 신화 등 비슷한 듯 색다른 여러 신화 속에서

과학적 요소를 찾아보며 인문학적 해석까지 있어 과학 덕후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만한

유익한 책이다.


#신화속과학인문학여행  #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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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
박재민 지음 / 말랑(mal.lang)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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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사님, 배우님, 선생님, 심판님, MC 님 등

십잡스, 한국의 헤르미온느 박재민의 타이틀에 작가님이 하나 더해지는

에세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는

열정이 습관인 인간의 긍정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져서 좋았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열정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

자신 있게 "참 다행이다. 내 습관이 열정이어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읽는 내내 그 열정이 부럽고도 나태한 내 모습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비보잉이 좋아서 평생 춤을 추기 위해 고3 여름방학부터 부모님 몰래 다니던 연습실의 출입을 끊고

공부에 매진하여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하고,

5년 전패 기록을 가진 서울대학교 농구부 멤버로 활동하면서

장갑진 감독님으로부터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트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전수받았다.

상대팀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했고 자신들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이고,

서울대 농구팀은 그들보다 실력도 좋지만 죽을 만큼 싸우고 멋지게 져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면 된다는 감독님의 말씀은 박재민의 삶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

넬슨 만델라도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오로지 이기거나 혹은 배울 뿐이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진정으로 농구를 사랑하지만, 누구나 프로 농구 선수가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은 오늘이 끝이 아니므로 패배 경험은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댄서가 남의 춤을 따라 하면 인정을 못 받고 명성을 잃는다.

모방자는 그저 플로잉만 할 수 있을 뿐 절대 리딩을 할 수 없다.

브레이커의 삶을 살아온 박재민 역시 인생을 플로어가 아닌

리더, 크리에이터로서 살고 싶어하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것 같아

멋져 보였다. 출발 드림팀에서 약간 비호감 캐릭터로 보였을 때

서울대 출신도 저렇게 해야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쓰러워 보였다가,

여행 프로그램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적이고 사교적이고 멋진 모습을 보고

왜 출발 드림팀에서 그런 캐릭터로 시작했을까 안타까워했다가

스포츠 해설 위원과 아침 프로그램 MC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살더니 자리를 잘 잡았나 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갑자기 해고되면서 또다시 긴 터널 앞에 서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던 20대,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았던 30대를 지나

되돌아보니 바뀐 게 하나도 없는 40대에 접어들어

무료한 오늘이 반복되는 느낌에 갑자기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슬럼프인가 보다라는 말에 너무나도 공감되지만,

솔직히 박재민이 별로 걱정이 되진 않는다.

오지 촬영으로 길을 잃었을 때는 처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면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알 수 있음을 체득한 사람이 아닌가.

분명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박재민이란 사람이 걸어온 길을 쭈욱 보니

어릴 때부터 변한 적이 없다는 '가족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라는 꿈을

천천히 꾸준히 이루어가고 있고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좋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박재민만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박재민의 또 다른 도전과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나태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였다.


#에세이  #수필  #좋아하는것을더좋아하다보니  #박재민  #십잡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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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다정함 - 김연수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1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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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 때문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낭만적이었다.

아내를 만나기 전부터 김연수의 소설을 읽으며 이해, 사랑, 친구, 가족, 청춘 등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적립하고 있었고, 아내는 김연수의 소설을 읽으며 저자 나름의 이해를 들으며

호감을 느꼈단다. 김연수의 신간을 카페에서 같이 읽고 김연수의 북 콘서트에서 데이트를

했으니 김연수 때문에 결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읽고 스는 것을 좋아해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서 

현재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다정한 글들을 쓰는 분의

러브 스토리는 역시나 뭔가 달랐다. 

김연수 때문에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 사람이 들려주는 김연수의 문장이라니 

믿음이 가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다정함은 때로 용기가 필요하지, 정확한 앎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든지 다정해질 수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저자가 김연수 소설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다정해지자고 다짐해왔다고 하니

김연수 소설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가 모두가 다 똑같아 보이지만

모두 다 다른 하루이고, 그 하루는 한 번 우리에게 왔다가 영영 멀어져 버린다는

말도 큰 울림이 있었다.


이유 없는 다정함으로 무장한 저자도 가끔 수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말들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깨달을 때가 있다고 한다.

물리적 공간에서 학생들의 생물학적 귀는 자신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을 때 소통하고 싶다는 그 간절함에 공감과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쉽게 위안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관성화된 위안에 실망하지 않을 것,

자신의 삶을 끝까지 쫓는다면 무기력함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보잘것없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잘것없는 문제에만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났지만 약속한 것처럼 만나는 것처럼 인연에는 절대 우연이 없다.

보잘것없는 그 적은 가능성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다.

내 미움과 기대 없음이 인연을 우연으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우연이라 생각해 만남을 경솔히 여기지 말고 인연으로 알고 감사하라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좋은 친구는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함께 하려는 사람이다.

우리가 어릴 때 서로를 이해하는 대신에 서로를 이해하려고 함께 노력했던 바로 그 시간을 

잊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 다정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연수 성덕이 꼽은 김연수의 문장들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다정한 독서 일기였다.

#이유없는다정함  #김연수의문장들  #민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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