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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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변호사가 유명 작품과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시대적 상황이나

화가의 삶과 연결된 사건이나 이미지에 대해 법적으로 따져본 재미있는 에세이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같은 걸 봐도 정말 관점의 차이가 크구나,

변호사적 시점에서는 이런 게 보이구나 엉뚱하면서도 다양한 사람의 관점을

발견하게 되어서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예술을 상대로 법적이거나 혹은 상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따져 묻는

독특한 그림 이야기를 통해 지식재산, 아동 인권, 동물권 등 

일상생활 법률 상식도 늘어나는 보너스 효과도 있어 좋았다.


원시의 생명력이 가득한 앙리 루소의 색채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잠자는 집시 여인>을 보며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역시 변호사적 관점이었다. 세계적으로 집시들이 살고 있지 않는 나라는

그린란드, 일본, 한국뿐이라고 한다.  실제로 집시가 없어서 주민등록법에 따른 

과태료 부과가 이루어진 판례는 없지만, 한국 내에서도 이동하며 생활하는 집시가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호해 주어야 하냐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다니, 

역시 변호사적 직업병다웠다.


꽃과 같은 물체들을 조합하여 인간의 얼굴처럼 보이게 한 정교한 정물화 형식의

풍자적인 혼합 초상화로 유명한 주세페 아르침볼드의 작품은 

지금 봐도 독특한데 당시에는 얼마나 기괴하며 신비로웠을까 싶다.

이미 존재하는 사물들을 이용해 전해 새로운 것으로 재해석하고 유희적으로 

표현한 아르침볼도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사람들에게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반전과 유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해나간 오르침볼도의 작품은 20세기 초 초현실주의자들이

모방하며 그의 기법을 계승했다. 최근 인공지능이 기존 작품을 학습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초상권에 따른 권리를 둘러싼 분쟁이 다양해지고,

혼란이 가중되지 않기 위한 법률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녀상 시리즈로 유명한 메리 카샛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그녀의 조카들이다.

그녀의 조타들이 그림의 모델이 되는 것에 동의했을지, 혹은 성년이 되어서

자신이 주인공인 그림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지라는

질문은 셰어런팅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부모들이 자녀의 사진과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하기도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법적 규정이 현재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 관행을 검토하며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검사 및 평가하는 것이

국제 인권 기준 및 우리나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여

일기장 검사 관행을 개선하고, 아동 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결정한 사례를 보며

당연하다 여기고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모습을 다른 관점에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따지는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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