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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한국문학 강의에서 학생들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은 책이란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가슴이 너무 미어서 계속 끊어 읽어야만 했던 것처럼,
이 소설 또한 흘러내리는 눈물에 한 번에 읽을 수가 없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의 먹먹함과 사무치는 슬픔때문일까
흡인력 있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자꾸자꾸 멈추게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여전히 애통하고 아프다.

현직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저자가 처음 쓰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글이 막힘없이 써진 것은 그 아이들이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맴돈다.
그날 이후 안산, 세월호, 단원고는 다 같은 말이 돼버렸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언니의 첫 수학여행이 이렇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윤영이 언니 박미나 선생님의 궤적을 따라 또 다른 유가족들의 모습과
그날의 참혹하고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다시 마주하니 10여 년이 지나도 화가 나고 처참했다.
배가 기울고 있다는 문자를 받고는 진정하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던 가족이,
선내 안내를 무시하라고 말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고 용서하지 못하게 된 비극의 진실을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언니가 자신의 부패된 모습을 가족이 보면 충격을 받을까 봐 일부러 나오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꿈속에서 아이가 뱃머리 쪽에서 구해 달라고 말했다며
구조대에 간곡히 부탁해서 그곳에서 아들을 찾았다는데 왜 언니는
꿈에도 한 번도 나오질 않는지 윤영은 원망스러웠다.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언니인데,
살아서도 아니고 언니 몸의 일부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자신의 기도가
그렇게 큰 욕심인 것인지, 윤영은 세상의 모든 신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기 위해 벽이나 바닥을 기어오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는지 대부분 손가락이 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을 건진 민간 잠수부들의 트라우마 또한
우리는 너무 빨리 쉽게 잊은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배 잔해에 깔린 애들한테 집에 가자라고 하면 신기하게 몸이 스윽 빠져나오기도 했다지만
1091일, 3년여 만에 수심 44m 아래서 시뻘건 녹과 온갖 해양 생물을 휘감고 물 밖으로
세월호가 나왔지만 거기에도 윤영의 언니는 없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빈 관으로 장례를 치른 가족들에게
죽은 사람이 무주고혼이 되지 않게 잘 갈 수 있도록 작별 인사를 해라고,
기억하는 건 괜찮지만 그리워하지는 말라고,
그러면 그들도 떠날 수 없고 당신들도 살 수 없다는 스님의 말씀이
스며들 수 있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그들을 기억해야 함을
다짐하게 되는 실화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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