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세계지도가 식민주의적 세계관의 형성에 기여한다는 것을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지만, 구글 맵을 사용할 때마다 세상을 현대성이라는 개념에 끼워 맞추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돌보는 다른 방식을 지우는 일에 공범이 되는 것이라니
편리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나의 생활이 마음이 대단히 불편해졌다.
빅데이터와 전 지구적 관점에 대한 비판적이면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지도,
인류세 패치에 대한 지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핀란드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나오자
바람을 타고 지구를 돌아 반대편까지 도달한 방사능의 이동 속도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었다.
방사능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해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특정 패치에서 나와
널리 퍼져서 다른 패치들이 추가로 생기고 결국 지구 전체로 확산되고,
그 효과는 우리 인류가 사라진 후에도 계속될 것임은 과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산업에 사용될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어진 인프라가 지구 전체에 걸쳐 재앙에 가까운 영향을 끼치는
시스템 파열을 초래하고 있음을 실감하여 이 시스템 변화를 일으키는 인프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곰곰이 곱씹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19세기 말 이전까지만 해도 아마존강 유역 지대와 근처 중남아메리카 지역의 인적이 뜸한
강이나 호수의 후미진 곳에서 서식했던 아름다운 연보라색 꽃을 피우던 부레옥잠이
19세기 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식물원들이 가장 원하는 식물이 되면서
근대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를 따라 급증하면서 문제적인 식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레옥잠의 이탈 생물학은 인간의 제국주의와 산업공학 시설이 얼마나 통제 불능의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대명사가 되었다.
공학적으로 변형된 물 표면을 장악하면서 운하, 저수지, 논, 물탱크, 댐 건설로 인해
유속이 느려진 강을 뒤덮어 담수 생물은 물론 사람들도 고통받게 되었다.
물길을 통한 운송로 차단뿐만 아니라 어업, 관개, 식수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하던 물의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남아시아 곡창으로 황금 벵골이라 불리던 벵골 삼각주가 빈곤의 늪으로
변하는데 부레옥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부레옥잠의 잘못이 아니지 않는가.
인간이 의도치 않았지만 물 위를 점령하고 번식하는 디아스포라 식물의 대명사가 된
부레옥잠과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