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지는 황제 앞에서도 머뭇거림 없이 진나라와 한나라의 흥망성쇠를 군더더기 없이 논했다.
황제는 그의 통찰력에 감동하여 그를 곁에 두고 자문에 응하는 알자복야로 발탁하기까지 하였다.
장석지의 공정함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변하지 않았다.
태자가 황제의 능인 종묘 앞을 지나며 수레에서 내리지 않는 예법을 어겼을 때도
추호의 망설임 없이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 주변에서 태자의 눈치를 보라고 속삭여도
장석지는 황제에게 태자의 불경죄를 엄격히 보고하고 법대로 처벌할 것을 고집했다.
태후가 나서서 사과한 뒤에야 사건이 일단락 될 정도로 그의 법집행은 추상같았다.
풍당은 평소 말이 적었으나 나라의 인재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던 인물이다.
풍당이 황제 앞에서 가슴속에 맺힌 울분을 토해냈을 때 황제는 노여움이 폭발하여 풍당을 꾸짖었지만,
풍당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장수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거는 것은 군주의 믿음 때문이라며 직언했다.
장석지와 풍당은 비슷하면서도 대비되는 두 가지 처세술을 보여줬다.
원칙과 감정이라는 서로 다른 무기를 들었지만, 권력의 칼날 앞에서 눈치 보지 않고
판의 본질을 정면으로 꿰뚫어낸 담대한 용기가 빛을 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눈앞의 위기를 피하려는 감언이설 대신 목숨을 건 직언을 던질 때,
사람은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무게감을 얻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력의 중심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최고의 전략은
비겁한 침묵을 깨고 판의 핵심을 짚어내는 단호한 결단 속에 있음을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