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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1 - 달콤상큼 한 스푼의 마법 ㅣ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1
노무라 미즈키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t/h/thfdlv11/kxcs2AQpbxBaNUa5.jpeg)
지치고 힘들어지면 스토리텔러가 있는 양과자점, '달과 나'로 달려간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나에게 완전 맞춤 처방전이 되는
디저트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자격증 하나 없고 변변한 특기도 없는 30대 미혼녀 나나코가
자신이 먹여 살리겠다는 각오로 해야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자신을 사랑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가 괴로운 날,
이보다 더 불행해질 수는 없을 것 같아 가기 꺼름직했던
초라하고 허름했던 동네 케이크 가게 앞에서 멈췄다.
세상 불행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음침했던 여자가
지극히 평범했던 갈색 쇼케이스가 있던
주택가 한구석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았던 보잘것없던 가게가 환골탈태했다.
보름달처럼 둥근 레몬색 명패에 '달과나'라는 파란색 글자가 멋들어진
트렌디한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자 중저음의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가 반긴다.
헉!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키 큰 미남이 기품 있는 태도로
자신을 맞이해준다. 집사 컨셉의 카페가 유행한다는 그야말로 일본스러운 풍경인데
이 가게는 집사 콘셉트가 아니라 스토리텔러가
상품 설명과 상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양과자를 취급하는 디저트 카페이다.
평범하고 낡은 쇼케이스가 아니라 보석상처럼 마치 귀한 미술품이라도 되는듯
눈부실 만큼 화려한 케이크가 전시되어 있다.
스토리텔러에게 보름달을 표현한 위크엔드 케이크의 설명을 듣는다.
촉촉하게 구운 소박한 버터케이크를 글라스 아 로라는 새콤달콤한 레몬 풍미의
얇은 설탕 옷으로 코팅해 입에 넣는 순간 레몬의 새콤한 산미와 상큼한 향이 퍼지면서
와삭하고 가볍게 부서지는 식감이 매력적인
소중한 사람과 주말에 함께 나누어 먹는 케이크란다.
혼자 살아서 같이 먹을 상대가 없다고 말하자 스토리텔러가
위크엔드에는 소중한 사람을 부르는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며
달이 들려준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기 일에 한계를 느끼고 답답해하던 한 여자가
자신은 아주 작고 힘없고 가치 없는 존재라며,
무슨 일을 하든 잘될 리가 없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이대로 하던 일을 계속해도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말에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서서히 이야기에 빠져든다.
어느 날 절망한 여자가 한밤중에 혼자 자전거를 몰고 딱히 갈 곳은 없었지만
깜깜한 길을 따라 계속 달리자 칠흑 같은 밤의 어둠이 그녀를 덮었다.
극심한 공포 속에 더는 페달을 밟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달려봤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고 여전히 무력하고 외로운 잔인한 현실에 낙담했을 때
누군가가 다정히 속삭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하얗게 밝아 오는 하늘과 그 안에서 점차 빛을 잃고 사라져 가는 둥근 달이 보였다.
한없이 다정한 풍경에 그녀는 자기 뒤에도 계속 달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달은 햇빛이나 구름에 가려져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낮이든 밤이든 항상 변함없이 언제나 지구 옆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달이 자신을 지켜봐 주고 있었음을 깨닫자 여자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이른 아침 길가에 나와 장사하는 농부에게 신선한 레몬을 샀다.
레몬을 한가득 싣고 다시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달빛을 머금은 듯 노랗게 빛나는 레몬 사이에 파묻혀 죽은 듯이 잠을 잤다.
긴 잠을 자고 일어나 사 온 레몬으로 케이크를 굽기 시작했고
지구 옆을 지키는 달처럼 항상 고객님 곁에 머무는 과자를 만들고 싶다는
파티시에의 바람이 담겨 있는 케이크가 바로 위크엔드다.
완벽한 스토리텔링에 나나코는 위크엔드를 구입하는데,
계산대 너머로 주방에 달의 여신같이 아름다운 파티시에를 발견한다.
수수하다 못해 촌스럽던 세상 불행을 혼자 전부 짊어진 것처럼 초라했던 여자가
자기 눈앞에 있는 저 여신급 여자와 동일 인물인지, 파티시에가 바뀐 건지
알 수 없을 만큼의 변화이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쓰면 사람과 가게 모두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걸까 다음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졌다.
물론 나나코는 위크엔드의 마법으로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좋아졌고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게 된다.
새콤달콤한 옷을 입은 촉촉하고 상큼한 보름달 위크엔드,
푹신한 부드러움 속에 상큼함을 품은 설렘이 가득한 샤를로트,
빨간 라즈베리의 향긋함 속에 독을 감춘 레이어 케이크,
아릿하게 혀를 찌르는 후추 비스퀴,
장미와 달이 품고 있는 시원한 과즙 비치 멜바,
진한 버터의 풍미와 캐러멜옷의 바삭함을 지닌 퀸아망,
진화와 결졀의 미제라블,
달콤하고 바삭한 초승달 바닐라 킵펠,
상품 저마다의 이야기가 가게를 방문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상황과 어우려져
동네사람들에게 달과 나의 마법이 서서히 스며든다.
달의 여신처럼 아름다운 도카가 왜 그렇게 주눅들고 자신감 없었는지,
그랬던 도카가 스토리텔러 가타리베 쓰쿠모를 어떻게 만나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흥미진진했다.
자신이 어른이 될 때까지 모두가 도카 누나를 시시하고 촌스러운 여자로 생각하도록
실제 나이보다 휠씬 더 늙어 보이도록 저주를 건 레이지를 보며
가스라이팅의 위험함을 느끼게 되었다. 누나를 조종하고 지배하며
자신이 어른이 되면 그때는 누나만을 위해줄 거라며 정당화하는
잘못된 사랑을 선택한 레이지와 그로부터 지켜 줄 가타리베의 활약상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좋은 소설이었다.
몽글몽글 일본 특유의 소녀 감성이 필요한 날,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t/h/thfdlv11/fy0PZdWz6oPMpOWB.jpeg)
#이야기를파는양과자점달과나 #노무라미즈키 #일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