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남기는 사람 - 삶을 재구성하는 관계의 법칙
정지우 지음 / 마름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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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의외로 간단한 삶을 재구성하는 관계의 법칙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

새해에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살다보면 무탈한 일상의 소중함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되고,

그 잔잔한 평화가 지속되기 위해서 나를 둘러싼 많은 인연들이 무탈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게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나이가 들수록 원활한 인간관계란 것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세상을 바꿀 재주가 없기 때문에 내 삶을 바꾸고, 내 삶이 발 딛고 있는 나의 문화를 바꾸려고 한다는

작가님의 말이 와닿았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을 살고자 애쓰고 나의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니

경쟁자가 없어서 누구를 이겨먹을 일도, 누구한테 져서 분할 일도 딱히 없단다.

오직 나의 시간만을 살며 그 시간으로 얻는 나의 경험을 토대로 나의 자신감을 가지고

심플하게 내 삶을 살아감은 내공을 필요로 한다.

삶이 복잡해지는 건 자신의 기준을 잃고 타인들에게 휩쓸릴 때라는 말에,

나로 살기 위해 심플한 삶을 살기 위해 올 한 해를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의 취향이나 평가는 워낙 제멋대로이고

손쉽게 누군가에 대한 혐오나 증오를 퍼뜨리기도 하는 법이니,

타인들의 말 때문에 너무 고민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검열하지 말라는 말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떤 삶이든 대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나를 좋아하고 내게 호의를 베풀며 선의를 지닌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그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베풀기에도 짧은 인생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걱정으로 낭비할 필요가 없다.

평생 읽고 싶은 책도 모두 읽지 못하고, 가보고 싶은 곳도 모두 가지 못할 만큼

짧은 인생인데, 스스로 좋아할 만한 시간을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라도

관계에 드는 에너지 관리를 잘해내야만 한다.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지나치게 미움받으며 에너지를 빼앗길 필요가 없다.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만, 삶에서 어떤 일을 제대로 하는 데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해지기 시작한다. 아무리 혼자 열심히 스케이트를 탄다고 해서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한 분야를 둘어싼 타인들과 소통해야만

그 영역에 비로소 잘 들어설 수 있다. 그리고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다시 타인의 시선이 개입하는 데 적정한 차단막이 필요하다.

자기 일을 본격적으로 하면 할수록 어떤 시선들을 얼마나 걸러야 할지가 상당히 중요하고,

이때 정말 솔직하게 나의 행보나 일에 관해 잘잘못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주위에 찬양만 하거나 비판만 하는 사람밖에 없으면 안 된다.

응원과 비판 모두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관계 속에서 나로 살아가는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삶은 없는데,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란데 반해 상대방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여

시기심이 일어나는 건 상대가 풍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기심은 내 결핍에 박힌 가시가 되어 내 삶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므로

시기심을 반드시 이겨내야만 한다. 집착과 회피에 매몰되지 말고, 나의 결핍을 마주하고

내가 가진 좋은 것을 기억하며 성장해나가야 한다.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을 새기기 위해 살아간단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선물을 건네고 그를 웃게 하려는 일들은

그의 기억이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담겨 있다. 타인들로부터 인정과 관심, 사랑을 얻으려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내가 당신에게 새겨져 당신의 기억으로, 일부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나는 어떤 사람으로 상대에게 새겨져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관계의법칙  #인간관계  #사람을남기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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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1 - 달콤상큼 한 스푼의 마법
노무라 미즈키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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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치고 힘들어지면 스토리텔러가 있는 양과자점, '달과 나'로 달려간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나에게 완전 맞춤 처방전이 되는

디저트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자격증 하나 없고 변변한 특기도 없는 30대 미혼녀 나나코가

자신이 먹여 살리겠다는 각오로 해야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자신을 사랑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가 괴로운 날, 

이보다 더 불행해질 수는 없을 것 같아 가기 꺼름직했던 

초라하고 허름했던 동네 케이크 가게 앞에서 멈췄다.

세상 불행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음침했던 여자가

지극히 평범했던 갈색 쇼케이스가 있던 

주택가 한구석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았던 보잘것없던 가게가 환골탈태했다.

보름달처럼 둥근 레몬색 명패에 '달과나'라는 파란색 글자가 멋들어진

트렌디한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자 중저음의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가 반긴다.

헉!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키 큰 미남이 기품 있는 태도로 

자신을 맞이해준다. 집사 컨셉의 카페가 유행한다는 그야말로 일본스러운 풍경인데

이 가게는 집사 콘셉트가 아니라 스토리텔러가 

상품 설명과 상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양과자를 취급하는 디저트 카페이다.

평범하고 낡은 쇼케이스가 아니라 보석상처럼  마치 귀한 미술품이라도 되는듯

눈부실 만큼 화려한 케이크가 전시되어 있다.

스토리텔러에게 보름달을 표현한 위크엔드 케이크의 설명을 듣는다.

촉촉하게 구운 소박한 버터케이크를 글라스 아 로라는 새콤달콤한 레몬 풍미의

얇은 설탕 옷으로 코팅해 입에 넣는 순간 레몬의 새콤한 산미와 상큼한 향이 퍼지면서

와삭하고 가볍게 부서지는 식감이 매력적인

소중한 사람과 주말에 함께 나누어 먹는 케이크란다.

혼자 살아서 같이 먹을 상대가 없다고 말하자 스토리텔러가

위크엔드에는 소중한 사람을 부르는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며 

달이 들려준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기 일에 한계를 느끼고 답답해하던 한 여자가

자신은 아주 작고 힘없고 가치 없는 존재라며, 

무슨 일을 하든 잘될 리가 없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이대로 하던 일을 계속해도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말에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서서히 이야기에 빠져든다.

어느 날 절망한 여자가 한밤중에 혼자 자전거를 몰고 딱히 갈 곳은 없었지만

깜깜한 길을 따라 계속 달리자 칠흑 같은 밤의 어둠이 그녀를 덮었다.

극심한 공포 속에 더는 페달을 밟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달려봤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고 여전히 무력하고 외로운 잔인한 현실에 낙담했을 때

누군가가 다정히 속삭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하얗게 밝아 오는 하늘과 그 안에서 점차 빛을 잃고 사라져 가는 둥근 달이 보였다.

한없이 다정한 풍경에 그녀는 자기 뒤에도 계속 달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달은 햇빛이나 구름에 가려져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낮이든 밤이든 항상 변함없이 언제나 지구 옆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달이 자신을 지켜봐 주고 있었음을 깨닫자 여자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이른 아침 길가에 나와 장사하는 농부에게 신선한 레몬을 샀다.

레몬을 한가득 싣고 다시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달빛을 머금은 듯 노랗게 빛나는 레몬 사이에 파묻혀 죽은 듯이 잠을 잤다.

긴 잠을 자고 일어나 사 온 레몬으로 케이크를 굽기 시작했고

지구 옆을 지키는 달처럼 항상 고객님 곁에 머무는 과자를 만들고 싶다는 

파티시에의 바람이 담겨 있는 케이크가 바로 위크엔드다.

완벽한 스토리텔링에 나나코는 위크엔드를 구입하는데,

계산대 너머로 주방에 달의 여신같이 아름다운 파티시에를 발견한다.

수수하다 못해 촌스럽던 세상 불행을 혼자 전부 짊어진 것처럼 초라했던 여자가

자기 눈앞에 있는 저 여신급 여자와 동일 인물인지, 파티시에가 바뀐 건지

알 수 없을 만큼의 변화이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쓰면 사람과 가게 모두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걸까 다음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졌다.

물론 나나코는 위크엔드의 마법으로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좋아졌고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게 된다.


새콤달콤한 옷을 입은 촉촉하고 상큼한 보름달 위크엔드,

푹신한 부드러움 속에 상큼함을 품은 설렘이 가득한 샤를로트,

빨간 라즈베리의 향긋함 속에 독을 감춘 레이어 케이크,

아릿하게 혀를 찌르는 후추 비스퀴,

장미와 달이 품고 있는 시원한 과즙 비치 멜바,

진한 버터의 풍미와 캐러멜옷의 바삭함을 지닌 퀸아망,

진화와 결졀의 미제라블,

달콤하고 바삭한 초승달 바닐라 킵펠,

상품 저마다의 이야기가 가게를 방문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상황과 어우려져

동네사람들에게 달과 나의 마법이 서서히 스며든다. 


달의 여신처럼 아름다운 도카가 왜 그렇게 주눅들고 자신감 없었는지,

그랬던 도카가 스토리텔러 가타리베 쓰쿠모를 어떻게 만나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흥미진진했다.

자신이 어른이 될 때까지 모두가 도카 누나를 시시하고 촌스러운 여자로 생각하도록

실제 나이보다 휠씬 더 늙어 보이도록 저주를 건 레이지를 보며

가스라이팅의 위험함을 느끼게 되었다. 누나를 조종하고 지배하며 

자신이 어른이 되면 그때는 누나만을 위해줄 거라며 정당화하는 

잘못된 사랑을 선택한 레이지와 그로부터 지켜 줄 가타리베의 활약상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좋은 소설이었다.


몽글몽글 일본 특유의 소녀 감성이 필요한 날,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이야기를파는양과자점달과나  #노무라미즈키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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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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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의 먹먹함과 사무치는 슬픔때문일까 흡인력 있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자꾸자꾸 멈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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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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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한국문학 강의에서 학생들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은 책이란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가슴이 너무 미어서 계속 끊어 읽어야만 했던 것처럼,

이 소설 또한 흘러내리는 눈물에 한 번에 읽을 수가 없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의 먹먹함과 사무치는 슬픔때문일까

흡인력 있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자꾸자꾸 멈추게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여전히 애통하고 아프다.

현직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저자가 처음 쓰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글이 막힘없이 써진 것은 그 아이들이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맴돈다.

그날 이후 안산, 세월호, 단원고는 다 같은 말이 돼버렸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언니의 첫 수학여행이 이렇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윤영이 언니 박미나 선생님의 궤적을 따라 또 다른 유가족들의 모습과

그날의 참혹하고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다시 마주하니 10여 년이 지나도 화가 나고 처참했다.


배가 기울고 있다는 문자를 받고는 진정하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던 가족이,

선내 안내를 무시하라고 말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고 용서하지 못하게 된 비극의 진실을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언니가 자신의 부패된 모습을 가족이 보면 충격을 받을까 봐 일부러 나오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꿈속에서 아이가 뱃머리 쪽에서 구해 달라고 말했다며 

구조대에 간곡히 부탁해서 그곳에서 아들을 찾았다는데 왜 언니는

꿈에도 한 번도 나오질 않는지 윤영은 원망스러웠다.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언니인데, 

살아서도 아니고 언니 몸의 일부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자신의 기도가

그렇게 큰 욕심인 것인지, 윤영은 세상의 모든 신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기 위해 벽이나 바닥을 기어오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는지 대부분 손가락이 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을 건진 민간 잠수부들의 트라우마 또한 

우리는 너무 빨리 쉽게 잊은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배 잔해에 깔린 애들한테 집에 가자라고 하면 신기하게 몸이 스윽 빠져나오기도 했다지만

1091일, 3년여 만에 수심 44m 아래서 시뻘건 녹과 온갖 해양 생물을 휘감고 물 밖으로

세월호가 나왔지만 거기에도 윤영의 언니는 없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빈 관으로 장례를 치른 가족들에게

죽은 사람이 무주고혼이 되지 않게 잘 갈 수 있도록 작별 인사를 해라고,

기억하는 건 괜찮지만 그리워하지는 말라고,

그러면 그들도 떠날 수 없고 당신들도 살 수 없다는 스님의 말씀이

스며들 수 있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그들을 기억해야 함을

다짐하게 되는 실화소설이었다.


#소설  #실화소설  #세월호  #언니  #리브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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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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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지침서의 아름다운 동화 버전이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적이지만,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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